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병석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홍보팀장 |
이는 바로 언론의 의제설정기능(Agenda Setting)으로 불린다.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존재한다. 그 중에서 기자는 게이트키퍼가 되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만한 사안들에 대해 소식을 전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언론 특유의 기능이 때로는 문제가 되기도 한다. 어느 하나의 주제에 대해 여러 매체들이 지나치게 경쟁적으로 보도할 경우, 국민들은 그것이 다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한때 황우석 교수와 줄기세포 논란에 온 나라가 휘말리면서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따라서 어떤 보도 내용이라도 모두 그래야 하지만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내용은 특히 옳게 보도되어야 한다. 일부 언론매체가 과학기사를 다룰 때 주로 세계 최초라는 자극적인 용어나 과학기술의 경제적 효과 등에 치우친 과장된 표현이나 내용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이에 따라 일부 과학자들은 매스미디어의 접근을 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현대사회에서 대중과의 호흡을 무시하고 생존, 발전할 수는 없다. 더욱이 어렵고 난해한 내용으로 접근하기 조차 꺼려지는 과학기술분야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과학의 대중화, 과학문화의 확산을 위해서는 대중과 호흡을 함께 할 수 있는 방송, 신문 등 언론매체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어느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주요 일간신문은 일년 전체를 평균할 때 지면의 약 2% 이하를 과학 관련 내용에 할애한다고 한다. 더구나 사설에 과학관련 내용이 실리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며 보도하는 내용자체도 대부분 순수기초과학보도보다는 응용과학이 압도적으로 많이 다루어진다. 장기적이고 교육적인 차원에서의 접근보다는 실용적인 정보전달에만 치우친 보도가 주류를 이루기 때문인 것 같다. 일반인들이 과학에 대해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과학기술분야가 상대적으로 다른 분야에 비해 지면이나 방송시간에서 할애가 적은 것도 사실이다. 언론의 탓으로만 돌릴 일도 아니다.
기초과학분야에서 연구활동을 수행하고 있는 대부분의 연구기관은 연구활동이 앞으로 우리나라 과학기술 및 국가 장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국민에게 알리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어려움이 있다고 해서 그러한 과정 자체를 포기할 일은 아니다. 어떻게 하면 좀더 쉽고 재미있게 국민들에게 연구원의 성과나 역할을 알릴 것인가를 고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는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측정표준 확립을 위해 다양한 분야에 걸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대해 일상생활 속 측정단위 이야기, 공기 질 측정, 의료 측정표준 등 일상생활에서 삶의 질을 높이는 측정표준에 대해 다큐멘터리를 제작 방송해 관심을 이끌었다.
또 다른 예로 ‘저주파 소음이 사람에게 피로함을 준다`는 내용의 보도를 통해 잘 알려지지 않은 `저주파 소음`에 대한 사회적 인식전환의 계기를 마련했으며, 레이저를 이용한 치료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보다 안전한 의료용 레이저의 사용에 표준이 지켜져야 한다는 내용의 방송을 방영했다. 난해하고 어렵다고만 느끼던 과학의 영역을 실생활의 자리로 이끈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과학기술자와 국민을 연결하기 위한 다리로써 매체는 반드시 필요하다. 결국 과학기자나 과학프로그램 제작자는 보도자일 뿐 아니라 과학기술분야에 대한 교육자이다. 따라서 언론에서는 과학기술의 중요성만큼 과학기사나 과학 프로그램의 지면이나 시간을 현행보다 확대시킴으로서, 과학기술에 대한 심층적이고 체계적인 기획보도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더불어 과학전문기자 수의 증가가 필요하며 동시에 기자들이 과학에 대해 보다 더 깊은 소양을 쌓아서 보도의 정확성과 과학기사가 유익하고 재미있게 읽힐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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