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책읽기]공부인생 70년 ‘내공’ 배워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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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책읽기]공부인생 70년 ‘내공’ 배워볼까

장회익 서울대 명예교수 노하우 공개

  • 승인 2008-04-29 00:00
  • 신문게재 2008-04-30 11면
  • 김필수 대훈서적 기획실장김필수 대훈서적 기획실장
“공부장소는 책상머리.산책길.잠자리”
스스로 이해할 때까지 궁리하기 중요


공부는 어렵다. 왕도도 없고 지름길도 없다. 장승수의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라는 책을 보고 학생들은 불쾌하다고 댓글을 단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공부를 70년동안 했던 분이 자신의 공부 인생 70년을 ‘보물창고로 향하는 과정’이며 자신이 공부 도둑이라고 주장하는 책이 요즘, 공부 열풍을 타고 화제이다.

장희익 서울대 명예교수, 이분이 이 책의 저자이며, 1938년생. 서울대 문리과대학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학교 물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텍사스대학교 연구원과 루이지나대학교 방문교수를 거쳐 30년간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했고, 녹색대학 총장을 엮임 했다.

이 분은 특이하게도 초등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했다. 6.25전쟁의 혼란기에 저자의 할아버지는 ‘학교에 가지마라’는 한마디로 6학년 때 학교를 중단시킨다. 1년 동안 소꼴을 베고 들일을 하다가 중학교도 들어가지 못했는데, 다행히 종조부가 운영하는 고등공민학교를 졸업하고 청주공고를 거쳐 서울대 물리학과로 가는 과정은 한편으로는 ‘천재는 역시 다르네’라는 생각도 들지만, 단순히 공부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공부에 접근해야 하는지 작가의 경험이 고스란히 베어있다.

저자가 70여년을 한결같이 공부하는 장소가 있었다고 하는데 책상머리와 산책길, 그리고 잠자리이다.
책상머리는 대부분 이해가 가지만, 산책길과 잠자리는 좀 특이하다.

우선, 산책길. 한가한 들길도 좋고 등산길도 좋다고 한다. 저자는 무엇인가 깊게 생각할 일이 생기면 중요한 요지만 머릿속에 넣고 산책길로 나선다고 한다. 그리고 주위 경관에 이끌려 그 문제를 잊기도 하고 때때로 생각하기도 하다가 불현듯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는 것이다. 책상에만 앉아 있으면 머리가 제자리걸음을 하기가 쉽다.

이럴 때는 머리에 휴식을 주면서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돌게 내버려두면 제가 스스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연결해 놓는다고 한다. 이 경우, 골치 아픈 일이 있을 때 산을 찾아 숨을 헐떡이다 보면 어느 순간 해결책의 실마리가 보이는 경험을 해 보신 분들은 이해가 가실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잠자리이다.
나 자신도 어린 시절, 공부가 하기 싫어서 베게 밑에 책을 넣으면 자는 동안 그 내용이 머릿속에 전부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생각한 적이 있다. 작가는 특이하게도 공부하다가 피곤해지면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문제를 머릿속에 넣고 잠자리에 든다고 한다. 그러면 피곤하던 차여서 잠이 쉽게 온다. 그런데 새벽녘에 잠에서 깨어나면 고민하던 문제가 머릿속에서 빙빙 돌다가 많은 경우 깨끗하게 풀려 나온다고 한다. 공부를 오래 한 사람들은 이런 경험을 한다고 하며, 이 경험이 아직 없다면 공부의 내공을 더 쌓으라고 한다.

요즈음 경쟁만능 시대라 할 만큼 모든 것을 경쟁에 맡겨야 한다는 생각이 만연하다. 학문의 세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학문은 기여이고 협동이지 결코 경쟁이 아니다.’ 라고 말한다.

경쟁이라는 것은 함께 취 할 수 없는 소수의 목표를 놓고 서로 취하겠다고 다툴 때 나타나는 것인데, 학문의 목표는 결코 한두 사람이 취하면 없어지는 그런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학문은 인류 공통의 자산이지 어느 국가의 소유가 되어서도 안 되며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국가의 생존이 아니라 인류 그리고 생명 전체의 생존이다.’라고 말하며 이런 안목을 가지는 것이 학문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물리학을 전공한 과학도로서 도의 경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음은 작가 자신의 삶이 평생 이 동화의 재현이었다고 하는 우화이다.
여우하고 단짝인 꼬마가 있었다. 어느 날 꼬마가 여우랑 놀다가 그만 길을 잃고 산 속을 헤매는데, 하얀 도복에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 나타났다.

“저기 동굴에서 이 책만 다 읽으면 도에 통달하게 된다.”
꼬마는 동굴에 들어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 여우가 놀자며 자꾸 조르는데도 꾹 참았다. 그렇게 몇 날을 끙끙 거려 겨우 마지막 한 장이 남았는데, 꼬마는 그만 여우의 꾐에 못 이겨 책을 던지고 나와 버렸다. 조금만 참았으면 세상이 달라졌을텐데.......

외삼촌에 이야기를 듣던 꼬마는 땅바닥을 쳤다. ‘내가 그 꼬마였다면 쉽게 포기하지 않고 책을 다 읽고 도에 통달할 수 있었을텐데...’

저자는 ‘어쩌면 자신의 70 평생이 이 동화의 재현이었을지도 모른다.’라고 회상하면서 지금의 제도권 교육에서 주입시켜준 공식을 받아들이는 자세보다는 스스로 이해할 때까지 궁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한 사람의 인생이 담긴 책들을 좋아하는데 황대권의 <야생초 편지>,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의 <인생 수업>, 차동엽의 <무지개 원리>같은 책들의 공통점은 많은 분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점이다. <공부 도둑> 역시 이같은 부류로 70 평생을 공부로 일관된 삶을 살아가면서 공부에 득도한 분의 한 마디 한 마디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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