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호 한밭대학교 인문대학장.흥사단 회장 |
그러나 거꾸로 생각하면 이런 기념일을 통해 퇴색해 가는 가족의 의미를 인위적으로 확인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서글픔이 들기도 한다. 가족의 의미가 약화되었기에 오히려 역설적으로 이런저런 기념일이 자꾸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말이다. 이미 ‘존속 상해`, ‘황혼 이혼 증가`, ‘아동 유괴와 학대`, ‘해외 입양 수출 1위`, ‘독거 노인의 자살` 등 한때는 충격이었으나 이제는 사회면의 익숙한 헤드라인에서, 가족 해체와 붕괴라는 우울하고 서글픈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 담겨 있지 않은가!
이런 맥락 속에 5월이 되면 찾아오는 또 하나의 기념일이 떠오른다. 해마다 치르는 소중한 기념일이면서도 늘 흔쾌한 마음으로 맞이할 수만은 없는 날, 바로 ‘스승의 날`이다. 스승에 대한 고마움을 기리는 순수한 참뜻이 언제부터인가 왜곡되어 일선 학교에서는 이 날이 되면 선물 받지 않기를 지침으로 내린다거나, 심지어 아예 하루를 쉬게 하는 등 묘안이 등장하고 있다 하니 씁쓸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그것이 스승에 대한 고마움이 전제된 것이 아니라 단지 여러가지 부작용을 무마하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데 있다. 스승에 대한 고마운 마음과 제자를 사랑하는 마음이 한데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날로 기억되어야 할 ‘스승의 날`이 부담감과 불편함만 남아 이렇듯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있는 것이다.
맹자의 군자삼락(君子三樂) 중 세 번째 즐거움이 “得天下英才 而敎育之”이다. 이 세 번째 즐거움이 곧 스승이 누릴 수 있는 가장 으뜸의 것인데, 요즈음의 교육 현장에서는 여간해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춘몽(春夢)이 된 게 사실이다. 실상이 이러하니 선생과 학생의 관계는 있으나 진정한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실종되었다는 요즈음의 세태가 당연시되는 것 또한 보편적 현상이 되어 버렸다. 하긴 학부모가 교사를 폭행하거나 학생이 체벌하는 교사를 신고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되어 버린 이즈음의 세태에서 딱히 기대할 것이 많지는 않아 보인다. 물론 자격 미달의 교육자도 포함해서 말이다.
교육이 사람을 사람답게 키우는 일이라면 그 노력을 결코 허술하게 하거나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껏 우리 역사에서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가장 큰 힘은 인적 자원이었으며, 앞으로도 그 저력의 원천은 사람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그 사람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묵묵히 ‘청출어람`에 매진하고 있는 수많은 스승께 오늘 하루만이라도 작게나마 진심 어린 경의를 표하는 하루가 되었으면 한다.
5월의 짙푸른 하늘을 보며 오늘 문득 미당 서정주의 시구 한 구절을 떠올려 본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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