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덕 공주신월초 교사 |
다른 아이들에게 원인제공자를 물었더니 △△가 먼저 잘못했단다. □□에게 사실 여부를 물었더니 △△가 자기 별명을 부르기도 했거니와 앉아서 책을 읽고 있는데 자꾸만 발로 의자를 툭툭 차는 바람에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기에 소리를 질렀다고 했다. 반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소문난 개구쟁이와 점잖고 함부로 나서지 않는 두 아이가 어떤 모습으로 옥신각신했을지 시쳇말로 안 봐도 비디오였다. 눈물도 많지만 장난기가 심한 △△가 분명히 □□의 심사를 먼저 건드렸을 것이다.
호기심으로 가득한 일흔 두 개의 눈동자가 나와 두 아이들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아이들의 눈은 내가 교실을 떠나기 전 했던 말을 과연 실천할 것인가 궁금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아, 난감하기 짝이 없음이여! 차라리 싸우는 사람은 엉덩이를 때려준다고 할 걸 내가 왜 그런 주책없는 경고를 했는지 후회해봐야 물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선생님이 교실에서 싸우는 사람들은 뽀뽀를 시키겠다고 했던 말, 잊지 않았을 거예요. 그러니 오늘 △△랑 □□는 약속대로 뽀뽀를 해야겠지요?”
평소 근엄한 체하던 담임의 면모로 보면 금방이라도 불호령이 떨어질 것 같았는데 담임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자 아이들이 모두 재미있어서 죽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네”라고 대답하려는 찰나였다. 피해자라고 할 수도 있는 □□가 씩씩하게 “네”하고 대답을 하는 것이었다.
전혀 예상지도 못했던 상황 때문에 우리 교실은 금세 웃음바다가 되어 버렸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던 △△도, 씩씩하게 대답한 □□도 언제 싸웠더냐 싶게 마주 보고 웃고 있었다. 나 역시 아이들과 함께 웃으면서 □□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내가 했던 말을 주워 담을 수도, 없던 일로 치부해 버리기도 참 곤란했던 상황에서 □□의 거침없는 대답은 나에게 다시없는 구원군이었다. 물론 다른 아이들의 동의 하에 △△와 □□는 뽀뽀를 면제받았다.
한 바탕 잔소리와 설교로 시작될 뻔 했던 목요일 아침의 싸움 사건은 이로써 웃음으로 일단락됐고, 명쾌하게 용단(?)을 내렸던 □□는 일명 ‘센스쟁이’라 불리며 우리 3학년 6반의 스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사건 이후로 나는 아이들 앞에서 함부로 으름장을 놓는 못된 버릇을 고치려고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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