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논쟁사에 호락논쟁(湖洛論爭)이 있었다. 충청도의 호서(湖西), 한강의 낙수(洛水)에서 따서 호락이다. 인성과 물성이 같은가 다른가에 대한 논쟁의 중심이 서울과 충청도였다. 이 논쟁은 동아시아 철학사를 풍미했다. 충청권이 수도권-비수도권 논쟁의 한가운데 있지만, 이념적으로 지방은 그때만 못하다는 생각이다.
지방방송 끄라는 횡포가 우선 그렇다. 국가균형발전 반대파 인사가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이 된 것도 지방방송에 귀 막고 게걸음, 뒷걸음치겠다는 발상이다. 지방사람이 나라 걱정하면 내 말뜻이나 알고 지방방송 하느냐는 투로 시큰둥하다. 어쩔 때는 지방방송 스튜디오로 재떨이라도 날아들 것 같아 살벌하다.
이 같은 지방방송 홀대의 뿌리를 좌식 문화에서도 찾는다. 술잔 들고 아무 테이블이나 찾아가 담소하는 서양식 입식문화가 정착 못한 탓을 하면서, 또 서서히 나아진다고도 한다. 지방방송 해봐. 육조거리 고관을 상대하는 주인이 거지 맞돈 노리고 술국을 나르듯 너그러운 자리가 늘고는 있다. 그러나 주류(主流)는 아니다.
이 도도한 한국적 흐름을 깨고,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모임에서 주위가 시끄러우면 지방방송 끄라고 말하지만, 지방방송이 시끄러워야 오히려 중앙이 힘을 받는다”고 했다. 지방분권 촉진 특별법 추진 토론회 자리이긴 했다. 여하튼 뉴스 요건에 딱 부합되는 신기성(新奇性) 발언이 방송 타는 동안, 지방 흔들기는 그치지 않았다.
지방방송 시끄럽게 틀어도 좋아요. 중앙방송 권력자가 선심 써도 서울의 문화적 헤게모니 지형을 바꾸기 전엔 지방방송이 원활할 턱이 없다. 지방도, 지방방송은 무례하다는 길들여진 무력감(learned helplessness)을 벗고, “지방방송 틉시다!”, “지방방송 좀 듣자고요!”라고 ‘쪽팔려도` 소리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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