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문 (가)의 사회적 배경을 진단하고, (나)시 화자의 인생관을 참고하여 (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시오.
[유의 사항]
① 적절한 제목을 붙일 것
② 독서 체험이 드러나도록 할 것
③ 1400(±140)자 분량으로 할 것
(가)
그러나 웰빙의식(意識)은 그 말의 선진적, 미래지향적 성격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 부정적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웰빙이 정신적 풍요로 인식되기 이전에 물질적이고 재화(財貨)적인 업그레이드로 변질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웰빙이 사회적, 집단적 삶의 질(質)향상을 의미하기보다 개인적 이기적 이득추구로 둔갑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지금 우리 사회를 풍미하는 웰빙에는 공동선(共同善)의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 ‘잘 먹고 잘 살자는 것`이 어느 틈에 ‘못 먹고 못 사는` 사람들의 고통을 외면한 채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되는 것`으로 추락하고 나아가 부지불식간에 이 사회를 양극화하는 쪽으로 이끌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두 깊이 생각해볼 일이다.
여느 연말처럼 이번에도 불우한 이웃을 돕는 손길은 이어졌다. 그러나 우리는 그 ‘손길`들이 일회성이고 면피성이고 의례적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일 년 내내 웰빙을 떠들던 각종 매체와 선전들이 연말 한 번 인심 쓰는 척 할애하는 이 이웃돕기에는 위선의 냄새가 난다.
거기에는 사회 전체로서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가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 노숙자는 더욱 늘어나고 결식가정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취업은 더욱 어려워지고 결손가정은 늘어나고 있다는데, 그리고 배가 고파 가판대에서 핫바를 하나 얻어먹으려는 비참한 상황이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는데 그 반대쪽에 웰빙이 따로 놀고 있다.
휴대전화가 없을 때는 어떻게 살았는지 이제 휴대전화 안 가진 사람은 갓난아이밖에 없을 정도다. 일본자동차의 한국지사 사장은 한국에서 고급세단이 많이 팔리는 것이 “신기하다”고 했다. 아파트는 갈수록 대형화하고 백화점의 상품들은 갈수록 고급화하고 있다.
해외여행은 엄청 늘어나 이제 해외여행은 일상의 생활로 되어버렸다. 인터넷으로 모든 것이 처리되는 세상이라 시장에서 사람들과 어깨 부딪힐 이유도 없고 극장 매표소에서 줄을 설 필요도 없다. 마을버스가 집 앞까지 들어오는 판이라 한두 정거장은 걸어다니던 것이 옛일로 되어버렸다. 걸을 때는 자동차의 횡포를 욕하고 차 타면 보행자들이 귀찮다. 이것이 오늘날 웰빙의 현주소가 돼버렸다. 오늘날 웰빙의식은 어쩌면 우리를 게으르게 하고 움직이지 않게 하고 자기만의 편의를 우선시하는 버릇을 키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웰빙의 또 다른 문제는 허장성세(虛張聲勢)에 있다. 웰빙의식은 ‘있어서 잘 먹고 잘 사는 것`에 못지않게 ‘없어도 있는 것처럼`, ‘잘 먹고 잘 사는 것처럼 보이려는` 허위의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를 당혹하게 하는 ‘황우석 사건`도 어쩌면 웰빙의식이 채근한 허장성세에 그 원인(遠因)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중략) 신년 들어 이 나라의 대통령이 서민(庶民)에게 보다 다가가겠다고 했다. 그동안 웰빙의 그늘에 가려진 ‘못 먹고 못 사는 보통사람`들에게 덜 신경을 썼다는 고백이 아닐는지. 이제 우리 모두 웰빙의 허위의식에서 벗어나 내면의 굿빙(good-being)으로 이행할 때가 됐다. - http://news.chosun.com -
(나)
날이 가물수록 민들레는 뿌리를 깊이 내린다.
때가 되면 햇살 가득 넘치고 빗물 넉넉해
꽃 피고 열매 맺는 일 순탄하기만 한 삶도 많지만,
사는 일 누구에게나 그리 만만치 않아
어느 해엔 늦도록 추위가 물러가지 않거나
가뭄이 깊어 튼실한 꽃은커녕
몸을 지키기 어려운 때도 있다.
눈치 빠른 이들은 들판을 떠나고,
남아 있는 것들도 삶의 반경 절반으로 줄이며,
떨어져 나가는 제 살과 이파리들
어쩌지 못하고 바라보아야 할 때도 있다.
겉보기엔 많이 빈약해지고 초췌하여 지쳐 있는 듯하지만,
그럴수록 민들레는 뿌리를 깊이 내린다.
남들은 제 꽃이 어떤 모양 어떤 빛깔로 비칠까 걱정할 때,
곁뿌리 다 데리고 원뿌리를 곧게 곧게 아래로 내린다.
꽃 피기 어려운 때일수록 두 배 세 배 깊어져 간다.
더욱 말없이, 더욱 진지하게 낮은 곳을 찾아서
-도종환 ‘민들레 뿌리`
[논제 분석·출제 의도]
이 문제는 우리 사회의 웰빙 현상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진정한 웰빙이 무엇인지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먼저, 제시문 (가)에 나타난 웰빙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밝히고 (나)시 화자의 인생관을 파악해야 한다.
요즈음 텔레비전을 켜면 웰빙이라는 단어를 쉽게 들을 수 있다. 웰빙 음식에서부터 갖가지 웰빙 제품에 이르기까지 웰빙(well-being)은 유행을 넘어 우리 삶의 목표가 되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웰빙 의식이 정신적인 풍요보다는 지나치게 물질적 풍요를 추구하는 경향이 짙어 여러 가지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지나친 개인주의, 허위의식, 사회 양극화 현상 등은 모두 잘 사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결국 아무도 행복해질 수 없는 사회적 문제임을 밝혀야 한다.
