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성이나 천박성을 선택하기보다는 외로움과 고독을 스스로 선택한 시인은 고향 대전 일대의 아름다움을 어머니들이 담그던 장 맛 같은 가락에 얹혀 시로 풀어냈다.
어느덧 등단 40여 년이 훌쩍 넘은 산하(山下) 홍희표(목원대 국어교육과교수)시인의 시 세계를 다시 음미할 수 있게 됐다.
제자인 이은봉(광주대 교수)시인이 ‘홍희표 시 다시 읽기 2(종려나무)’를 출간했다. 지난해 송기섭 교수(충남대 국문학과)가 발간한 ‘홍희표 시 다시 읽기 1’의 후속편.
‘오월이 가고 유월이 오면/ 임진강변의 민들레/하이얀 낙하산 달고/남으로 남으로 떠나가네 ...’(금빛은빛 중) 1980년대 초 통일문제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불온하게 여겨졌지만 홍희표시인은 이처럼 불온하고 전위적인 시를 썼다. 이른바 IMF 구제 금융에 따른 민중의 고통을 담아낸 ‘눈치코치’에서는 민중의 아픔을 ‘뚝뚝 지는 눈물’로 진심으로 같이하기도 했다.
노동자들의 과도한 업무를 ‘1초에 60회 나래질하는 벌새’에 비류하며 현실을 직시하기도 했다.
‘신탄진 장날’이란 시에서는 24시간 대형할인점에서는 살 수 없는 할머니의 촌철살인과 부아를 달래는 할아버지들의 이야기 등 특별한 것을 살 수가 있다.
편저자 이은봉시인은 “우리 시대 시인으로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현실의 모순에 대해 언제나 소신있는 발언을 해 왔다. 민족문제, 계급문제 등에 대해 항상 시인은 나름의 가치를 굽히지 않고 시로 노래해 왔다”며 “홍희표 시인의 시에는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는 고향, 모성, 고독, 상실 등의 가치에 대한 깊은 탐구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홍희표 시인은 1946년 대전에서 출생, 보문고와 동국대를 졸업했다. 1967년 '현대문학' 등단, 한국문인협회 대전지회 부회장을 역임했고, 목원대 인문대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대전시 문화상(문학부문) 동국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어군의지름길’ ‘청와집’ ‘숙취’ ‘마음은 구겨지고’ ‘한방울의물에도’ ‘살풀이’ ‘이 뭣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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