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희 서강대 교수 |
학생과 시민 등 300여명이 객석을 가득 메운 강당 입구부터 단상까지 10여m를 목발을 짚고 걸어 오르는데 10분가량이 걸릴 정도로 불편한 몸으로 강단에 선 장 교수는 “이렇듯 가파르게 경사진 길과 좁은 계단을 올라야하는 장소가 가장 가기 힘든 곳”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장 교수는 이날 ‘문학의 힘’이란 주제로 1급 장애 속에서도 문학의 끈을 놓지 않고 책과 가까이 지낸 자신의 이야기와 암 투병과 수술 후 문학이 자신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를 이야기하며 “다른 사람의 마음을 열게 하는 게 문학”이라고 설명했다.
“21세기의 키워드는 상상력으로 생각하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 장 교수는 “젊은 층이 영상과 친숙한 세대라지만 책은 물론 신문, 만화 등 종류를 가리지 말고 활자(종이)와 친숙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어린 시절 6남매가 뒤엉켜 자란 단칸방에서 교수인 아버지는 항상 앉은뱅이책상에 앉아 무엇인가를 읽고 쓰고 계셨다”고 회고하며 “이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아버지와 닮아가려고 노력했다”며 책 읽기와 독서 환경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20일 충남대에서 열린 대전인문학포럼에 장영희 서강대 교수가 강사로 참석했다. |
장애인에 대한 편견에 대해서도 지적한 장 교수는 “학교에서 수업할 때 일부러 목발을 학생들이 쉽게 볼 수 있는 곳에 놓는데 이는 한 번도 목발을 보거나 사용해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느끼지 말도록 하기 위함”이라면서 “목발과 휠체어 등 장애인들이 사용하는 물건을 모자와 신발 보듯이 편안하게 생각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두 번의 유방암 수술과 척추암으로 투병 중인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려준 장 교수는 “신은 다시 일어나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넘어뜨린다는 믿음을 가지고 넘어질 때마다 번번이 죽을힘을 다해 일어났고 넘어지는 순간에도 다시 일어설 힘을 모으고 있다”며 “내가 넘어져 봤기에 다른 사람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고 이 힘이 곧 문학의 원천이 된다”고 해 박수를 받았다.
앞으로의 꿈에 대해 장 교수는 “60세에 정년퇴임해 ‘어린왕자’와 같이 짧으면서도 재미있고 교훈을 줄 수 있는 영어 단편소설을 쓴 후 아버지 우보(又步) 장왕록 교수를 기리는 ‘우보 번역문학관’을 만들어 집필 활동을 계속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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