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보면 누가 스승이고 누가 제자인지 구별이 쉽지 않은 고희의 스승에게 열아홉 청년에서 어느덧 쉰셋의 장년이 된 제자들은 “선생님의 꼿꼿한 어깨와 맑은 목소리가 어디서 나오는지 부럽다”며 너스레를 떤다.
충남고등학교 13회 졸업생 가운데 당시 3학년 4반이었던 학생들이 6일 한밭교육박물관 추억의 옛 교실에서 담임 교사였던 안태영 전 대전 서부교육청 교육장을 모시고 반창회를 했다.
이들은 지난 1975년 고교 졸업 후 현재까지 34년간 매년 스승의 날을 즈음해 안 전교육장을 모시고 스승의 날 행사를 가지며 사제 간의 정을 이어오고 있다.
오광식 교감(대전신일여고)은 “나이를 먹고 나 역시 교사가 되고 보니 ‘선생님’이란 말은 들어도 ‘광식’이라는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은 없다”며 “교복 입은 까까머리 시절 내 모습을 여전히 기억하는 선생님이 계시기에 여전히 ‘광식아~’라는 정겨운 말을 듣는 게 아닐까 싶어 감사한다”고 말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힘겨웠던 고3시절 국어 교사였던 안 선생님은 가끔 오후 수업에서 피곤할테니 책을 덮고 잠시 눈을 붙이라고 하셨다”고 회상한 손차준 변호사는 “억지로 엎드려 자는 우리에게 선생님은 염상섭의 ‘두 파산’과 게오르기우의 ‘25시’ 등 책과 영화 얘기를 해주셨는데 후에 대학시험에서 이 문제들이 나오더라”고 들려줬다.
자신도 교사지만 안 전교육장의 인기가 부럽다고 밝힌 민형식 교사(신탄중앙중)는 “충남고와 대전고, 부여고 등 스승의 날이면 선생님께서 근무하신 여러 학교 제자들이 서로 선생님을 서로 모시려해 스케줄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민 교사는 또 “남학생들이라도 안 선생님의 국어 시간을 무척 좋아했는데 이는 선생님께서 문학, 역사 등 다방면의 지식과 정보를 전해주셨기 때문으로 시대를 막론하고 교사가 존경받고 학생들에게 인기가 있으려면 역시 질 높은 수업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듯하게 잘 자란 제자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하다는 안 전교육장은 “당시 3학년 4반은 문과 우수반으로 모두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인데 나를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교사로 기억해줘서 오히려 고맙다”면서 “스승은 점차 사라지고 교사만 남는다는 둥 학교교육이 무너졌다는 둥 교육의 위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픈데 이렇듯 사제 간 정을 변함없이 이어오는 모습을 보니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한편 이날 자리는 백영배 한밭교육박물관장의 주선으로 박물관내 추억의 옛 교실에서 진행됐는데 백 관장은 “학창시절 나무 책걸상과 난로, 도시락, 교복 등 다양한 학습용품과 교구 등을 준비한 추억의 옛 교실에서 스승을 모시고 동창회나 반창회를 하면 아련한 추억을 회상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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