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설레(이)는 맘으로
화장을 다시 고치곤 해
―왁스 「화장을 고치고」 (최준영 작사)
모 CF는 여자의 피부가 권력이라고 선포한다. 미에 관해서 여자는 거의 나치주의자가 되어 화장을 하고 성형을 한다. 저승길 기웃거리며 별신굿을 하는 무당도 틈만 나면 화장을 고친다. 5만 년 전 크로마뇽인도 화장을 했다. 엄마 입술 연지를 몰래 발라본다면 사춘기가 가까운 것이고 눈 화장이 부쩍 거슬린다면 어느덧 늙어간다는 징조다.
진화심리학적으로도 아름다움은 종족 보존에 한 발 유리하다. 다산(多産)의 척도다. 실망할 것 없다. 천하의 여배우도 민낯(‘생얼’) 보이기 무섭고 더 보이기 무서운 건 과거의 얼굴이다. 그리고 누구나 자기만의 매력이 한 가지쯤 있다. 엷든 짙든 품위 잃지 않은 매력은 가꾸기 나름이다. 가꾸는 아름다움도 아름다움이다.
슬플 땐 곱게 화장을 해요 그대의 모습 생각하면서 하하 나는요 슬플 땐 화장을 해요∼ 신효범 노래처럼 남자 모를 깊은 슬픔이 있지 않겠는가. 어젯밤에 치마끈이 절로 풀리고, 로 시작되는 조선 문신 권덕여(權德輿) 시의 끝은 어떻던가.
화장을 차마 그만두지 못하나니
행여 임께서 오시지나 않을까 하여서네
(鉛華不可棄 莫是藁砧歸·연화불가기 막시고침귀)
이처럼 막막한 기다림이 여자를 화장대 앞으로 이끌기도 하지만, 의도적인 외출 준비에 여자는 평생 2년 9개월 이상을 쓴다. 화장을 포함한 출근 준비 시간은 하루 40분, 저녁 외출 준비는 1시간 12분. 남자는 일생의 3개월을 외출 준비하는 여자를 기다리고 남자의 30%는 이 석 달을 못 참아 이별을 고려하나니 두루 참고를 요한다.
며칠 전의 일. 앞서 걷던 처자의 삼삼한 뒷모습이 어째 눈에 익었다. ‘우리 딸 같다.’ 잠시 후 고개를 돌리는데 ‘딸 아니구나.’ 아차 하며 목례 시늉이나 하고 지나려는데 그 처자 날 부르는 소리, “아버지…!” 대학생인 딸도 권력자이고 싶어 혁명을 시도하는 게로구나. 이제부터 슬슬 메이크업에도 관심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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