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연순 한국여성유권자 대전연맹 회장 |
특히 어린 학생들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우려와 반발이 큰데, 주된 이유는 광우병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큰 수입쇠고기가 학생들의 급식에 가장 먼저 사용될 것이란 판단 때문인 듯하다.
인터넷에서 벌어진 온라인 논란은 급기야 대규모 오프라인 촛불시위로 비화되고 있다. 반대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정부는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관계장관과 전문가들이 대거 등장하여 작금의 광우병 관련 의견들이 얼마나 비과학적인가와 앞으로 수입될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자신들의 주장이 얼마나 과학적인지를 각종 영어용어까지 섞으며 설명하였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정부의 과학적인 해명은 약발을 발하지 못하고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축산 농가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도시 서민에게 질좋은 쇠고기를 저렴하게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과감한 노력이 수혜자인 도시 서민들에 의해 거부당하는 이 아이러니에 정부 당국자들은 매우 당황하는 것 같다.
비슷한 상황이 교육문제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4월 15일 교과부는 0교시 수업, 방과후 수업, 우열반 편성 등을 허용하는 학교자율화 정책을 발표하였다. 어차피 치열한 입시경쟁으로 대부분 학생들이 방과 후 학원으로 내몰리는 현실에서 공교육을 강화하고 사교육비를 줄여주기 위한 실용적인 정책이다.
그러나 여론은 비판적이었다. 경기·인천 지역을 제외한 전지역에서 잘못된 조치라는 국민들의 의견이 우세하였다. 실용적인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에 당황한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모두 좋아할 줄 알았다"고 하소연 하였다.
국민들은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원했고 이명박 정부는 실용주의 정책으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약속하였다. 하지만 이정부가 내놓는 실용주의 정책들이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 왜일까? 아마도 이에 대한 답을 공자님의 말씀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공자는 정치를 행함에 있어 식량과 무기보다 더 중요한 것이 위정자에 대한 백성의 믿음이라고 가르쳤다. 위정자가 백성을 사랑하고 존중할 때 백성은 위정자를 믿고 따를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정책이 지향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의 학교자율화 정책에는 학생들을 인격체로 존중하는 정책당국의 세심한 고민의 흔적이 없다. 어린 학생들을 인격체로 보지 않고 죽기살기의 경쟁에 나선 선수들로 보는 한 아무리 그들을 위한 실용적인 정책을 내놓아도 거부되기 십상이다. 쇠고기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쇠고기 좀 저렴하게 맛보기 위해 자식의 건강도 국민적인 자존심도 함부로 내팽개칠 수 있는 천박한 국민이 아님을 먼저 인식해야 할 것이다. 수백만 또는 수천만 분의 일이라는 과학적인 확률을 내세우기에 앞서 이 정부가 진정 국민을 최우선으로 존중하는 바탕위에서 정책을 펴고 있다는 정서적인 신뢰회복이 선행되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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