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신화 춤추는 ‘흥겨운 마당’

  • 문화
  • 공연/전시

창조신화 춤추는 ‘흥겨운 마당’

[공연리뷰]대전시립무용단 ‘춤, 마고’

  • 승인 2008-05-06 00:00
  • 신문게재 2008-05-07 13면
  • 이상일 무용평론가. 성균관대 명예교수이상일 무용평론가. 성균관대 명예교수
마고할미 전설 전통무용으로 표현
애니메이션 등 무대장식도 색달라
역동적 집단무용 객석까지 들썩여


▲ 이상일 무용평론가. 성균관대 명예교수
▲ 이상일 무용평론가. 성균관대 명예교수
우리나라의 천지창조 신화는 거의 찾기가 어렵다. 처음 세상에 개벽이 이루어지기 전 어두운 천지에 빛을 내리고 하늘과 땅이 열리며 하늘에 해와 달과 별이, 그리고 땅 위에 산천초목과 온갖 날짐승 길짐승들과 함께 인간이 태어나게 되는 천지창조의 찢긴 편린 가운데 겨우 박제상의 <부도지>에 마고할미 이야기가 있고 제주도와 남해지역 구비전승(口碑傳承) 속에 영등할미 이름이 보일락 말락 한다.

신화는 모든 민족의 상상력과 믿음의 근원이 되는 문화콘텐츠이다. 여기에서 온갖 예술의 꽃이 피고 21세기 IT산업의 시동이 걸린다. 따라서 이번 어린이 날에 선보인 대전시립무용단의 '춤, 마고'(5월5일,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는 바로 항국의 천지창조가 춤추는 예능·예술과 현대적 과학기기가 어울리는 총체적, 통합적, '통섭적' 한마당이 아닐 수 없다.

대전 시립무용단 예술감독 김매자는 최승희의 신무용 다음 우리 신무용사의 새로운 국면을 연 창작무용의 대모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의 창작무용적 기법과 우리 전통무용의 수법이 마고할미의 단편적 주제를 확대시켜 낸다. 무엇보다도 어린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가족무용 장르 계발을 위한 대전시립무용단의 첫 시도라는 측면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마고할미는 거녀(巨女)였다. 그녀의 코고는 소리에 하늘과 땅이 생겨나고 그녀가 누는 오줌 바다에서 산천초목이 태어났다―는 불합리한 설정을 믿으라는 무리는 강요하지 않는 것이 좋다. 우리 민족의 어미는 커야만 많은 자손들을 거느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녀의 코고는 소리는 잠과 유관하다. 잠은 어둠, 개벽 이전의 혼돈과 무질서를 상징하며 오줌은 물, 만물의 생명을 다스리는 원수(源水·Urwasser)를 뜻한다. 그렇다면 마고할미 전설이나 신화는 이 땅에 자손을 퍼뜨린 우리 민족의 어머니에 대한 믿음의 신화,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할머니가 손녀에게 읽어주는 동화속에 시간여행이 시작되고 카오스의 집단과 ‘율 ‘의 이름으로 규정된 코스모스 무리가 함께 혼돈과 질서를 자리매김한다. 거기서부터 마고할미의 천지창조 이야기가 애니메이션 영상과 현란한 레이저조명과 더불어 무대를 장식한다. 특히 레이저로 만들어진 수면 위아래의 풍광은 특정무대장치가 필요 없을 민큼 물의 정서를 만들어 내었다. 어린이날의 아이들 축제에 걸맞는 즐거운 놀이 분위기가운데 마고할미의 씩씩하고 활달한 자손들의 집단무용이 혼돈과 질서의 무리들과 어울려 무대와 객석을 흥겹게 한다.

이 가족 무용 ‘춤, 마고`가 예술무용으로 거듭나고 성장하려면 무엇보다 천지창조의 카오스와 ‘율`의 질서, 그리고 자손들의 활달한 캐릭터 세부분만 조절하면 세련미는 절로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2.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4.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5.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1.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2.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3.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4.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5. 찾아가는 마을돌봄서비스 ‘마음아 안녕’ 활동 공유회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