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순오 한남대 도시부동산학과 교수 |
그러나 화급하게 언급된 대안들은 재고의 여지가 많다. 왜냐하면 국제과학비즈니스도시는 여태 실체가 모호한데다 한반도대운하처럼 논란의 여지가 클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또 상업용지는 도심같이 설치 입지의 타당성이 먼저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개발촉진 인센티브만 염두에 둔 지정이 자칫 도시 전체의 균형과 조화를 저해하고 난개발을 부추길 염려가 있다.
사실 과학공원의 현실은 정치권의 허구적 발상과 관료들의 맹목적 추종이 빚어낸 예정된 결과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88올림픽이 끝난 뒤 이른바 오더 한마디에 정권의 치적 이벤트로 추진됐지만, 국가발전의 유용한 도구로 자리잡지 못한 채 오늘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 원인은 국제박람회사무국이 허가한 소규모 전문엑스포를 거창한 종합엑스포로 과장하기 위해 오늘의 과학공원이 된 상설전시구역을 급조한 데 있다. 이 구역의 전시관들이 공사기업에 할당돼 지어지다 보니 모델이 됐다던 디즈니월드 엡콧센터와는 달리 일회용 볼거리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적지 않은 이관자산으로 출발했던 과학공원은 대대적인 리모델링 시도 등 크고 작은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만성적인 적자운영과 관람객들의 외면끝에 문을 닫게 됐다.
사후활용에 대해 일찍이 전문가들은 이 공원을 인접 국립과학관과 통합해 당시 국가프로젝트였던 국립자연사박물관을 유치하도록 조언했지만 정치권과 관료들은 대전시 이관을 밀어 붙였고 기대와는 달리 활성화의 추진 탄력은 유발되지 못했다.
IMF 사태 이후 정부는 국립과학관의 민간재단화를 추진했지만 없던 일이 된다. 그리고 올 연말 대전과학관의 2배 규모로 체험학습형 과천과학관이 개관예정이고, 2011년 개관을 목표로 대구과학관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이처럼 국립과학관의 전국화가 추진된다면 대전의 과학도시 위상은 예전만 못할 것이다. 세계적인 과학관의 대명사로 워싱턴 DC의 스미소니언박물관과 런던의 자연사박물관이 손꼽힌다. 이들 과학관이 항상 강한 생명력을 갖고 있는 것은 건물이 크고 소장품이 많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들은 늘 새로운 전시와 체험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수많은 전문연구인력과 전시학습 프로젝트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따라서 건물 짓고, 소장품 채워 넣고 구태의연한 인력 배치로 끝난다면 지방거점 국립과학관들의 미래도 밝지만은 않다.
대전은 이런 타산지석에 착안해 국립자연사박물관 설립추진도 부활하고 과학관 운영의 메카가 될 수 있도록 전시학습의 연구기능이 중심이 되며, 인접 국립과학관과도 통합할 수 있는 과학공원의 부활문제를 정부와 그리고 수많은 이해관계자와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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