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윤희 대덕초 교감 |
그를 보면 그의 선생님이 궁금해집니다. 어떤 분이 저리도 제자를 잘 가르쳤는지 알고 싶어서 그를 ‘TV는 사랑을 싣고’라는 프로그램에 내보내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그를 보면 ‘은혜’라는 말을 회화적으로 보는 느낌입니다. 일상의 노폐물에 오염되지 않은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 세상에서, 성인인 그가 아직도 때 묻지 않는 순수함을 지니고 있다면 그를 성장시킨 사람들이 얼마나 지고지순한 분들인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저와 부임동기입니다. 교장실에서 처음 그를 본 순간 저는 금방 그의 이름을 외웠습니다. 남교사가 드문 학교에서, 드물게 보는 순수남이고, 드물게 보는 반듯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첫눈에도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제가 출근하는 길은 자동차가 잘 막히는 도로여서 가능한 일찍 학교에 오게 됩니다. 그런데 2등의 몫도 대부분 그가 차지합니다.
그는 출근을 하면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문밖에 서서 고개 숙여 인사를 한 후, 역시 조용히 문을 닫고 들어옵니다. 오래된 교무실 나무문은 그냥 닫아버리면 마치 화난 것처럼 소리가 나기 때문에 신경이 쓰이나 봅니다. 그리고 커피를 타기 전에 반드시 “교감선생님 차 드셨어요?”하고 물어본 후 공문을 열람하고는 교실로 올라갑니다.
그가 본교에서 처음으로 수업을 공개하던 날, 우리 아이들은 이렇게 멋진 남자선생님은 처음이고, 이렇게 친절하신 선생님도 처음이고, 이렇게 즐겁게 공부한 것도 처음이라면서 박수를 쳤습니다. 그러니까 그는 한마디로 반듯하고 유능한 선생님입니다. 그러나 그는 앞에 나서기를 즐기지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늘 조용히 경청한 후에 자신의 의견을 정중하게 전달하는 모습을 보면 때로는 그가 보수적인 사람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보수는 진보와 상반되는 의미여서 다소 진부한 면이 있지만, 그가 가진 것은 요즘 젊은이들에게서 사라져가는 보석 같은 보수이기에 저는 그에게 A플러스를 주고 싶습니다.
학력증진의 소리가 갈수록 높아집니다. 학력은 지적영역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지,덕,체 영역을 총괄하여 진단되고 교육되고 평가되어야 합니다. 흔히 사교육은 지적 영역에 올인하게 되고, 공교육은 세 가지 영역을 아울러 전인교육을 추구합니다. 그러므로 공교육이 바로 서야만 우리 아이들은 지와 덕과 체를 겸비한 지성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와 같은 선생님, 그를 닮은 아이들이 많을수록 존경받는 교직풍토가 한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 같아서 그를 ‘오월의 선생님’으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가 있어 올해 오월은 더 따뜻하고 아름다워질 것 같습니다. 그는 무공해 같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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