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호]스승은 무엇으로 사는가?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선호]스승은 무엇으로 사는가?

[NGO소리]김선호 한밭대학교 인문대학장.흥사단 회장

  • 승인 2008-05-14 00:00
  • 신문게재 2008-05-15 20면
  • 김선호 한밭대학교 인문대학장.흥사단 회장김선호 한밭대학교 인문대학장.흥사단 회장
▲ 김선호 한밭대학교 인문대학장.흥사단 회장
▲ 김선호 한밭대학교 인문대학장.흥사단 회장
바야흐로 빛깔의 성찬이 펼쳐지는 봄의 향연이다. 초록빛, 연둣빛이 진홍색과 어우러지는 산야, 그리고 파란빛이 끝없이 펼쳐지는 하늘은 1년 중 5월에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요, 호사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 5월이 더 설레는 것은 누구나 잘 알 듯 가족의 의미를 새기는 특별한 날들에 기인한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성년의 날`에 이어 최근 만들어진 ‘부부의 날`과 ‘입양의 날`에 이르기까지 가족들과의 유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고, 그 소중함을 떠올리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거꾸로 생각하면 이런 기념일을 통해 퇴색해 가는 가족의 의미를 인위적으로 확인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서글픔이 들기도 한다. 가족의 의미가 약화되었기에 오히려 역설적으로 이런저런 기념일이 자꾸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말이다. 이미 ‘존속 상해`, ‘황혼 이혼 증가`, ‘아동 유괴와 학대`, ‘해외 입양 수출 1위`, ‘독거 노인의 자살` 등 한때는 충격이었으나 이제는 사회면의 익숙한 헤드라인에서, 가족 해체와 붕괴라는 우울하고 서글픈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 담겨 있지 않은가!

이런 맥락 속에 5월이 되면 찾아오는 또 하나의 기념일이 떠오른다. 해마다 치르는 소중한 기념일이면서도 늘 흔쾌한 마음으로 맞이할 수만은 없는 날, 바로 ‘스승의 날`이다. 스승에 대한 고마움을 기리는 순수한 참뜻이 언제부터인가 왜곡되어 일선 학교에서는 이 날이 되면 선물 받지 않기를 지침으로 내린다거나, 심지어 아예 하루를 쉬게 하는 등 묘안이 등장하고 있다 하니 씁쓸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그것이 스승에 대한 고마움이 전제된 것이 아니라 단지 여러가지 부작용을 무마하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데 있다. 스승에 대한 고마운 마음과 제자를 사랑하는 마음이 한데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날로 기억되어야 할 ‘스승의 날`이 부담감과 불편함만 남아 이렇듯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있는 것이다.

맹자의 군자삼락(君子三樂) 중 세 번째 즐거움이 “得天下英才 而敎育之”이다. 이 세 번째 즐거움이 곧 스승이 누릴 수 있는 가장 으뜸의 것인데, 요즈음의 교육 현장에서는 여간해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춘몽(春夢)이 된 게 사실이다. 실상이 이러하니 선생과 학생의 관계는 있으나 진정한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실종되었다는 요즈음의 세태가 당연시되는 것 또한 보편적 현상이 되어 버렸다. 하긴 학부모가 교사를 폭행하거나 학생이 체벌하는 교사를 신고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되어 버린 이즈음의 세태에서 딱히 기대할 것이 많지는 않아 보인다. 물론 자격 미달의 교육자도 포함해서 말이다.

교육이 사람을 사람답게 키우는 일이라면 그 노력을 결코 허술하게 하거나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껏 우리 역사에서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가장 큰 힘은 인적 자원이었으며, 앞으로도 그 저력의 원천은 사람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그 사람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묵묵히 ‘청출어람`에 매진하고 있는 수많은 스승께 오늘 하루만이라도 작게나마 진심 어린 경의를 표하는 하루가 되었으면 한다.

5월의 짙푸른 하늘을 보며 오늘 문득 미당 서정주의 시구 한 구절을 떠올려 본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찾아가는 마을돌봄서비스 ‘마음아 안녕’ 활동 공유회
  2. "내 아기 배냇저고리 직접 만들어요"
  3. "우리는 아직 청춘이야"-아산시 도고면 주민참여사업 인기
  4. (주)코엠에스. 아산공장 사옥 준공
  5. 아산시인주면-아름다운cc, 나눔문화 협약 체결
  1. (재)천안과학산업진흥원, 2024년 이차전지 제조공정 세미나 개최
  2. 천안문화재단, '한낮의 클래식 산책-클래식 히스토리 콘서트' 개최
  3. 충남 해양과학고 김태린·최가은 요트팀 '전국체전 우승'
  4. 천안시,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대응 총력
  5. 천안시, 직업소개사업자 정기 교육훈련 실시

헤드라인 뉴스


`15억 원 규모 금융사기`…NH농협은행서 발생

'15억 원 규모 금융사기'…NH농협은행서 발생

NH농협은행에서 15억 원대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NH농협은행은 25일 외부인의 사기에 따른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사고 금액은 15억 2530만 원, 사고 발생 기간은 지난해 3월 7일부터 11월 17일까지다. 손실 금액은 확정되지 않았다. 금융권 등에 따르면 해당 차주는 서울의 한 영업점에서 허위 임대차계약서를 제출하고 부동산담보대출을 과도하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은 이번 사고가 외부인에 의한 사기에 따른 것으로 보고, 수사 결과에 따라 형사 고소나 고발을 추가로 검토할 예정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수사기관..

이장우 대전시장 "유성구 트램으로 더 발전 할 것"
이장우 대전시장 "유성구 트램으로 더 발전 할 것"

이장우 대전시장은 자치구 방문행사로 대전 발전의 핵심 동력인 유성구를 찾아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을 통한 유성 발전을 강조했다. 이 시장은 25일 유성구 청소년수련관에서 정용래 유성구청장과 구민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민선 8기 2년간의 성과를 공유하고 자치구 현안과 구민 건의사항에 대한 지원을 강조했다. 이 시장은 28년만에 착공을 앞둔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을 설명했다. 이 시장은 "시에서 했던 일들 중 가장 무기력했고 시민들에게 큰 피해를 줬다고 평가받던 도시철도 2호선 사업이 기본계획이 수립된지 28년만인 다음달 말..

충청권 기름값 2주 연속 오름세 `이번주가 가장 싸다`
충청권 기름값 2주 연속 오름세 '이번주가 가장 싸다'

충청권 기름값이 2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특히 다음 달 유류세 인하 폭 축소가 예정되면서 운전자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2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20∼24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직전 주 대비 리터당 1.47원 상승한 1593.06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경유도 0.83원 오른 1422.31원으로 나타났다. 10월 둘째 주부터 2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지만, 상승 폭은 다소 둔화됐다. 대전·세종·충남지역 평균가격 추이도 비슷했다. 이들 3개 지역의 휘발유..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4 전국 어르신 가족사랑 파크골프대회 ‘성료’ 2024 전국 어르신 가족사랑 파크골프대회 ‘성료’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