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등 무대장식도 색달라
역동적 집단무용 객석까지 들썩여
▲ 이상일 무용평론가. 성균관대 명예교수 |
신화는 모든 민족의 상상력과 믿음의 근원이 되는 문화콘텐츠이다. 여기에서 온갖 예술의 꽃이 피고 21세기 IT산업의 시동이 걸린다. 따라서 이번 어린이 날에 선보인 대전시립무용단의 '춤, 마고'(5월5일,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는 바로 항국의 천지창조가 춤추는 예능·예술과 현대적 과학기기가 어울리는 총체적, 통합적, '통섭적' 한마당이 아닐 수 없다.
대전 시립무용단 예술감독 김매자는 최승희의 신무용 다음 우리 신무용사의 새로운 국면을 연 창작무용의 대모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의 창작무용적 기법과 우리 전통무용의 수법이 마고할미의 단편적 주제를 확대시켜 낸다. 무엇보다도 어린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가족무용 장르 계발을 위한 대전시립무용단의 첫 시도라는 측면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마고할미는 거녀(巨女)였다. 그녀의 코고는 소리에 하늘과 땅이 생겨나고 그녀가 누는 오줌 바다에서 산천초목이 태어났다―는 불합리한 설정을 믿으라는 무리는 강요하지 않는 것이 좋다. 우리 민족의 어미는 커야만 많은 자손들을 거느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녀의 코고는 소리는 잠과 유관하다. 잠은 어둠, 개벽 이전의 혼돈과 무질서를 상징하며 오줌은 물, 만물의 생명을 다스리는 원수(源水·Urwasser)를 뜻한다. 그렇다면 마고할미 전설이나 신화는 이 땅에 자손을 퍼뜨린 우리 민족의 어머니에 대한 믿음의 신화,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할머니가 손녀에게 읽어주는 동화속에 시간여행이 시작되고 카오스의 집단과 ‘율 ‘의 이름으로 규정된 코스모스 무리가 함께 혼돈과 질서를 자리매김한다. 거기서부터 마고할미의 천지창조 이야기가 애니메이션 영상과 현란한 레이저조명과 더불어 무대를 장식한다. 특히 레이저로 만들어진 수면 위아래의 풍광은 특정무대장치가 필요 없을 민큼 물의 정서를 만들어 내었다. 어린이날의 아이들 축제에 걸맞는 즐거운 놀이 분위기가운데 마고할미의 씩씩하고 활달한 자손들의 집단무용이 혼돈과 질서의 무리들과 어울려 무대와 객석을 흥겹게 한다.
이 가족 무용 ‘춤, 마고`가 예술무용으로 거듭나고 성장하려면 무엇보다 천지창조의 카오스와 ‘율`의 질서, 그리고 자손들의 활달한 캐릭터 세부분만 조절하면 세련미는 절로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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