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병 시인 “죽을 때도 시만 생각, 행복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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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병 시인 “죽을 때도 시만 생각, 행복할 것”

[작가와의 대화②]근육병 시인 장덕천

  • 승인 2008-05-08 00:00
  • 신문게재 2008-05-09 25면
  • 임연희 기자임연희 기자
“몸이 이렇게 되지 않았다면 시에 몰입하기 어려웠겠죠.”

충남대 경영학과와 경영대학원 졸업, 경영학 전공서적 출간, 공무원, 인켈대리점 사장, 대전 최초 음악감상실 ‘인켈오디오월드’ 운영, 국제라이온스협회 봉사 활동, 기타 하모니카 연주가, 만능 스포츠맨, 대학 때 소설로 신춘문예 당선….

시인 장덕천(70)씨의 젊은 시절 화려한 이력이다. 그러나 지금은 ‘근육병 시인’으로 불린다.

25년 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근육무기력 증세를 앓고 있는 장 씨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생활활하기 어렵다.

“사고 후 의사로부터 6개월도 못 살 거라는 진단을 받았는데 20여년을 더 살고 있으니 덤으로 사는 인생이 아니겠느냐”는 장 씨는 “언제 사그라질지 모르는 삶 속에서 욕망과 집착을 버리니 마음 편하게 문학에 몰두할 수 있어 오히려 행복하다”며 소박한 웃음을 지었다.

고희의 나이임에도 운동으로 다져져 훤칠하고 준수한 외모를 간직하고 있는 장 씨는 현재 대전시 동구 주산동 ‘샘골’의 주택에서 생활하며 다소 늦은 창작열을 치열한 글쓰기로 승화시키고 있다.

“일상을 다른 사람에 의지해 살아가야 하는 게 가장 불편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하다”는 장 씨는 “종일 시를 생각하고 잠자리에 들어서도 시만 떠올리고 있는데 생이 다하는 순간까지 시만 생각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시에는 삶에 대한 진지함과 진실성, 체험을 바탕으로 한 형상화된 언어들이 촘촘히 박혀 있다.

▲ 장덕천 시인
▲ 장덕천 시인
사륜 전동차를 타고 대청호 주변을 산책하며 쓴 ‘샘골의 사계’에는 물아일체의 경지에서 자연을 바라보고 현실의 삶을 그린 듯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또 사고로 인한 신체적 불편과 이로 인한 정신적 고통, 행복했던 시간들에 대한 향수가 애잔하게 펼쳐지기도 한다.

2006년 연말 다섯 번째 시집 ‘풀벌레에게 밤을 내주고’를 발간한 그는 “수련은 초여름부터 초가을까지 무더운 시기에 꽃이 피는 수초중의 왕자”라며 “흔히 흰색과 붉은색 꽃만 생각하는데 수련 종류만도 40여종이며 보라, 노랑, 분홍 등 색도 여러 가지로 각자의 아름다움이 따로 있다”고 설명한다.

작품의 절반이 수련에 대한 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수련에 몰두하고 있는 그의 작품들은 오는 7월 부여 궁남지에서 열리는 연꽃축제에 가면 만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시를 쓰는 것이라는 생각에 끊임없이 작품 활동에 몰두하고 있지만 그래도 건강하다면 가장 하고 싶은 게 테니스”라는 장 씨는 자신의 집을 ‘글사랑놋다리집’이라는 쉼터로 개방해 매년 ‘시와 연꽃의 만남’이란 행사를 통해 대전 충청은 물론 전국 문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전동차에 강아지 한 마리와 즐겨 부는 하모니카를 싣고 해질녘 대청호반으로 길을 나서는 그의 뒷모습은 근육병 환자의 고통 대신 20대 청년의 생기가 시처럼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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