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밖]나는 화장(化粧)이 안 무섭다

  • 오피니언
  • 문화칼럼

[안과밖]나는 화장(化粧)이 안 무섭다

  • 승인 2008-05-08 00:00
  • 신문게재 2008-05-09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세월에 변해버린 날 보면 실망할까봐
오늘도 나는 설레(이)는 맘으로
화장을 다시 고치곤 해
―왁스 「화장을 고치고」 (최준영 작사)


양귀비, 초선, 왕소군, 서시. 미색으로 천하를 뒤흔든 그녀들의 이름은 요리 속에도 남아 있다. 미꾸라지 두부가 ‘초선 두부’, 복어 수컷 정소(이리)가 ‘서시의 젖’이다. 하얀 두부가 보드라운 피부 같고 흰 정액 덩어리가 젖 같아 그리 불렀을 것이다. 미꾸라지는 제국을 멸망케 한 동탁(董卓)일 것이고.

모 CF는 여자의 피부가 권력이라고 선포한다. 미에 관해서 여자는 거의 나치주의자가 되어 화장을 하고 성형을 한다. 저승길 기웃거리며 별신굿을 하는 무당도 틈만 나면 화장을 고친다. 5만 년 전 크로마뇽인도 화장을 했다. 엄마 입술 연지를 몰래 발라본다면 사춘기가 가까운 것이고 눈 화장이 부쩍 거슬린다면 어느덧 늙어간다는 징조다.

진화심리학적으로도 아름다움은 종족 보존에 한 발 유리하다. 다산(多産)의 척도다. 실망할 것 없다. 천하의 여배우도 민낯(‘생얼’) 보이기 무섭고 더 보이기 무서운 건 과거의 얼굴이다. 그리고 누구나 자기만의 매력이 한 가지쯤 있다. 엷든 짙든 품위 잃지 않은 매력은 가꾸기 나름이다. 가꾸는 아름다움도 아름다움이다.

그 아름다움에의 욕구를 이해한다. 그래서 운전 중에 은연중 ‘성차별’을 하게 되는데, 화장 고치며 최저속도로 가는 여자에겐 관대하다. 슬퍼서 화장할지 모르는데, 뒤에 다붙은 마당쇠의 경고 하이빔에라도 쏘이면 슬픔은 켜켜이 얹힐 것이다.

슬플 땐 곱게 화장을 해요 그대의 모습 생각하면서 하하 나는요 슬플 땐 화장을 해요∼ 신효범 노래처럼 남자 모를 깊은 슬픔이 있지 않겠는가. 어젯밤에 치마끈이 절로 풀리고, 로 시작되는 조선 문신 권덕여(權德輿) 시의 끝은 어떻던가.

화장을 차마 그만두지 못하나니
행여 임께서 오시지나 않을까 하여서네
(鉛華不可棄 莫是藁砧歸·연화불가기 막시고침귀)

이처럼 막막한 기다림이 여자를 화장대 앞으로 이끌기도 하지만, 의도적인 외출 준비에 여자는 평생 2년 9개월 이상을 쓴다. 화장을 포함한 출근 준비 시간은 하루 40분, 저녁 외출 준비는 1시간 12분. 남자는 일생의 3개월을 외출 준비하는 여자를 기다리고 남자의 30%는 이 석 달을 못 참아 이별을 고려하나니 두루 참고를 요한다.

며칠 전의 일. 앞서 걷던 처자의 삼삼한 뒷모습이 어째 눈에 익었다. ‘우리 딸 같다.’ 잠시 후 고개를 돌리는데 ‘딸 아니구나.’ 아차 하며 목례 시늉이나 하고 지나려는데 그 처자 날 부르는 소리, “아버지…!” 대학생인 딸도 권력자이고 싶어 혁명을 시도하는 게로구나. 이제부터 슬슬 메이크업에도 관심을 가져야겠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2.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3.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4.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5.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