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타가즈 코리아는 우리나라에서 연간 15만대 규모의 자동차부품 공장 설립을 위해 땅(10만평 규모)을 물색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 도는 이 회사에 대한 정보가 전무했다. 실제 투자를 하려는 것인지, 그 속내를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방면으로 확인했다. 우선 중앙정부를 통해 확인한 바로는 이 회사가 러시아의 자동차회사라는 것. 엉킨 실타래가 하나씩 풀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6월에는 KOTRA를 통해 이 회사의 모(母)기업이 DI그룹임을 알아냈고, 러시아 부호 명단에서 DI그룹 회장이 Mr. Paramonov이라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구체적인 검증에 들어갈 수 있었다.
아산 인주공단 2만 1500평 규모의 자동차조립라인을 둘러봤고, 타가즈 코리아의 이승철 사장을 통해 투자계획을 확인했지만, 의구심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그래서 경제통상실장을 러시아에 급파해 100만평 규모의 현지 공장과 거기서 생산되는 자동차를 확인한 후에야 비로소 진정성 확인작업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그런데 투자가가 원하는 부지확보가 문제였다. 도내에서 10만평 규모의 부지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우연의 일치일까. 마침 대우조선해양(주)이 보유하고 있는 보령 관창산업단지의 12만평이 미분양이었다. 이 때부터 우리 도와 DI그룹, 지식경제부의 숨 가쁜 줄다리기가 시작되었다.
임대 방식의 외국인투자단지 지정이라는 지식경제부의 방침과는 달리, DI 측에서는 토지매입을 원했다. 하지만 IMF 이후 외국인의 부동산투기를 경험한 지식경제부는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한 토지매입비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때문에 토지임대 방식으로 사업자를 설득하기까지, 자그마치 1년여의 시간이 필요했다. 게다가 토지주인 대우조선해양(주)과의 토지매입 과정도 쉽지 않았다. 담당자가 10여 차례에 걸쳐 거제도의 본사를 방문·설득하고 나서야 합의를 도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토지매입비만 총 328억원이 소요되고, 그중 국비(75%)를 부담하게 될 지식경제부는 선 협약 후 분할지원을 거듭 강조했다. 이 때 난“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속담처럼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고, 마침내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지방채를 발행해 부지를 확보하고 나중에 국비를 보전 받는 방식으로 추진하기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외자유치는 제조업과 서비스업 분야로 구별되지만, 일자리 창출과 선진기술도입 등을 통한 경제 활성화에는 제조업만한 게 없다.
이번 외자유치는 지난 90년 한·러 수교 이후 러시아의 한국 내 투자총액(2878만 달러)의 22배에 달하는 것이자, 자치단체 차원의 독자적인 외자 유치로는 사상 최고액이다. 2012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연간 55만대의 자동차 수출효과는 물론, 직접 고용인원만 4100여명에 달해 보령에는 무려 1만여 명의 인구가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물동량부족 등을 이유로 그간 지지부진하던 보령신항 개발도 탄력을 받게 되는 등 충남 서남부지역의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넓은 국토에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와 경제교류의 물꼬를 텄다. 하지만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투자협약만 했을 뿐 공장설립과 외국인투자지역(FIZ) 지정 등 할 일이 많다.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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