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환 대전문화예술의전당 관장 |
또 다른 부류는 처음부터 오페라에 끌려서 음악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분들이다. 주요 아리아의 감미로운 서정성이나 역동적 에너지에 매료되고, 극의 줄거리를 즐기며, 오페라 무대의 화려한 매력이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세월이 흐르면 이들이 자신들의 관심 장르를 바꾸는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난다. 즉 오페라 아리아를 즐겨 듣던 분들은 이제 리트가 더 좋다고 하고, 교향곡에 심취했던 분들이 실내악의 묘미에 매료되는 것이다. 음악적으로 보자면 화려한 ‘외부지향적 장르`에서 진지한 ‘내면적 장르`로 옮겨진 것이다.
리트가 한편의 시를 음악과 어우러져 음미할 수 있는 매력을 가졌다면, 실내악의 특징은 구성원 각자가 독자적인 소리를 내고, 상대방을 경청하며, 때로는 합심하여 하모니를 이룬다는 점에 있다. 독일의 문호 괴테가 실내악의 꽃으로 손꼽히는 현악4중주를 일컬어 “네 명의 이성적인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이며, 사람들은 그 담론에서 뭔가를 얻고 각 악기들의 고유성을 알게 된다”라고 표현한 것도 이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이렇듯 실내악은 어느 한 악기(혹은 파트)가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주연과 조연의 역할이 고르게 그리고 ‘민주적`으로 분산된 특징을 가진다. 그러다보니 실내악 연마는 귀를 열리게 하고, 분석하게 하며, 설명하게 하고, 기다리게 하고, 또 책임지게 하는 폭넓고 의미 있는 작업이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남을 가르치는 방법,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방법, 그리고 무엇보다도 더 좋은 연주를 하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
때문에 나는 학생은 물론이고 이미 전문인으로서 연주활동을 하면서 끊임없이 자신의 소리와 연주 주법이 발전하기를 원하는 분들에게 실내악을 적극적으로 권유하곤 한다. 그리고 대전문화예술의 전당에서도 조만간에 가칭 `대전실내악협회(대전챔버뮤직소사이어티)`를 발족하여 우리 대전의 예술발전에 일익을 담당하도록 할 생각이다.
물론 클래식 음악을 길게 듣고 앉아있기도 쉽지 않은 이 시대에 이해와 감상이 유독 어려운 실내악 장르를 즐겨 듣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지금도 도스토엡스키, 지이드, 까뮈를 읽는 사람이 있듯이, 베토벤, 슈베르트, 드뷔시, 바르톡의 주옥같은 실내악곡을 좋아하는 청중들이 다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인간의 기쁨과 슬픔과 고뇌를 주자들이 때로는 한사람처럼, 때로는 백 사람의 오케스트라처럼 노래하는 이 장르가 듣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지 않을 리가 없다`라는 확신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실내악의 매력을 전파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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