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맹현 대전홀리클럽회장(한전원자력연료 사장) |
몇 해 전 한 신용카드사의 광고카피로 등장한 이 말은 어느새 일상생활에서 심심치 않게 사용하는 덕담 중 하나가 되었다. 또한 대형서점에서 발표하는 베스트셀러에서 ‘부자’란 단어가 들어간 제목의 책을 쉽게 발견할 수 있고, 요즘은 아예 서점마다 ‘부자학’이라는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그만큼 부자는 모두가 희망하는 이 시대 최고의 화두가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부자가 되는 비결은 무엇일까? 세계적 투자은행인 메릴린치의 보고서에서는 부자들의 덕목으로 절약과 인내를 꼽고 있다. 보통의 월급쟁이가 부를 축적하기 위해서는 투자수익률을 높여야 하는데, 연간 10%의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쏟아 공부해야 하지만 그에 해당하는 소비를 줄이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에 부자가 되기 위한 첫 번째 비결은 절약이라고 많은 부자학 책에서는 설명한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절약은 더 큰 부를 위한 지연된 소비로 이해될 수 있다.
수십 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에게는 보릿고개라는 말이 있었다. 당시는 근검절약은 생존과 직결되는 시대였던데 반해 소비가 미덕으로 간주되는 지금에 와서 절약은 자칫 진부한 주제일 수 있으나, 부자학 책에서는 현대에 있어 절약의 의미를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절약이 단순히 개인의 부를 축적하는 수단으로만 의미가 있는 것일까? 절약은 윤리의식과도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의 역사를 살펴보면 우리 선조들에게는 ‘청백리’라는 제도가 있었다. 청백리는 관직수행능력과 청렴·근검·도덕·경효·인의 등의 덕목을 겸비한 조선시대의 이상적인 관료를 선정하여 부여하는 칭호였다. 이 제도는 효율성과 개인의 능력을 중시하는 지금과 동떨어진 느낌을 자아낼 수도 있지만, 많은 능력을 가진 자에게 높은 윤리의식 즉, 근검절약하는 검소한 삶을 요구했던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읽어낼 수 있다.
이렇듯 근검절약은 가난한 자가 부자가 되기 위한 노력의 차원을 넘어선다. ‘소유할 능력이 있다면 그것을 소비해도 된다’라는 논리를 편다면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인간은 파국을 면치 못할 것이다. 한 나라 안에서 소득의 불평등이 존재하듯 세계적으로는 국가별로 부의 불평등이 존재한다. 어떤 곳에서는 쉽게 벌 수 있는 만원이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에서는 일 년 동안 아무리 일해도 모을 수 없는 돈이기도 하다. 아무 생각 없이 버린 종이컵과 전기소비로 버린 천원이 지구 어딘가에서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누군가에게는 하루의 식량이 되기도 한다. 또한 물건을 만들어내는 데는 수많은 이름 모를 사람들의 정성과 피땀 어린 노력이 존재한다. 아무리 그 물건에 대해 돈을 지불하였다 하더라도 그 물건을 생산하는 모든 참여자에게 정당한 대가가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지난 3월 우리나라를 방문하여 서울대에서 공개강연을 한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 교수는 ‘위험사회’라는 그의 저서에서 근대사회의 위험성에 대해 고발하면서 위험이 분배되는데 있어서도 계급이 존재하였지만, 점점 더 에너지 고갈과 환경오염 등으로 인한 위험은 무차별적임을 역설하고 있다. 에너지 고갈과 환경오염을 완화시키는 방법은 부의 축적 정도와 무관하게 모두가 절약을 할 때 가능하다. 근검절약은 공동체를 생각하는 이 시대의 성숙한 시민의 윤리의식이며, 내일을 예비하여 아름다운 미래를 후손에게 물려주려는 사랑의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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