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논술 짱]사이버 공간은 정신을 위한 새로운 공간인가

중도일보-대전광역시교육청 공동기획 고등논술

[논제]
제시문 (다)에 대한 글쓴이의 입장을 정리한 후, (가)와 (나)의 내용을 참고하여 사이버공간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시오.

<유의사항>
① 논지나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할 것.
② 1200자(±100) 분량으로 할 것.
③ 시간은 120분임.

▲ 이소연씨

(가) 이소연(29)씨가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착해 본격적으로 과학실험 임무 수행에 들어가면서 우주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씨가 이번에 수행하는 18가지 실험은 당장은 응용이 가능하지 않다고 해도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나노기술(NT), 바이오기술(BT) 등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은 우주기술이, 잠재력이 무한한 미래 첨단기술사회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우주기술 개발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그의 저서 ‘부의 미래`에서 “우주사업 1달러 투자가 7~12달러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고 예언한 바 있다. 현재 우주 관련 산업 규모는 1000억달러 정도로 평가되며 앞으로 시장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소련의 스푸트니크호 발사 및 1961년 유인 유주선 발사가 이뤄지면서 우주 경쟁은 본격화됐다. 이러한 경쟁 속에서 우주 탐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각종 과학기술이 개발됐고 이 기술들은 실생활에도 활용되기 시작했다.

실생활에서 활용되는 이 기술은 우주선 내부에서 머리카락이나 먼지를 처리할 목적으로 개발된 진공청소기 뿐 아니라 방화복·방열복은 태양이 비칠 때 섭씨 120도 이상 올라가는 우주 온도를 고려해 만든 우주복 소재(방열 폴리에스틴지)와 동일한 소재로 만들어진다.

또한 무거울수록 비용이 많이 드는 우주선을 가볍게 만들기 위해 개발된 티타늄도 실생활에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장애인들의 의족, 초경량 골프채 등이 티타늄을 이용한 물건들이다. 이밖에 정수기, 전자레인지 등도 우주인의 생활 편의를 돕기 위해 연구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들이다.

미래 사회 우주기술 응용 분야 중 가장 주목받는 곳은 의료계이다. 우주 공간에서 거리 측정을 위해 사용됐던 레이저, 우주 사진 촬영 기술을 이용한 자기공명영상(MRI), 단층촬영기기(CT) 등은 이제 이미 의료계에서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무중력 원리를 이용한 디스크 치료 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무중력 상태를 이용해 환자의 통증을 줄이면서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00일보 2008.4.12>

(나) 인간은 새로운 우주론 덕택에 무지의 암흑에서 진리의 찬란한 빛으로 진보했다. 우주의 진정한 체계가 발견됨에 따라, 인간은 마침내 자신이 우주 내의 어느 곳에 서있는지 알게 되었다. 태양이 지구를 대신하여 행성체계의 중심에 들어선 것과 마찬가지로, 과학 역시 신학을 물리치고 인간의 지식체계의 중심을 차지했다. 이제 인간의 정신이 진정한 빛의 근원을 탐구하게 되면서, 진리를 향한 끝없는 도약이 미래를 가득 채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현대 우주론의 엄청난 성과에도 불구하고, 서구는 철저한 물리주의의 길을 따라 내려오는 동안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중요한 것을 또한 잃어버렸다. 현대 우주론이 성공을 거두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공간의 동질화로 인해 영혼 또는 정신의 공간이 우리의 세계관에서 추방되어버린 것이다. 동질적인 공간은 오직 한 종류의 실재만을 수용할 수 있었다. 중세 우주론에서 육체와 영혼은 공간이 비동질적이라는 믿음 때문에 공존할 수 있었다. 반면에 근대의 우주론자들은 지구 공간과 천체 공간의 중세적 구분을 폐기함으로써 실재를 고전적인 육체-영혼이항체계의 절반으로 축소시켰다. 게다가 물질 공간이 무한으로까지 일단 확장되어버린 다음에는, 어떠한 형태로든 영혼 공간이 들어설 수 있는 자리는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좀더 적나라하게 말해서, 근대 우주론의 무한 공간에는 ‘영혼`이니 ‘정신`이니 하는 것들이 존재할 장소가 전혀 없었다. 물질의 세계가 무한한데 영혼의 세계가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물진세계의 한계가 없어짐으로써 기독교적인 영혼의 세계는 우주로부터 삭제되었다. 이러한 삭제는 서구를 정신적 위기에 빠뜨렸으며, 우리는 그 여파 때문에 아직도 고통을 겪고 있다. -마가릿 버트하임, <공간의 역사>