(나)시는 남에게 보여지는 겉모습에 신경 쓰지 않고 안으로, 아래로 진지하게 자신을 채우는 민들레 뿌리를 통해 (가)와는 다른 삶의 자세를 제시해주고 있다.
‘잘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가치관을 묻는 문제로서 현대인의 물질 중심 사고 방식과 남에게 보이는 것을 중시하는 허위의식을 비판하고 (나)시에서 화자가 추구하는 삶의 자세를 참고하여 자신이 생각하는 웰빙을 제시해야 한다. 이 때, 작품 속 등장인물의 삶과 같은 독서 체험을 논거로 제시하면 좋은 답안이 될 수 있다.
[학생예문]잘 사는 법
박경서 대전전민중 2학년
▲ 박경서 대전전민중 2학년 |
그러나 우리는 어느새 비싼 것, 남들의 시선을 끌만한 것, 남들이 가질 수 없는 것을 많이 가지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되었다. 이런 현상은 자연스럽게 ‘없어도 있는 것처럼` 과장하는 허장성세(虛張聲勢), 허위의식만 가득 차게 만들었다. 남의 시선만을 의식하는 삶의 결과가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주는 인물이 모파상의 ‘목걸이`에 등장하는 르와젤이다.
가난한 하급 관리의 부인인 르와젤은 파티에 걸고 갈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친구에게 빌려 차고 갔다가 잃어버리고 빌린 4만 프랑을 갚기 위해 10년간 비참한 생활을 한다. 늙을 대로 늙고 겨우 빚을 갚은 주인공은 그 목걸이가 500프랑도 안 되는 모조품이었음을 알고 경악한다. 르와젤의 모습은 바로 남의 시선만을 중시하는 웰빙족, 명품족의 모습과 흡사하다. 물질이 중심이 되어 허위의식으로 가득찬 웰빙은 우리를 허무하게 만들 뿐 행복감을 주지 못한다.
설상가상으로 언론에서도 은연중에 르와젤 부인처럼 살기를 부추긴다. 주부들이 즐겨 보는 드라마에서는 100평이 넘는 집은 물론 명품만 입는 주인공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의 화려한 삶은 물질이 가장 중요하고 좋은 것을 많이 가져야 더 행복해질 것이라는 분위기를 만든다. 결국, 아무리 갖는다 해도 항상 부족한 듯한 생각을 갖게 되어 온 국민이 집단적으로 점점 더 불행해지고 만다. 잘 산다는 것의 기준이 물질이 되는 순간 더 이상 만족감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물질 위주의 웰빙 의식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나)에서 시인이 추구하는 민들레 뿌리와 같은 삶의 자세가 필요하다. 민들레 뿌리는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아래로, 자신의 내면을 충실하게 채우는 삶을 산다. ‘웰빙`은 남의 시선이 가져다 줄 수 없다. 진정한 웰빙은 자신의 내부에서 느끼는 정신적 풍요로움에 있다.
또한, 민들레가 위로 화려함을 추구하지 않는 것처럼 행복은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래에 있음을 깨닫는 것이 진정으로 ‘잘 사는` 방법이다. 좀 덜 가졌어도 나보다 더 못 가진 사람들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행복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다. 위만 쳐다보는 삶은 항상 불행할 수밖에 없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속담에서도 알 수 있듯이, 행복은 내면의 정신적 충만감에 있으며, 아래를 볼 줄 아는 사람이 느낄 수 있다. 그런 사람은 다른 사람의 불행을 함께 나눌 줄 아는 사람이다. 나보다 덜 가진 사람에게 나누어 주는 손길에 행복이 있음을 깨닫고 실천할 때 ‘나`뿐만 아니라 ‘우리`가 모두 행복한 진정한 ‘웰빙` 사회가 될 것이다.
[총평]전혜옥 대전전민중 교사
▲ 전혜옥 대전전민중 교사 |
박경서 학생은 서론에서 주제와 관련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내용을 소개함으로써 독자의 흥미를 끌고 있다. 논의하려는 주제와 관련된 사회 분위기를 대변하는 프로그램 이야기로 시작한 점은 적절한 출발이라 할 수 있다. 이 출발은 제시문 (가)에 나타난 물질 중심적 사고와 그로 인한 허위의식을 문제점으로 지적한 본론의 내용을 안내해 주는 역할도 해주고 있다.
본론에서, 우리 사회 웰빙 현상의 문제점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문학 작품 속 주인공의 삶을 통해서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웰빙족의 삶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비교적 잘 알려진 문학작품 속 주인공의 삶을 논거로 제시한 점이 이 글의 설득력을 높여 주고 있다. 또한 언론을 통한 과소비와 허위의식 조장의 문제점을 지적한 데서 이 학생이 문제의 원인을 꿰뚫는 안목이 있음을 볼 수 있다.
또한 제시문(나) 화자의 인생관을 분석하여 대안으로 연결시키는 능력이 돋보인다. 행복이 안에서, 아래에서 온다는 생각은 중학생으로서 깨닫기 힘든 심도 있는 생각이다. 다만 제시한 대안이 좀 더 구체적인 것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작품 속 인물 중 잘 사는 삶이라고 생각하는 인물을 소개해 준다든지, 주변이나 우리 사회 속에서 볼 수 있는 인생 중에서 ‘잘 사는` 삶을 논거로 제시해 준다면 좀 더 힘 있는 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마지막에서, 나누어 줄 수 있는 삶이 진정한 행복이고 웰빙이라는 결론은 중학생으로서 생각하기 힘든 깊이 있는 것으로 칭찬해 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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