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종호 충남대 국문과 교수, 시인 |
결혼하는 부부 중 8쌍 중 1쌍이 외국인과 결혼하며 농촌총각 10 명 중 4명이 외국인 아내를 맞이하는 오늘날의 현실은 이미 우리 사회가 다문화사회임을 가르쳐 주고 있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근로자 수가 43만 명을 넘어섰고 해마다 전체 결혼의 10% 이상을 유지해 온 국제결혼의 가정이 20만을 넘어섰다. 2007년을 기준으로 볼 때 한국인과 아시아인 사이에 태어난 자녀, 이른바 ‘코시안(kosian)` 이라 일컬어지는 초·중·고 학생이 모두 1만 3,445명에 이르러 2006년의 7,998명보다 68.1%나 증가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그 동안 성행해 온 국제결혼으로 태어난 아이들이 취학연령에 다다랐기 때문이며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추세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의 의식은 과연 얼마나 다문화사회를 인정하고 있을까? 유엔의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지난 해 8월에 우리나라가 더 이상 단일민족 국가를 고집해서는 안된다고 권면한 바 있다. 정부가 ‘혼혈인 및 이주자의 사회통합 지원 방안`을 발표한 이유도 이러한 국제사회의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 그런데 이러한 일들은 역설적으로 우리사회가 다문화사회에 유연하게 적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가리킨다.
사람들은 이상하리만치 단일민족, 즉 순혈주의에 집착한다. TV 역사드라마를 보면 유독 ‘민족`이라는 용어가 많이 나오는데 민족이라는 단어는 19세기 일본사람들이 영어 nation을 번역하면서 생겨난 단어다. 그 이전에 우리나라에는 민족이란 단어가 아예 없었다. 그러나 국권을 상실한 이후 ‘민족`이라는 단어는 조선인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신화적 힘을 이루었다. 그리고 건국 이후에는 분단문제, 독재정권의 연장, 계층 간의 위화감, 빈부격차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들을 적당히 덮어버리는 데 유용한 정치적 수단으로 쓰여지곤 했다.
중국의 '송사' 등을 보면 12세기 후반의 고려에는 수천 명의 중국, 여진, 거란, 몽골 사람들이 살았고 13세기에 이르러서는 일본인까지 포함된 귀화인의 수가 7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당시의 인구가 500만 남짓이었다고 보면 대단한 비율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의 성씨 275개 가운데 136개가 귀화인의 성씨라는 것은 반도국가인 우리나라가 이미 오래 전부터 다민족국가였음을 증명해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과 혼혈인들이 편안하게 살기에는 오늘날의 우리사회에는 너무나 많은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수원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서울 경기지역 초등학생 43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친구로 사귀고 싶은 인종으로는 백인을 꼽은 반면 가장 비위생적인 인종으로는 흑인을 꼽았으며 백인은 매사에 긍정적으로, 동남아인들이나 흑인은 게으르고 가난한, 매사 부정적인 사람들로 판단했다고 한다. 다문화사회와 관련하여 우리 아이들의 인식을 바꿔주고 세계인의식을 심어주는 일이 시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미래학자들이 21세기를 이끌어 나갈 국가로 미국과 중국을 꼽는 이유는 여러 민족으로 이루어진 국가라서 다원화 경험이 많고 이질적인 것들을 융합하고 통합시키는 다원화 경험이 많은 그만치 국민들의 창의력이 높고 상상력이 풍부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제 다문화사회의 수용과 발전은 세계화의 피할 수 없는 흐름 중 하나다. ‘다 사랑 정신`으로 우리사회가 다원주의 문화의 모범국가가 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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