(다) 사이버공간은 빅뱅에 견줄 만한 기하급수적인 힘으로 현재 우리 눈앞에서 폭발하고 있다. 우주론자들은 우주의 물질 공간이 약 150억 년 전에 무에서 폭발하여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하는데, 사이버공간도 역시 무에서 시작되었다. 현재 우리는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공간, 새로운 영역의 탄생을 목격하고 있다. 서로 연결된 전 지구적 컴퓨터 네트워크 공간은 이전과 다른 영역으로 팽창하고 있다. 물질공간처럼, 이 새로운 사이버공간은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면서, 끊임없이 팽창하고 있다. 무에서 시작한 지 약 30년 만에 사이버공간은 인간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영토`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발전의 중요성을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 어떤 의미에서 실리콘 칩은 우리를 형이상학적 통로로 이끈다. 한 웹사이트에서 다른 웹사이트로 여행하는 나의 ‘운동`은 어떠한 역학 방정식으로도 설명될 수 없고, 내가 활동하는 온라인 공간은 어떠한 물리적 미터법으로도 측정할 수 없다. 여기에서 ‘공간`의 개념 자체는 지금까지 거의 이해된 바 없는 새로운 의미를 띠게 된다. 역설적이게도, 사이버공간은 물리학적 과학기술의 부산물이다. 만 사이버공간이 물리학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순전히 물리주의적인 실재관에 얽매이지는 않는다.

소위 ‘과학의 시대`에 우리들은 철저히 물리적인 공간의 개념에 길들여져서, 사이버공간을 진정한 ‘공간`으로 받아들이는 데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 그러나 내가 사이버공간에 ‘들어갔을 때`, 나의 몸은 의자에 편하게 앉아 있지만, ‘나`는 자체적인 논리와 지형을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세계로 송신된다. 분명히 그것은 내가 물질세계에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즉, 어떤 것이 물질적이지 않다고 해서 실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 나는 거기에 있다. 우리는 사이버공간을 순전히 물리주의적인 세계상에서 거부당한 인간의 비물질적 측면을 부분적으로나마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사이버공간은 정신을 위한, 특히 상상력을 위한, 새로운 영역이 되었다. -마가릿 버트하임, <공간의 역사>

<출제의도>
최근 들어 사이버 공간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음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게다가 가상현실 사이트가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일상생활까지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되었다. 앞으로는 더욱 사이버공간에 대한 영향력이 커질 전망이다. 요즘은 우주공간도 인간이 여행할 수 있고, 생활할 수 있는 영역으로 공간의 개념이 확장되었다.

인터넷의 폐해를 묻는 논제는 그동안 많이 다루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보다 큰 ‘공간`의 개념으로 사이버문제를 다루어 보고자 하는 것이 출제의도이다. 사이버 공간을 주제로 한 이번 제시문은 계열 상관없이 폭넓은 독서 경험과 깊이 있는 사유 능력을 평가하는데 유용한 단서를 제공해주리라 생각된다. 이 논제는 제시문을 통하여 사이버공간에 대한 긍정적인 견해를 제시해주고 이를 학생들에게 파악하게 한 후에 사이버 공간에 대한 학생들 각자의 의견을 정리하는 시간을 주고자 출제하였다.

1) 새로운 ‘공간`개념에 초점을 맞춘 글쓴이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한 후에, 2) 사이버 세계를 다소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는 글쓴이의 견해에 대한 반론으로서 사이버 세계 역시 영혼의 자유나 상상의 세계를 확장하기보다 이를 제한할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음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거나, 3) 사이버공간이 정신적인 영역을 확장하면서 우리 삶에 어떠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지, 혹은 어떻게 하면 지금보다 더 긍정적인 공간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인지를 서술할 수 있다.

