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벽규 충남대 경제경영연구소 전임 연구교수 |
그러나 실효성이 미미한 것이 현행 하도급법의 ‘원·부자재가격 납품단가 연동제`다. 권고사항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강제사항으로 제도화하겠다는 것이 논란의 초점이다.
주지하다시피 올해 들어 원·부자재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도 그 상승분이 납품단가에 반영되지 않음에 따라 하청업체 초유의 생산중단이 표면화된 바 있다. 주물제조업체, 레미콘업체, 아스콘업체 등이 지속적인 원가상승압박에 견디다 못해 잇달아 생산 중단에 들어갔었던 것이다.
이러한 중소기업들의 절박한 상황을 보다 못해 시민단체·노동계가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를 요구하게 되었고 정부도 원자재가격 급등에 따른 중소기업계의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인 추진의사를 밝힌 바 있다.
먼저, 지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납품단가 연동제를 국정과제로 선정했고, 공정거래위원회와 중소기업청도 6월 도입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최근 산자부의 후신격인 지식경제부는 본 제도의 도입에 앞서 표준계약서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사실상 제도도입에 반대하고 나섰다. 지난 정부 시절 산자부가 대·중소기업 상생정책의 주무부서라는 점을 무색게 하는 한 순간의 변신인 셈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중심으로 한 대기업 측이 “가격은 경쟁원리에 따라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돼야 한다”면서 “정부가 납품 가격 결정에 개입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근간인 계약자유의 원칙저해, 시장질서의 왜곡, 기업경쟁력 등을 저하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또 “납품단가 연동제를 법제화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재검토”라며 반대논리를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이처럼 정부부처 간 입장도 엇갈리게 된 것이다.
사상 최대의 흑자를 내 자기자본금의 1000%에서 3000% 가까이나 되는 잉여금을 현금으로 쌓아놓고 있는 재벌 대기업들은 윤리경영과 상생경영 그리고 나눔경영을 강조하기에 앞서 그동안 중소기업의 요구사항이었던 원자재가격 납품단가 연동제를 진솔하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먼저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에 이어 중소기업청까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미 밝힌 상기 제도의 도입계획을 본격적으로 진행하여야 할 것이다. 만약 부처 간 이견이 있다면 이를 조정하는 것은 당연히 국정책임자가 수행해야 할 역할이다.
납품단가 협상이 제대로 이루어지는 않는 불공정 하도급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의 최대 걸림돌로 꼽힌다. 그런 점에서 본 제도의 도입은 대·중소기업 상생과 공정거래를 위한 최우선 개선 과제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끝내 시민사회까지 나서서,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정부와 재벌대기업이 귀를 막진 말아야 할 것이다.
“가격은 시장의 자율과 경쟁원리에 따라야 한다”는 불완전한 형식논리를 앞세워 경제적 약자인 중소 하청업체들을 희망이 없는 미래로 내모는 일에 정부와 재벌 대기업이 함께 앞장서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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