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신호 대전시교육감 |
올해도 어김없이 어린이날이 왔다. 미래사회를 이끌어갈 우리 어린이들을 생각해 본다. 출산율이 감소한다는 우려의 소리가 높아지면서 바라보기도 아까울 정도로 더욱 소중하고 귀한 존재로 다가오는 어린이들이다. 소중하고 귀한 존재로 여기는 만큼 어른들은 인류의 미래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게 그들에게 창의적 지식을 생성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었는지 반성을 해본다.
창의성을 높이는 가장 효율적인 교육은 충분한 휴식과 다양한 체험활동이라고 한다. 쉽게 말하면 충분히 재우고 실컷 놀게 해야 한다는 소리다.
성장, 발육, 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호르몬 분비는 잠을 푹 잘 때 가장 왕성하다고 하며, 학계에서 권하는 어린이 수면 시간은 평균 9시간에서 10시간 정도라고 하는데 우리 어린이들이 그 정도 수면 시간을 확보하고 있는 지 걱정스럽다. 진화생물학적으로 아이들은 어른이 관여하지 않아도 대뇌와 소뇌에서 자신의 체력과 건강, 성장과 발달을 최적의 상태로 만드는 프로그램을 부지런히 작동시키고 있다고 한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을 구태여 인용하지 않아도, 어린 시절의 다양한 경험은 평생을 살아가는 가치관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성무선불선설(性無善不善設)을 주장한 고자는 맹자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간의 성품은 웅덩이에 고여있는 물(湍水)과 같아서 동쪽을 터놓으면 동쪽으로 흐르고, 서쪽을 터놓으면 서쪽으로 흐를 것이니, 사람의 성품에 착하고 착하지 아니함에 구분이 없다.”
이에 성선설을 주장한 맹자는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동쪽으로 흐르고, 서쪽으로 흐르는 물이라는 구분은 없다. 그러나 물이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이라는 구분은 있다. 인간의 본성이 선한 것은 물이 아래로 흘러가는 것과 같다. 물을 손바닥으로 쳐서 위로 오르게 하고, 물길을 막아서 역류시킨다면 형세에 의해서 위로 오르는 것이지 그것이 어찌 물의 본성이겠는가?”
인간의 성품이 인위적이거나 사회적인 요인에 의해서 변형되는 것일 뿐, 인간의 본성은 선(善)하다는 의미다.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어디선가 밝은 음악소리가 한 줄기 햇살처럼 다가온다. 푸른 벌판을 도도히 흘러서 강물을 이루고 바다에 이르는 냇물처럼 바르고 크게 성장해야 할 우리 아이들이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 왜곡되고 비뚤어지게 성장한다면 그것은 어른들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화창한 오월, 어린이들이 뛰어놀면 물오른 나무처럼 몸에서 푸른 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데 마음껏 뛰노는 아이들을 보기가 예전처럼 쉽지 않다. 어린이날의 노래처럼 푸른 하늘과 들판이 아이들 차지가 되도록 해야 한다. 문밖이 위험해서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없다면 그건 전적으로 어른들과 우리 사회의 책임이다. 어린이날이 되면 큰 선심이나 쓰듯 선물을 한아름 안겨 주고, 놀이동산에서 함께 해주는 것으로 그동안의 잘못과 책임을 모면하려 해서는 안 된다.
21세기 현대 문명이라는 형세에 의해 역류하고 있는 인간의 본성을 원위치로 돌리고, 바람직한 인류의 미래를 창조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이고 기초적인 힘은 어린 시절에 이루어진다는 것을 명심하고, 우리 어린이들이 푸른 벌판을 마음껏 달려서 꿈과 희망의 바다에 도달할 수 있도록 고민하는 어린이날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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