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 드라마평론가 |
지난 4월 막을 내린 MBC 아침연속극 ‘그래도 좋아`는 중장년 남성들이 즐겨본 드라마였다. 각기 다른 지점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여자들을 전면에 내세웠던 ‘그래도 좋아`는 `불륜` 일색의 아침연속극에서 벗어난 드라마였다. 사랑없는 결혼을 하지만 그 안에서 행복을 만들어가는 여자 효은, 운명에 역행하면서까지 사랑을 쟁취하려는 여자 명지, 감히 쳐다볼 수도 없는 남자를 가까이에서 모시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여자 정희, 어떤 악조건에서도 가정을 깨지 않고 지키는 것이 행복이라고 믿는 여자 은심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되물은 아침연속극이었다.
아침연속극이 주부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주부 대상의 전형적인 아침연속극에 아버지들이 빠져든 것은 드라마 전공자 입장에서도 잘 이해되지 않는 사회 현상이다. 아침연속극과 중장년 남성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아침연속극은 `불륜`을 미화했다는 것 때문에 많은 비판을 받았다. 가족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하며 사는 것은 비주체적인 인생이라며 주체적인 인생을 살라고 강조한 아침연속극이 `불륜`을 `사랑`으로 미화시키면서 부부 간의 갈등을 조장하고 급기야 가정의 행복을 깨뜨린다고 비판받았던 것이다. 이 같은 비판 이후 아침연속극은 가족과 가정의 행복을 강조한 내용으로 변화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만으로 중장년 남성들이 아침연속극을 시청하는 것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우리 시대 아버지는 어머니와 다른 측면에서 가족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한 존재들이다. 무한 경쟁 구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쳐야 했던 아버지에게 가족은 유일한 버팀목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들의 가정은 어떤 모습인가? 가족 간의 대화가 사라진 지는 이미 오래고, 가정의 모든 것이 자녀 교육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아버지`의 설 자리는 찾기 어렵다. 아버지들은 돈만 벌어오면 되는 `일 개미`로 전락한채, 의지하거나 대화할 상대가 없는 외로운 존재가 되었다. 그래서 가족이나 이웃사촌 같은 존재로 자리매김한 드라마, 특히 가족과 가정의 행복을 모색하는 아침연속극을 보면서 일상 현실의 외로움을 달래는 것은 아닐까? 아침연속극에 빠진 아버지들이 늘어나는 사회 현상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다른 그 누구보다 `아버지`를 먼저 생각하는 가정의 달을 만드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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