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수 건양대학교 총장 |
가족이란 무엇인가. 전통 사회에서 가족은 소유권의 주체로서 생산과 소비가 완결되는 경제공동체였으며, 씨족과 혈족의 집합체였다. 가족은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국가와 민족의 삶의 기반이며, 국가 사회를 형성하는 기본조직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의 경제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가족의 기능은 급속도로 축소되고, 그 형태도 다양해졌다.
특히, 세계화의 열풍과 제3세계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노동자와 국제결혼에 의한 이주 여성 등의 유입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의 의사소통 문제, 교육 문제, 인권 문제 등이 우리 사회의 새로운 관심사로 자리 잡고 있다.
해마다 국제결혼이 증가하면서 다문화 가정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다문화 가정은 국제결혼을 통한 이민 여성과 한국인 남자, 그리고 2세들로 구성된 가족이 대표적이다. 이들 다문화 가정은 이미 자녀들을 초, 중학교에 보낸 만큼 이미 우리 사회에서 어렵지만,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그만큼 결혼 이민 여성들에게 이제 우리나라는 제2의 고향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10년 넘는 기간 동안 한국에서 살았지만 이들 이주 여성들은 아직까지 우리말에 서툴고, 우리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과 부적응으로 갈등과 위기를 맞기도 한다.
때문에 자녀 교육에 있어서 이들의 고민 중 하나는 과제 지도 등 자녀의 가정 내 학습에 큰 도움을 줄 수 없었다는 점이다. 또한 피부색 등이 다른 자녀들이 친구들 사이에서 놀림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청소년기의 자녀들이 정체성 혼란의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혼 이주 여성과 가족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공식, 비공식적인 사회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예부터 백의민족과 단일 민족 국가임을 자랑스럽게 여겨오던 우리나라가 급격하게 다문화 사회로 이행하면서 다양한 가치적 문제와 문화적 갈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충돌은 말 그대로 변화의 진통일 따름이며, 가치를 따지기에 앞서 이미 우리 사회의 엄연한 현실이다. 세계 각국에서 이미 이른바 세계화, 국제화 시대를 맞으며 경험한 현상이기도 하다. 다만 국가 사회의 문화가 다르고 역사가 다른 만큼 각기 다양한 방식으로 대처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개인이 건강하다 함은 외부의 환경변화에 적응력이 강한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가족이 건강하다 함은 외부의 자극이나 변화에 긍정적으로 대처해 나가는 가족을 의미한다. 건강한 가족이란 서로 협동하고, 인내하고, 그리고 타협해서 공동체로서의 유대감을 다져가는 그러한 가족을 말한다. 이는 국가사회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건강한 국가, 건강한 사회라 하면 변화와 도전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적응해나가는 사회이다. 다문화 가족의 어려움은 우리 사회의 보다 적극적이고, 관용적인 포용을 통해 더 큰 공동체로 받아들임으로써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가족 본래의 정체성과 가치를 지키는 가운데 이러한 적응을 이루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 문화와 우리사회의 전통적인 가족윤리를 튼튼한 뿌리로 삼아 다문화 가정을 우리 사회의 새로운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
이러한 전통가치의 보존과 새로운 사회적 요구의 조화라는 과제를 해결해나가는 일에 대학이 앞장서야 할 것이다. 대학은 고도의 지적 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역할을 하며, 연구, 교육, 봉사의 활동을 사명으로 하는 지성인의 공동체이다. 따라서 대학은 우리 전통 문화 속의 가족가치를 전승하고, 창조시켜 현대사회의 다양한 가족문제 해결의 핵심 아젠다를 제시해 나가는데 주도적 역할을 하여야 할 것이다.
이는 다문화 가정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지원하는데 대학 내의 다양한 언어, 문화학습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대학생들의 자원봉사활동을 장려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실천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무지개가 아름다운 것은 일곱가지 색깔들이 모두 어울려 아름다운 빛을 내기 때문이다.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되, 하나의 아름다움을 위해 빛을 낼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바로 대학이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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