[이요한]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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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한]첫사랑

[목요세평]이요한 목원대 총장

  • 승인 2008-05-28 00:00
  • 신문게재 2008-05-29 20면
  • 이요한 목원대 총장이요한 목원대 총장
▲ 이요한 목원대 총장
▲ 이요한 목원대 총장
‘첫사랑’이라는 단어가 글 쓰는 사람들의 글귀에 가끔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 피해 갈 수 없는 인생의 한 경험인 것 같다.

사실 솔직히 얘기하면 지금 나의 감정은 세계속에서는 거의 잊혀진 느낌이다.
살아온 경험들이, 그리고 자꾸만 해를 더하는 적잖은 나의 나이가 그렇게 요구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나의 늙은 여인(아내)이 첫사랑에 대해서 글을 한번 써보라고 자꾸만 권한다. 아내가 먼저 권했으니 부부싸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일은 아닌 듯 싶어 나의 첫사랑에 대해 이렇게 글을 써본다.

나의 첫 사랑은 고등학교 시절로 거슬로 올라간다. 당시 교회에서 만난 여학생을 나는 남모르게 가슴앓이를 하며 짝사랑하게 됐다.

얼굴 모습은 그렇게 뛰어나진 않았지만 그 여학생이 피아노를 치는 모습은 너무도 좋았다. 특히 남 앞에서는 거의 말을 하지 않는 내성적인 모습은 예쁘게만 보였다.

혼자서 그 여학생을 좋아한 이후 나는 이 세상에 다른 여자가 존재함을 아는 것조차 싫어졌다. 아침 등교시간 전차안에서 혹시 자리가 비어 있을 때 옆에 다른 여학생이 앉아 있으면 그 자리에 절대 앉지 않았었다. 다른 여학생과 혹 어깨를 닿는 일조차 내가 좋아하던 여학생에게 ‘죄’가 될 수 있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나이가 들어 이제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여학생을 무던히도 좋아했던 것 같다.
대학교에 들어가서 만나기로 하고 나는 열심히 공부했다. 그러나 대학에 들어가서는 부모님의 완강한 반대로 서로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다. 만날 수 없었기에 그리움은 더욱 깊어만 갔다.

어쨌든 그 후에는 여러 곡절 끝에 서로 헤어지게 됐고 지금쯤은 어느 하늘아래서 누구의 아내가 되고, 어머니가 되어서 살고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아내는 가끔씩 젊은 날의 나의 시절을 물어본다. “당신 성격을 보니 첫사랑을 되게 뜨겁게 했을 것 같은데 한 번 털어나 보시구료.” 그럴 때면 나는 그런 일이 전혀 없었다고 시치미를 떼곤 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도 제법 진지하게 그때의 시간을 보낸 듯하다. 거의 잊혀졌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 보니 말 그대로 찬란한 추억(?)들이 한편의 영화처럼 머릿속을 스치고 간다.

첫사랑의 아픈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분명히 첫사랑을 통해 결혼에 골인한 사람들일 것이다. 그 당시에는 무던히도 행복했을 사람들인데 지금은 어떨까. 아직도 그렇게 아름다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을까. 괜한 걱정이 한 가지 떠오른다.

이 사람들은 슬픈 추억이 필요할 땐 어떻게 할까. 괜한 걱정이라 생각되면서도 솔직히 얘기하면 첫사랑에 성공한 사람들의 결혼생활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다.

첫사랑에 성공하지 못한, 소위 첫사랑과 결혼에 골인하지 못한 부부들의 삶은 어떨까? 슬프기만 할까? 지루하기만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분명히 ‘아니다’다.

즐거움이 있고, 행복함이 있고 웃음과 눈물도 곳곳에 묻어 있다. 둘 사이에 새로운 사랑의 경험들이 쌓여져 때로는 차라리 옛날 첫사랑의 연인과 결혼했으면 결혼 생활이 많이 어려웠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원초적으로 인간 남녀의 사랑에는 영원성이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해서도 왠지 ‘아니다’라는 느낌이 앞선다. 우리들의 경험이 그렇게 얘기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 ‘어떤 이유에서든지 남녀가 만나서 사랑이 시작되면 그 만남이 생후 첫 번째 만남이 아닐지라도 그 때가 바로 첫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이다’라고.

왜냐면 남녀간의 사랑은 언젠가는 식어질 때가 있고, 또 다른 사람을 만나 새롭게 활활 타오를 수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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