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용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본사 마곡사 주지 |
부처님오신 날은 온 인류의 축제이자,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날입니다. 부처님의 탄생과 성도는 인간 능력의 무한 가능성을 확인한 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참으로 나약한 존재로 나고, 늙고, 병들고, 결국엔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 살아가는 과정에서 조차 행복한 삶을 보장받지 못한 상황이며, 인연에 끌려 잠시의 행복과, 괴로움을 반복하며 끊임없이 살다가 죽어가는 존재였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일대사 인연으로 사바세계의 일체 중생들이 부처님의 지혜를 스스로가 열어서 청정한 마음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출현하신 것입니다.
우리가 부처님 오신 날을 봉축하는 것은 사바에 물든 온갖 번뇌와 업장을 가볍게 하고, 마음의 어두운 구석을 환하게 하여, 밝고 맑은 세상이 되기를 서원하며 등불을 밝히기 위함입니다.
부처님께서 쿠시나가라 사라쌍수아래서 열반에 드실 때 많은 신들이 부처님의 입멸을 슬퍼하면서 온갖 꽃과 기악과 무용으로써 부처님을 찬탄하며 예배하고 공양합니다. 이런 광경을 신통력으로 지켜보신 부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비구들이여! 많은 신들이 나를 기쁘게 하기 위해 온갖 향과 꽃은 물론 기악과 무용으로 나에게 공양하고 예배한다. 하지만 이러한 것은 내가 바라는 바가 아니며 나를 기쁘게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바라는 것은 지금까지 내가 가르친 진리를 바르게 이해하고 몸소 실천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진정 나를 기쁘게 하고 나를 찬탄하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부처님 오신날에 절에 가서 등불을 밝히는 것으로써 불자의 도리를 다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불자라면 부처님 탄생일에 절에 가서 등불을 밝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보다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참뜻이 무엇인가?’를 살펴야합니다.
부처님은 입멸직전에 “내가 가르친 바의 법(法)과 율(律)을 너희들의 스승으로 삼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진리와 행을 우리들의 스승으로 삼으라고 하신 것입니다. 이와 같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르게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예경과 공양임을 알아야한다는 뜻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왕자라는 명예와 기득권을 버리고, 일평생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고 중생들과 깨달음의 대화광장을 열었으며, 그 말씀들은 승가공동체로 전승되어 팔만 사천 법문이 되었던 것입니다.
또, 우리가 이겨야 할 가장 큰 적은 탐욕과 분노, 사견이라는 삼독의 무리이며, 이들을 물리칠 칼과 방패는 지혜와 자비뿐인 것입니다.
지혜로운 지도자, 유연한 진보, 대비의 지성들이야말로 화쟁(和諍)하는 공동체의 실재 상속인이며, 우리 모두 수승한 전통을 섬기어 공생과 화평을 실천하는 인류의 조용한 혁명을 시작하자는 것입니다. 화쟁(和諍)하는 인류만이 상생(相生)하는 공동체를 영위할 수 있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출가와 고행을 통해 큰 깨달음을 얻으시고, 만유불성과 동체대비의 가르침으로 중생들의 앞길을 밝혀 주셨습니다. 특히 불교는 우리 민족과 고락을 같이하며 찬란한 문화를 창조하고, 국난 극복과 국가 발전에 큰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이제 선진한국을 만드는 일에 힘을 모아가야 하겠습니다. 원칙과 상식이 통하고 특권과 차별이 발붙이지 못하는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 창의와 다양성이 꽃피고 경제가 활력에 넘치는 경쟁력 있는 나라, 질병과 노후, 주거에 대한 불안이 없고 공평한 기회가 보장되는 희망한국, 이것이 우리가 가고자 하는 선진한국의 모습입니다.
부처님의 탄생은 인류에게 무한 가능성을 활짝 열어 보여 주시었고, 인간이 결코 나약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과,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절대 행복이 무엇인지를 알려 주셨습니다. 즉 존재 자체는 절대 무한의 생명을 부여받고 있음을 알려 준 것입니다.
이것은 참으로 인류에게 있어 너무나도 큰 전환점이 된 것입니다. 괴로움의 삶에서 행복의 삶으로, 항상 하지 않는 삶에서 항상 하는 삶으로, 어리석은 ‘나’에서 밝고 지혜로운‘참나’의 발견으로 인류를 안내해 준 것입니다. 이것이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진정한 뜻일 것입니다. 부처님 오신날을 맞이하여 여러분의 마음속에 어둠을 몰아내고 행복의 불빛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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