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 (다)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사회적 변화의 특징을 분석하고, 이러한 변화로 인해 초래될 수 있는 부정적 결과를 지적한 후, 해결 방향에 대해 논술하시오.
[유의 사항]
① 제시문의 문장을 그대로 쓰지 말 것
② 전체 분량은 1600(±160)자 내외로 할 것
③ 시간은 120분임.
(가) “맛난 음식 먹으며 남편과 데이트해요”
- 교육 수료 5개월 만에 24개 업체 맡은 미스터리 쇼퍼 정영미씨 -
정영미(38)씨가 오래 근무하던 회사를 그만둔 것은 2006년 12월이었다. 나이 때문에 재취업은 어렵지 않을까, 고민하다가 외식업 창업을 생각하게 됐다. 회사에서 마케팅, 영업 관리, 대표이사 비서직까지 여러 직책을 두루 거쳤지만 당장 음식점을 차리려니 막막했다. 창업의 기초를 다질 생각으로 노사공동 재취업센터를 방문했다가 ‘미스터리 쇼퍼`라는 직업을 만났다. ‘미스터리 쇼퍼`(Mystery Shopper)란 ‘불법이나 위반 행위를 점검하기 위해 소비자로 위장한 사람`(2003년 국립 국어원 신어자료집)을 뜻한다. 즉, ‘일반 고객으로 가장하여 매장을 방문한 뒤 물건을 사면서 점원의 친절도·외모·판매 기술·사업장 분위기 등을 평가하여 개선점을 제안하는 직업이다.
“미스터리 쇼퍼라고 해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는 많은 돈을 벌 것이라는 기대 속에 이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일자리를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돈보다는 이 일을 즐기는 분들이라면 적극 권해드리고 싶어요. 제겐 맛난 음식도 먹고 모처럼 아이들 떼놓고 남편과 데이트도 즐길 수 있는 이 일이 정말 즐겁거든요. 앞으로의 창업에도 도움이 될 테고요.” 미리 체크리스트를 숙지하고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등 사전 준비와 동행인의 복장까지 신경 쓰는 세심함, 중간 중간 휴대전화를 꺼내 기록도 해두어야 하는 부지런함도 필수적이다.
“미스터리쇼핑을 통해서 그 회사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죠. 그것이 회사를 성공으로 이끌고 직원들의 사기도 올려준다면 미스터리 쇼퍼로서 자긍심을 갖게 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 000신문, 2008. 2. 28 -
(나) 직장인 15.9%가 `우울증`.`오락 문화업` 가장 위험
한림대의대 가정의학과 조정진 교수팀은 전국 50인 이상 329개 사업장의 근로자 8천 522명을 대상으로 `직무스트레스와 우울증`의 관련성에 대해 연구한 결과, 전체 우울증 유병률이 15.9%에 달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대한직무스트레스학회에서 만든 한국인직무스트레스 측정도구를 이용한 첫 대규모 조사로,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은 국제학술지(Int Arch Occup Environ Health) 2월호에 실렸다.
논문에 따르면 직업별 우울증 위험도를 비교했을 때 △오락 문화 및 운동 관련 서비스업 3.45배 △숙박 및 요식업 3.34배 △부동산 및 임대업 2.24배 △도매 및 소매업 1.85배 △운수업 1.85배 △금융 및 보험업이 1.6배 등의 순으로 차이를 보였다.
이들 업종은 고객을 많이 접촉하는 업무의 특성상 `감정노동`이 필요한 업무가 스트레스를 유발해 우울증 위험도를 높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 00뉴스, 2008년 3. 31 -
그녀는 항공사에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인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손잡이를 꽉 그러쥐고 있었다. 그러다 비행기가 최고 속력으로 이륙하는 순간 그녀의 얼굴에 잠시 공포의 빛이 스쳐갔다. 하지만 이내 그녀는 내가 그녀 얼굴을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턱에 잔뜩 힘을 준 채 ‘빙그레`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 순간 난 그 가장된 미소의 위력을 실감했고 지금에까지 그 순간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사회학자 호쉬차일드의 스튜디어스에 관한 논문에 따르면(1983), 스튜어디스의 가장된 웃음은 ‘감정 노동`의 대표적인 예다. 장기간의 항공 이동에 따른 피로감을 가지고 있음에도 승객들에게 친절한 서비스와 밝은 웃음을 제공하는 그녀들은 만성적인 피로 때문에 약물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광고가 조장하는 성적인 이미지를 그대로 재현해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 게 통상적인 예다. 친절과 웃음이라는 감정 노동이 스튜어디스의 이미지 전체를 구속하는 사회적 통념에 의해 그녀들은 지속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관광, 여행, 유흥 등 서비스 산업들이 늘어가면서 감정 노동의 영역이 훨씬 더 확장되고 있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손을 가지고 하는 행위들만이 아니라, 억지로 웃음 짓고 허리를 굽히고 목소리를 부드럽게 다듬는 행위들 역시 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엄연히 노동인 것이다.
