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정모 변호사 |
사이코패스(혹은 정신병질)는 독특한 형태의 성격장애를 가지고 있는 자를 일컫는 것으로, 이 분야의 전문가인 로버트 헤어박사는 이들이 자기중심적이며 후회나 죄의식이 결여되어 있고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책임감이 없고, 충동적이며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반사회적인 행동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따라서, 이들이 전체인구 중에서는 2~3%정도를 차지하지만 범죄자집단에서는 무려 15~20%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이런 특성을 보이고 있고, 더욱이 연쇄살인범이나 성범죄 등 강력범죄자들에서는 더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어느 사회나 일정 비율의 사이코패스가 존재해 왔으나, 현재 사이코패스가 사회문제로 인식될 정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은 오늘날의 사회가 사이코패스에게서만 볼 수 있었던 특성들이 점차 보편화 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즉, 끊임없이 자극적인 일을 찾아 헤매며,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의 삶에 책임이 있다는 의식이 결여되어 있고, 죄의식이 옅어지고 있기에 타인의 사생활이나 모욕적인 말들을 거리낌 없이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인터넷에 유포시키고, 그러한 글들로 인해 타인이 어떠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지에 대하여는 관심이 없기에 상처를 입은 사람이 자살을 하건 눈물로 호소하건 법적 조치를 취할 것임을 선언하건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해서 악플을 양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당장 먹을 양식이 부족하고, 기술이 발달되지 못한 시대에는 신체적인 질병이 사회문제였으나, 생활이 여유롭고 지식수준이 높고 핵가족화 된 오늘에는 위와 같은 정신적인 질병이 문제가 되고 있고, 다행히도 특정인들만이 이러한 정신적 문제의 원인이 무엇이며 그 해결책은 무엇인지에 대하여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반 대중들도 이러한 점에 깊은 관심을 표출하고 있다.
그리하여 2002년 서점가의 베스트셀러로 필자도 재미있게 읽었던 로버트 치알다니의 『설득의 심리학』을 필두로 하여 각종 심리 및 정신과 관련된 책들이 쏟아져 나와 대중에게 읽히고 있으며, 대학 등 교육기관에서도 심리나 상담에 관련된 강좌를 개설하여 다양한 계층들이 이를 수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일반 대중의 관심의 폭도 점차 깊어지고 있다.
문제는 현재 사람들 사이에 만연해 가고 있는 상호 이해의 부족, 책임회피, 자기중심적 태도 등 정신적인 문제점들에 대하여 한 철 스치고 지나가는 소나기처럼 일시적인 관심만 가질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서로 해결책을 모색해 가는 과정에서 타인과의 의사소통의 장애도 제거하고, 타인의 감정을 머리로만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껴주고 나의 행동이 타인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책임의식을 확산시켜가야 하며, 그래야만이 우리가 좀 더 나은 세상을 함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국민의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는 광우병과 관련된 정부의 태도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의 감정을 인식하고 있는 것인지, 이전까지의 정부의 태도와는 다르게 입장전환을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에 대하여 국민들에게 납득할 만한 답변을 해 주고 있는지, 국민들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고 있는 것에 대하여 일말의 죄의식은 있는 것인지 등 여러 가지 면에서 혹여 사이코패스의 독특한 특징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정부의 좀 더 책임 있고, 설득력 있는 답변을 듣고 싶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의 마음에서 하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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