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서구 한국천문연구원 천문정보센터 선임기술원 |
그렇다면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은 어떨까. 보일 듯 말 듯한 작은 별들에도 이름이 있을까? 새로 발견되는 소행성이나 혜성에는 어떻게 이름이 붙여질까?
별에 이름을 붙이기 시작한 때는 약 5000년 전의 일이다. 일찍이 천문학이 발달한 아라비아에서부터 붙여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현재 공식적으로 사용되는 많은 별의 이름은 아라비아어다.
맨눈으로 봤을 때 밤하늘의 별들 중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을 일등성이라고 하는데, 이들은 오래 전부터 붙여진 고유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거문고자리에서 가장 밝은 직녀성은 ‘베가’, 독수리자리의 일등성인 견우성은 ‘알타이르’라 불린다. 이러한 ‘고유명’은 나름대로의 뜻을 갖고 있는데, 오리온자리의 일등성 베텔게우스는 오리온의 ‘겨드랑이’를, 리겔은 ‘왼쪽다리’를 의미한다.
이후 천문학 발달과 함께 어두운 별에도 이름이 필요하게 됐다. 하지만 맨 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은 전체 하늘에서 약 6000여 개 정도인데, 이렇게 많은 별에 ‘고유명’을 붙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1603년 독일의 천문학자 요하네스 베이어는 ‘우라노메트리아’라는 성도에서 별에 그리스 문자의 소문자 α(알파), β(베타), γ(감마)....를 붙이기 시작했다. 예컨데 오리온자리(Orion)의 가장 밝은 별인 베텔게우스는 α Ori(알파 오리온), 그 다음 밝기의 리겔은 β Ori(베타 오리온)으로 나타내는 방식이다. 그러나 꼭 알파벳 순서가 밝기 순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큰곰자리의 국자모양 일곱 개 별인 북두칠성은 밝기와는 상관없이 국자 앞쪽부터 차례대로 알파벳이 붙여졌다.
그리스 문자의 개수가 α(알파)에서 ω(오메가)까지 24개 밖에 안 되기 때문에 문자를 이용하여 이름을 붙이는 것 역시 한계는 있다. 1780년대 프랑스의 천문학자는 영국왕실 천문학자 플람스티드의 별 목록을 발간하면서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는데, 별자리에서 별의 적경 값이 증가하는 순서대로 숫자를 붙이는 방법이다. 즉, 별자리의 맨 서쪽에 있는 별에서부터 차례대로 숫자를 붙이는 방법이다.
현재는 3가지의 방법이 모두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거문고자리(Lyre) α별(α Lyre)은 ‘베가’이며 거문고자리 ‘3번별(3Lyre)’로 불린다.
소행성은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피아치에 의해 최초로 발견됐는데, 이 소행성에는 ‘세레스'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러한 소행성은 발견한 사람이 원하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사람의 이름을 붙여도 좋고 자기가 살고 있는 도시의 이름을 붙여도 된다. 그러나 발견 즉시 소행성에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소행성 후보가 발견하면 우선 국제천문연맹(IAU) 산하의 소행성센터( MPC)에 관측시각과 장소 등 자료를 E-mail로 알려야 한다. 임시로 이름을 붙인 후 관측 자료가 정확하고 과거에 발견된 사실이 없는 새로운 소행성으로 최종 확인되면, 그 해 발견 순서에 따라 영문 알파벳을 붙여서 새로운 임시 이름을 부여한다.
결국 새로운 임시 이름이 붙여진 소행성은 몇 년간에 걸쳐 관측되며 그 궤도가 정확하게 확인되면, 그때서야 발견자가 원하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현재 최종적으로 궤도가 확인되어 고유 이름이 붙은 소행성은 약 8000여 개로, 궤도확인 중인 것만도 약 20만 개에 이른다고 한다.
소행성은 발견한 사람이 원하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데 비해, 혜성은 발견한 사람의 이름이 붙는다. 헤일-봅 혜성은 두 사람이 동시에 발견하여 통보하였기 때문에 두 사람의 이름이 붙여졌다. 그렇다면 새로운 혜성을 발견하여 통보한 사람이 다섯 명 혹은 열 명이라면 이들 모두의 이름이 붙여질까? 동시에 여러 사람이 통보했을 경우 통보 순서에 따라 세 사람까지 이름이 붙여진다.
혜성에는 발견자의 이름 외에 그 해의 발견된 순서에 따라 영문 알파벳을 붙여서 명명한다. 헤일-밥혜성은 1995Q1로 1995년 8월 하순에 첫 번째로 발견된 혜성이라는 뜻이다.
지난 해 발생한 태안기름유출사고의 여파가 아직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 태안기름유출사고라는 이름에서 이 사건과 무관한 이 지역의 농수산물 생산자들이 겪게 된 어려움은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그래서 통상 해상 원유 유출 사고의 명칭은 사고 선박 이름이 붙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름 때문에 만들어지는 선의의 피해자를 생각해보면 이름 붙이는 작업은 간단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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