우리는 스튜어디스들만이 들어갈 수 있는 비행기 안의 스텝용 공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곳은 ‘무대 뒤편`이며 스튜어디스들이 감정 노동에서 벗어나 자신의 자아와 만나는 지점이다. 그네들은 아픈 팔다리를 그곳에서 주무를 것이며, 웃음 대신 피곤과 우울 때문에 울음을 터뜨릴지도 모른다. 또 어떤 사람은 두통약을 먹겠고, 또 어떤 이는 다시 섹시해지기 위해 화장을 할 것이다. - 이송희일(영화감독), http://gondola21.com -
[논제 분석 및 출제 의도]
이번 논제는 ‘친절한 서비스 제공`이 이윤 추구의 새로운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는 현상에 대해 비판적으로 고찰하여, 그 부정적 영향에 대해 지적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서술하라는 문제이다. 논제의 요구사항은 세 가지로, 첫째, 제시문 (가) ~ (다)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사회적 변화의 특징을 분석하라는 것, 둘째 이러한 변화가 초래할 수 있는 부정적 결과를 지적하라는 것, 셋째,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라는 것이다.
제시문 (가)는 ‘미스터리 쇼퍼`라는 신종 직업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이 어떠한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분석해 낼 수 있다. 즉, 기업들은 철저한 서비스 관리 시스템을 마련하여 소비자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고자 몸부림 치고 있는 것이다. 제시문 (나)는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우울증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통계자료이며, 제시문 (다)는 감정노동의 굴레에 묶여있는 스튜어디스들의 고충과 양면성을 보여주는 글이다. 이를 통해 과도한 감정노동이 관련 종사자들의 삶을 황폐화시킬 수 있음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흐름으로 글을 구성하면 될 것이다.
[학생글] 충남고 2학년 구남욱
▲ 구남욱 충남고 2학년 |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 가치는 모든 것에 선행한다. 기업들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상품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뿐만 아니라 친절하고 세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이러한 과정에서 기업은 직원들에게 단정한 복장과 미소, 친절한 언행을 강조하며,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직원들의 서비스 상태에 대해 끊임없이 감시하게 된다. 점원의 친절도와 판매기술, 분위기 등을 평가하는 미스터리 쇼퍼라는 신종 직업은 기업의 이러한 경영 태도를 잘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언제나 미소를 띠어야 하는 직원들은 정서적으로 큰 부담을 겪는다. 자신의 감정 상태에 대한 고려 없이 언제나 웃음 짓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직원들의 친절을 자신의 소비행위를 통하여 정당화 해버리고 그것을 무시해 버린다. 이러한 무심함은 직원들에게 스스로가 도구화 되어간다는 느낌을 받게 해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 제시문 (나)에 의하면 감정노동이 요구되는 오락 문화 및 운동관련 서비스업은 다른 직종에 비해 스트레스의 정도가 커서 우울증 유발 위험도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친절의 강요가 서비스업 종사자들을 정신병의 위험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셈이다.
감정노동의 강요로 인한 또 하나의 문제점은 감정노동을 강요받는 대상이 대부분 여성이라는 점이다. 우리 사회에서 깔끔한 제복을 입고 미소를 머금으며 친절한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도록 요구받는 이들은 대부분 여성이다. ‘친절한 미소`의 대명사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튜어디스를 떠올리는 것은 우리사회의 마초적 속성을 보여주는 한 예이다. 이러한 성 역할의 고정은 우리 사회에 또 다른 상하 관계, 즉 남존여비 의식의 심화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의식이 개선되어야 한다. 진정한 인간미는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것을 소비자들이 인식해야 한다. 소비자는 그들을 위해 봉사하는 직원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보아야 한다. 점원들의 친절을 당연히 누려야 할 것으로 생각하여 무심히 지나치지 말고, 소비자 역시 가벼운 미소로 그들의 친절에 반응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점원이 허리 숙여 인사했을 때 가벼운 목례로 답해 주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일방적이고 가식적인 친절이 아니라 양 방향적이고 진심이 담긴 친절이 오고 감으로써 소비자와 점원은 서로 즐거울 수 있다.
이러한 전 인격적 관계 회복의 노력이 사회 전체에 확대되어 적용된다면, 사회 구성원 간의 인격적 관계 형성이 가능해지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 통합이 원활하게 이루어져 우리 사회는 훨씬 인간미 넘치고 여유로운 곳이 될 것이다.
[총평]충남고 교사 강인홍
▲ 강인홍 충남고 교사 |
서론에서 쇼핑몰의 일상적인 풍경을 제시함으로써 친절 마인드가 확산되어 있는 우리 현실의 모습을 부각시킨 점도 적절했으며, 친절의 강조로 인해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우울증 발병 위험이 매우 높다는 점 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감정노동을 요구 받는 대상이 주로 여성이라는 점까지 예리하게 지적하여 남존여비의 사고방식이 고착될 수 있는 위험을 경계한 점이 매우 훌륭하다.
다만 학생은 문제의 해결책으로 소비자들의 서비스 수용 자세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는데, 감정 노동이 본질적으로 기업의 이윤 창출을 위한 경영 전략의 산물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감정노동으로 인한 부정적 결과에 대해 마땅히 기업 측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는 점을 간과(看過)한 채 소비자 측의 태도 변화만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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