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밖]쌍화점 만두 맛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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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밖]쌍화점 만두 맛은 어떨까

  • 승인 2008-05-21 00:00
  • 신문게재 2008-05-22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쌍화점에 쌍화 사라 가고신댄/ 휘휘(回回)아비 내 손모글 주여이다./ 이 말 싸미 이 점 밧긔 나명들명/ 다로러 거디러 죠고맛감 삿기광대 네 마리라 호리라/ 더러둥셩 다리러디러 다리러디러 다로러거디러 다로러/ 긔 자리에 나도 자라 가리라/ 위 위 다로러거디러 다로러/ 긔 잔 데 가티 덤거츠니 업다


대담무쌍하다. 만두집에 만두 사러 갔더니만 몽골인이 내 손목을 쥐었어요. 이 소문이 가게 밖에 나며 들며 하면 조그마한 새끼 광대 네 말이라 하리라. 이렇게 화끈하게 고백하니, 그 잠자리에 나도 자러 가리라, 화답한다. 그러자 고백하던 여인, 그 잔 데 같이 답답한 곳이 없다고 덧붙인다. 가고 싶다면 말리지 않겠단다. 적나라하게 적극적이다.

혼자만의 은밀한 침소에서가 아니다. 화자와 청자가 있다. 파트너도 수시로 바뀐다. 만두방 아가씨의 낯뜨거운 애정 편력 체험담에 나도 손목 잡혀봤으면 좋겠네, 라고 죽을 맞추는 노래엔 거칠고 지저분하고 무성한 무엇이 있다. 마지막 ‘답답하다`를 ‘난잡하다`로 풀면 이 음란한 고려속요와 수월수월 통한다. 조선 학자들이 뽑은 금지곡답게 선정성의 도가 진하다.

배경은 고려 후기의 사회상이다. 공자께서 한반도에 본격 재림하지 않은 시기라 성 모럴은 개방적이었다. 제국대장공주의 남편, 원 세조 쿠빌라이의 사위인 충렬왕을 그 중심에서 뺄 수 없다. 가학 취미와 피학 취미를 동시에 가진 왕은 변태적 연희를 일삼았다.

밤낮없이 임금 전용극장 향각(香閣)에서는 팔도에서 차출한 기생과 더불어 야릇한 가무판이 벌어졌다. 이 어마어마한 향락에 바쳐진 스토리가 쌍화점. 방탕한 왕은 남장 기생들과도 즐겼지만 보디가드인 미소년들도 총애했다. 궁내에는 왕의 환심을 사서 출세하려는 간신배가 들끓었다. 어디서 많이 보던 버전이다.

사람 사는 동네가 그렇다. 액션과 멜로와 로맨스가 질펀하고 우리는 영화 속에 퍼덕인다. 세상과 무대가 따로 없다. 셰익스피어가 가만있었어도 우리는 그 배우들이고, 시대의 역할을 연기한다. 영화 쌍화점의 현현도 놀랍지 않다.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왕과 나, 음란서생이 나왔으면 뻔한 수순이다. 다음은 음사(淫辭) 만전춘이 아닐까?

대전에서 지금 영화 쌍화점을 유하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촬영 중이다. 대전시 영화 촬영 스튜디오에서 찍는데, 영수전(永壽殿) 세트장 제작비만 10억 들인 블록버스터 급이다. 고려 왕, 미소년 친위부대, 왕비를 둘러싼 진진한 사랑과 배신을 그린단다. 쌍화는 만두, 쌍화점(雙花店)은 만두가게다. 영화 타이틀의 한자 상화점(霜花店)은 퇴계집을 따랐다.

성인 타깃의 아찔한(?) 영화일 것 같다. 외설적이지 않으면 쌍화점일 수 없다. 현란한 무술에 동성애 코드까지 녹여낸다. 조인성과 주진모, 조상민, 홍종현, 송중기, 이재원, 노민우 등 꽃미남 아롱사태 같은 36명 미남들을 기다리는 여심이 무던히 성급하겠다. 잘 만든 18금 영화 한 편을 기다린다. 대전 쌍화점 만두 맛은 어떨지, 벌써 배가 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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