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남인 배재대 교수(예총대전시회장) |
보고 듣고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 너무도 많은 어지러운 세상이지만 이른 아침 맑은 이슬과도 같은 깨끗한 영혼으로 깨어있는 삶을 살게 해 달라고 기도를 하면서 오늘도 느낌 가득한 행복으로 제 마음을 펼치려고 합니다.
우리네 삶은 날이 가면 갈수록 더 치열해지는 것 같습니다.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에 쫓기면서 사는 날도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수많은 격랑 속에서 배가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항로를 따라가는 것은 스스로 균형을 잡기 때문입니다. 우리 삶도 이와 같아야 합니다. 일에 몰두하면서도 또 다른 인생의 소중한 것도 챙겨야 보람되고 균형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마침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가정은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가정은 서로 배려하고 희생하면서 사랑과 신뢰를 쌓아 가는 삶의 터전입니다. 때로는 일에 쫓겨 가정과 가족을 등한히 할 때가 있을 줄 압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저는 개인적인 특별한 경험으로 가정의 소중함을 깊이 알고 있습니다. 가정은 나에게 편안한 ‘휴식’도 주었지만 삶의 굳센 ‘의지’도 주었기 때문입니다.
가정에 관한 자그마한 얘기가 있습니다.
어느 날 아버지가 잘못을 행한 자식을 불러 한껏 꾸짖었습니다. 끝까지 듣고 있던 자식이 ‘아버지는 일이 바빠서 그렇다고 말씀하시겠지만 언제 저하고 놀아주신 적이 있으신가요? 미술관이나 영화관도 같이 가 준 적이 없으시잖아요’ 라고 항변을 했답니다.
그 아버지는 자식을 위해 열심히 살아온 것을 몰라주는 자식이 한편으로 얄미우면서도 모르는 사이 훌쩍 커버린 자식을 대견해 하면서 좀 더 자식과 함께 시간을 갖고 깊이 있는 대화를 하지 못한 것을 후회했답니다. 이번 5월은 이런 일이 없도록 가정의 소중함을 생각하고 함께 자연을 즐기고 따뜻한 대화가 이어지는 그런 달이 되었으면 합니다.
매년 가정의 달, 특히 어린이날을 맞아 부모 입장에서 어린이들에게 선물이나 옷을 사주고 맛있는 음식과 놀이동산에서 신나게 놀게 해주는 것도 좋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어린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유괴와 납치의 예방법으로 길을 묻는 어른들에게 대답도 하지 말고, 아는 사람이 같이 가자고 해도 따라가서는 안 된다고 가르쳐야하는 그런 사회가 아니라, 서로 존중하고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5월은 장미의 계절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 카네이션 꽃이 넘쳐나는 계절일 것입니다. 가장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무거운 어깨를 옮기던 이 땅의 아버지들도 5월의 하루만큼은 붉은 카네이션 한 송이 가슴에 달고 어깨 쫙 펴고 걷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는 그런 계절인 것입니다.
“효도하고서 어질지 않은 사람이 없고, 효도하고서 의롭지 않은 사람이 없으며 효도하고서 예의가 없고 지혜가 없고 신용이 없는 자가 있을 수 없는 것이다.”라고 『효경』은 말하고 있습니다. 효의 실천이야말로 성숙한 인간에 다가서는 길입니다. 부모님이 생존해 계신 분은 한 번 더 살펴드려 주십시오.
오월의 푸름 속에서도 업무에 치여 소중한 것을 놓치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에서 시작한 글이 생각보다 길어졌습니다.
이번 5월은 이런 일이 없도록 가정의 소중함을 생각하고 함께 자연을 즐기고 따뜻한 대화가 이어지는 그런 달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오랜만에 가족들끼리 오순도순 공연장이나 전시장을 찾아 문화의 향기에 듬뿍 취해보는 것은 어떨는지요? 여기저기에 다양한 볼거리와 축제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미술관에서는 세브르도자기전을 비롯하여 다양한 전시가 열리고 있으며 오는 5월12일부터 열리는 시민연극축전에서는 ‘7인의 천사’를 비롯한 여러 연극들과 뮤지컬, 벨리댄스등이 벌어질 예정이며 28일부터는 우리 고유의 춤과 B-Boy댄스, 그리고 벨리 및 라틴댄스 등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준비된 무용축전이 시작됩니다. 꼭 한번 찾으셔서 새로운 감흥을 맛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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