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서라벌의 한 광장이 나온다. “선화공주 야심한 밤중에 궁궐을 나와서 서동이와 사랑을 나누고 새벽닭이 울 때서야 돌아간다네” 서동이 퍼트린 이 노래는 아이들의 애창곡이 되고 급기야 서동과 공주는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한다.
여기까지는 다 아는 얘기. 그러나 ‘뮤지컬 서동요`의 빠른 장면 전환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둘 사이에서 태어난 백제 의자왕은 부왕을 이어 권좌에 오르자 새로운 국가 건설에 나선다. 우리가 알던 의자왕이 아니다. 전장에서의 용맹 그리고 왕비에 대한 사랑. 의자왕의 카리스마가 무대를 압도한다. 가슴이 뚫리는 것 같은 그 소리의 힘.
그러나 왕비가 죽으면서 상황은 급하게 반전한다. 우선 김유신의 음모와 계략이 시작된다. 역시 우리가 알던 김유신이 아니다. 죽은 왕비와 꼭 닮은 여인 ‘아지`(군대부인)를 궁중으로 보내 의자왕의 외로운 영혼을 파고든다. 의자왕을 사이에 두고 상좌평 진언과 군대부인이 한 팀이 되고 대비(선화공주)-두례(궁녀)-성충이 하나가 되어 갈등이 고조된다.
백제의 강인함이 한계에 이른다. 의자왕은 국론 분열의 조정 기능을 상실하고 결국 계백의 5천 결사대가 신라군 앞에 무너지고 만다. 그러나 ‘뮤지컬 서동요`는 끝까지 백제의 힘을 추적한다. 결국 패전, 멸망, 죽음의 위기 앞에서 백제 사람들이 보여준 의연함은 그 나라가 성취한 고도의 문화적 힘에서 나오는 정서적 연대감이었다. 국왕에서 궁녀들까지. 마지막 낙화암과 왕궁의 장면은 그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 준다. 두례는 그 상징이다.
‘뮤지컬 서동요`는 충청 지역의 대표적 전승 설화인 ‘서동요`의 전체적인 줄거리와 역사적 배경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다시 그것에 작가의 상상력과 연출력을 동원해 ‘서동요 이야기`를 현대인의 기호에 맞게 재생산해 낸 작품이다.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했기 때문에 스토리의 완성도가 높고 장면이 빠르게 전환되어 몰입감이 느껴진다. 아이들과 함께 하면 더욱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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