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군 제2전투항공여단 대원들은 28일 태안군 구름포 인근 기름 피해현장을 찾아 민간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방제활동을 펼치며 태안피해복구에 힘을 보탰다. |
어색한 인사말이지만 방제활동에 동참하기 위해 태안을 찾은 외국인의 관심에 주민들은 그저 고마워했다. 여군을 두 팔 가득 끌어안고 환하게 웃는 할머니의 눈가 주름에서 어느덧 태안 기름 피해복구의 희망이 맺혀있었다.
이날 낮 12시 구름포 기름 피해현장에는 경기도 평택 미군 제2전투항공여단 100여명이 투입됐다.
‘리빙 아미 밸류 위크(Living Army Values Week)`라는 슬로건을 내건 채 이들은 아직 남아있는 태안지역의 기름 피해복구에 힘을 보탰다.
태안에 처음 와본다는 말과 함께 곳곳에서 “원더풀, 원더풀”이라는 말이 연거푸 나왔다.
피해지역으로 향하기 위해 산을 넘어야 하는 미군들은 정상에서 보이는 서해안의 모습에 탄호성을 질렀다. 100만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의 작지만 끊임없이 이어졌던 손길이 이들의 감탄사를 불러냈다. 한없이 펼쳐진 바다와 갈매기 무리, 다시 푸르게 변한 서해안의 모습이 제2전투항공여단 군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20여분정도 산을 타고 넘었을 때 눈 앞에 나타난 것은 방금 전의 아름다운 풍경과는 사뭇 달랐다. 로프를 잡고 내려가야 할 정도로 험난한 지형때문에 그동안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해변 바위밭에는 아직도 기름유출 사고의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각각 흩어진 전투항공여단 군인들은 지급받은 방제수건과 철솔로 바위표면에 묻어있는 기름때를 닦고 또 닦았다. 닦아도 색이 변하지 않는 바위 덩어리에 실망스런 얼굴이었지만 정상에서 본 풍경을 되살리는 데 힘을 보탠다는 생각에 힘이 절로 솟는 표정이었다.
오전에는 물이 차 올라 피해지역이 많지 보이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물이 빠져나가면서 검은 바위가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역시 훈련의 과정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었는 지 항공여단 군인들은 방제활동 자체에 의미를 두며 힘든 기색은 없었다.
로빈슨 레이몬드 쥬니어(Robinson Raymond Jr.) 소령은 “아직은 기름사고의 흔적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가 있어 안타깝다”며 “오늘 활동이 조금이나마 태안 피해복구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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