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은 그렇다 치고, 미국 쇠고기가 싸고 맛있다고 홍보해주는 대통령이 과연 우리 대통령 맞느냐며 농민들은 생경해한다. 광우병 쇠고기를 강변하기를 “복어 독을 제거하면 걱정 없이 먹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협상 수석대표나, “광우병이 전염병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농식품부 장관은 어느 나라 장관이고 수석대표인지 의심스럽다.
피터 싱어 등의 ‘죽음의 밥상’ 기준에서는 소들이 들판에서 유유하게 풀을 뜯는다고 본다면 현대 축산업에 대한 무지다. 미국 소들은 젤라틴과 도살장의 찌꺼기를 먹으며 쇠똥밭 둔덕 위에 뒹군다. 영양학적이나 윤리학적 문제까지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번 협상은 선진당 이명수 당선자(아산)가 훈수 둔 대로 “알면서 저지르는 나쁜 행위”다.
한술 더 떠 질 좋은 고기를 값싸게 먹기 싫으면 그만이라며 (빵이 없으면 케이크 먹으라는) 앙투와네트의 말투까지 흉내내려 한다. 축산 인구가 LA갈비 먹는 인구보다 적다고 그러는가 싶어, 두어 달 전까지 자유무역협정(FTA) 국내대책본부장을 지낸 홍영표 전 차관보에게 이 문제를 물었다. 그는 한.칠레 FTA와 관련해 포도농가에 900억 기금 중 3분의 1밖에 안 썼던 경험을 이야기한다. 동일 선상에서 쇠고기 문제도 별 걱정 없다고 단언한 그였지만 설마 이렇게 전개될 줄은 예상 못했을 것 같다.
협상이 협상이 아니었다면 대책은 대책이 될 수 없다. 세 야당은 어제 쇠고기 협상 청문회에 합의했다. 피해 아니 파국을 맞을 수 있는 축산농민에게 고급 한우가 살 길이니 고품질로 생산하자는 다그침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자는 흰소리와 현실에서는 다름없다. 소 수천 마리를 잡고도 늘 빛나는 칼날 같은 그런 협상력, 포정의 소 각뜨기(解牛) 기술이 느닷없이 절실해지는 것은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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