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렇지 않다는 쪽에 기꺼이 한 표 던진다. 희랍어 고본 다수는 밧줄(kamilon) 아닌 낙타(kamelon)로 적는다. 배후에는 옛 이스라엘 성(城) 정문 외에 만든 샛문이 속칭 ‘바늘귀`였고 해질녘 급박하게 낙타를 바늘귀에 쑤셔 넣던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다. ‘밧줄(thick rope)`은 잘나가는 영어 버전에서 눈 씻고 봐도 없다.
사실 ‘잘나간다`고 표현한 영어는 혈통이 고귀한 언어가 아니었다. 11세기 노르만족의 영국 상륙 당시는 아주 저급한 언어로 괄시받았다. 당시 고급언어는 프랑스어였고 폼을 잔뜩 재려면 신의 말씀인 라틴어를 지껄였다. 조선 사대부들이 한문투 문장으로 일반 백성 기죽이던 생각하면 이해하기 간단하다.
문제의 영문 관보는 “30개월 미만이 아니거나 뇌와 척수가 제거되지 않았다면 도축검사를 받지 않고 식용으로 통과되지 않은 소는 동물사료로 금지된다”이다. 30개월 미만 혹은 뇌와 척수를 제거하면 주저앉은 소라도 동물사료로 쓸 수 있다는 뜻. 이걸 30개월 미만 소도 사료 사용을 금지한다고 멋대로 번역했으니 식은땀 난다. ‘~가 아니라면`(unless)을 ‘~할지라도`(even though)로 착각한 오역이다.
이런 대형사고를 저지르고도 번역자는 반역자라는 속담 뒤로 숨고, 오역보다 부실 대응이 본질이라는 말장난 뒤에 교묘히 피신해 있다. 정부가 국민을 영어 몰입의 푸른 바다에 퐁당 빠뜨리기 위해 알고도 일삼아 기본영어를 오역했다면 이해라도 빨랐을 것을, 지금은 주워 담기도 힘들게 됐다.
쇠고기(beef)는 ‘불평`과 ‘불만`의 속어로 빈도 있게 쓰인다. 비프 세션(beef session)은 등심 구워 먹는 회의가 아니라 불평불만 토로회다. 소통의 가시밭길을 걷는 선량한 국민이 지금 비프 세션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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