[학생예문]호수돈여자고등학교 3학년 손보미

▲ 손보미 호수돈여자고등학교 3학년

제시문 (다)에서는 사이버 공간의 탄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글쓴이는 과학기술의 산물인 사이버 공간은 인간의 물리적 측면이 아닌 정신적 측면, 즉 인간 고유의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한다. 이 공간이 인간의 비물질적인 측면을 위한 영역이기 때문에 사이버 공간의 괄목할 만한 성장을 글쓴이는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근대 과학의 발달, 특히 우주 분야의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우리는 많은 편리를 얻고 우주라는 광활한 공간으로의 진출을 시작하게 되었다. 과학자들은 그 우주를 탐사하기 위한 연구 과정에서 발견한 과학의 원리와 개발해 낸 많은 기술들을 우리 실생활에 도입해 생활의 편리를 도모하였다.

이처럼 근대 과학기술의 발전은 우리 인간에게 우주의 진리를 깨닫게 하고 일상생활의 편리와 새로운 활동공간에 대한 기대감을 제공했지만 제시문 (나)에서 제시된 것과 같은 문제점 역시 야기했다. 인간을 인간이게끔 하는 ‘정신`이 많은 물리적 성과들에 밀려 설 자리를 잃었고, 정신이 존재할 공간을 잃은 뒤 인간들은 물질적인 것만을 추구하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 지적인 성취와 물리적인 성과를 이루어 냈지만 정신적 가치관을 확립하지 못한 지적인 동물에 불과하게 되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정신`은 최근에 그들의 활동영역을 찾았다. 사이버 공간이다. 사이버 공간은 물리적인 공간이 아니라 가상의 공간이므로, 우리가 사이버 공간으로 들어갈 때는 우리의 물리적인 신체가 아니라 비물리적인 정신만이 그 속으로 들어간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영혼만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얻게 된 것이다. 물리적 공간에는 무한한 물질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정신적 가치가 설 틈이 없었지만, 사이버 공간의 출현으로 정신적 가치가 물질적인 것들과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을 얻었다. 이것은 물리적 공간은 아니지만, 새로운 개념의 공간 확장임과 동시에 인간의 삶을 다양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사이버 공간은 누구든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먼저 정신의 활동영역으로 인정될 수 있다. 또한 사이버 공간은 정신적 공유와 함께 지적인 공유가 가능한 공간으로 다양한 정보를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광대한 공간이다. 이것뿐만 아니라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사이버 공간이 지닌 가치는 막대하다. 이 정신적 활동 공간을 현명하게 활용함으로써 인간은 비로소 물질적 영역과 정신적 영역을 갖춘 인간다운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총 평>
호수돈여자고등학교 교사 박창연

▲ 박창연 호수돈여자고등학교 교사

물질적인 것이 중시되는 황금만능주의 시대에서 서구의 물리적인 세계관에는 영혼, 정신의 공간이 없고 물질의 물리적 실재만이 존재한다. 정신적 영혼의 장소는 항상 ‘너머`에 있다고 믿어오다가 물질의 세계가 무한하다는 것을 알고 난 뒤 영혼의 세계는 갈 자리를 잃어 버렸다. 그런데 정보화 사회에서 등장한 사이버 공간은 이런 정신적 영혼의 세상을 위한 새로운 공간이 되었다. 이것이 글쓴이의 주장이다.

이 학생은 이런 글쓴이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 사이버공간의 유용성에 대하여 의견을 피력하였다. 물질주의에 희생된 정신적 영역이 비로소 자유함을 얻고 인간의 삶이 풍요하고 다양해졌다는 의견이다. 논제에 충실하면서도 문장의 전개가 자연스러운 논술문이다. 그러나 내용면에서 약간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인간이 사이버 공간을 확장해 나가면서 마치 유토피아라도 만난 듯이 지나치게 긍정적인 면만을 보고 있는 점이다.

긍정적인 견해를 쓰더라도 최대한 반박을 예상하면서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또한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세계는 물질적인 세계이고, 사이버 공간은 정신적인 세계라는 이분법적 사고로 글의 논리가 전개되고 있다. 사이버공간이 정신적인 영역을 확장시키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고 해도 물질적인 가치가 개입될 여지는 충분히 있고, 실제로 정신적인 세계를 추구한 사이버 공간은 여러 가지 문제와 함께 물질세계에서 나타난 병폐까지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분법적은 사고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리고 좋은 글은 구체적인 논거가 있는 글이다. 그러나 이 글에는 구체적인 논거가 부족하다. 즉, 사이버 공간이 ‘정신적인 면에서 긍정적인 공간이다`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사이버 공간이 상상력의 전개를 위한 공간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구체적인 논거와 함께 전개되었다면 더 좋은 글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