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제직 충남도교육감 |
오월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깊은 달이다. 가정의 달이며, 또한 청소년의 달이다. 그리고 어린이날, 석가탄신일 등 공휴일이 있으며, 근로자의 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등 여러 기념일이 있다. 특히 올해에는 처음으로 부부의 날이 법정기념일로 제정되었다.
온갖 화려한 봄꽃들은 흰색, 분홍, 노랑 등의 찬란한 색조와 더불어 꽃구경의 대상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반면, 오월의 장미와 라일락, 아카시아 같은 꽃들은 코에 스미는 감각적인 향기와 더불어 우리를 찾아온다. 그래서 5월을 일컬어 계절의 여왕이라 명명한 것 아닐까?
그러나 우리는 교정의 넝쿨장미나 라일락, 인근의 아카시아 나무에서 후각을 강렬하게 자극하는 꽃내음보다, 오히려 같이 더불어 사는 사람들에게서 꽃보다도 진한 향기를 느낄 때가 많다. 이들에서 느껴지는 향기는 신선하고, 그윽하고 때로는 원숙하게 다가온다.
첫째는 하늘만큼이나 높고 푸른 그야말로 순진무구한 어린이의 순수한 향기이다. 어린이의 티 없이 밝은 웃음 속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향기를 머금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어린이들을 미래를 이끌어 갈 인재로, 인류공영에 이바지할 글로벌 인재로 키워야 한다. 어린이들이 가정과 학교에서 따뜻한 사랑과 교육을 받으며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보살필 일이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이나 다문화 가정 자녀들도 마음 놓고 걱정 없이 자랄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둘째는 질풍노도의 청소년기 학생들이 발산하는 10대 젊음의 향기이다. 이 향기에는 자제하기 어렵고 통제하기 곤란한 빠른 바람과 성난 파도와도 같은 사춘기의 고민과 저항이 담겨 있다. 그러나 청소년에게는 이러한 도전과 모험정신이 사람됨을 더욱 키울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청소년들이 밝고 건전하게 유해환경이 없는 청정지역에서 개성과 끼를 마음껏 발산하도록 격려해야 한다. 청소년들이 경로효친하는 예절을 지닌 문화시민으로 자라고, 자연과 예술을 사랑하며 과학을 탐구하는 창의적 인간으로 자랐으면 한다.
셋째는 오월의 비취빛 하늘아래 사랑하는 자녀들의 꽃다발을 받으실 어버이의 향기이다. 당신의 얼굴과 손등에 가득한 주름살의 수와 깊이만큼 그윽한 향기가 배어 있다. 우리가 공기의 가치를 모르고 크듯이, 어버이의 고생하신 그 향기를 모르고 지난다. 어버이의 따스한 향취를 가슴 깊이 되새겨 보았으면 한다. 또한 산업화, 도시화, 핵가족화로 퇴색되어가는 어른과 노인을 공경하는 미덕을 교육현장에서 확산하여 나가고자 한다.
넷째는 든든한 고목처럼 우뚝 선, 단단하고 한결 같으신 훈훈한 스승님의 향기이다. 스승님은 또 다른 부모님으로, 세상을 바르게 볼 수 있는 지혜를 일깨우는 향훈이 있다. 제자에게 꿈을 열어가게 인도하여 주시며, 메마른 날에는 구름이 되고, 비오는 날에는 우산이 되어 주시는 분이다. 청소년기에 방황의 늪에서 헤맬 때는 징검다리가 되어 주신다. 또한 헌신과 봉사를 다하시는 세상의 등불이다. 스승님께 보답하는 길은 높은 가르침을 열심히 따르는 일이다.
다섯째는 사회와 국가를 이루는 최소단위의 한 가정에서 풍기는 부부의 향기이다. 남편과 아내의 이성지합(二姓之合)은 세상 모든 일의 시작이 된다. 아내는 가정의 화목을 이끌고, 심신의 피로를 풀며, 집안의 내일을 꿈꾸게 하는 희망의 꽃이다. 남편은 아내의 사랑스러운 꽃에 물주고 가꾸는 정원사이다. 부부의 향긋한 사랑으로 집안 가득히 향내가 넘쳐나고, 그 속에서 자라는 자녀들이 따뜻한 감성을 지닌 으뜸인재로 성장하길 기원한다.
다양한 행사로 넘쳐나는 오월! 행사들이 교육적으로 고려되고 인성교육의 장(場)으로 충분히 활용되길 바란다. 아울러 학업증진을 위하여 마음을 다시 한 번 다잡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충남의 모든 학생들이 즐거운 배움터에서 부모님께 효도하며, 어른들을 공경하고, 선생님을 존경하는 태도를 함양하면서 미래의 인재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다섯 가지 향기가 그윽하게 풍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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