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태봉 금강유역환경청장 |
그 여파로 경북 구미, 김천 지역에서는 상수도 공급이 5시간동안 전면 중단되었고, 대구에서도 5시간동안 취수가 중단되어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으며, 부산경남지역에서도 한동안 불안에 떨어야 했다.
비슷한 시기 충북 오창과학 산업단지내 화학공장에서도 화재사고가 발생하였다. 공장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이 화재진화시 사용한 소방용수와 함께 우수로를 통해 인근 하천으로 유입될 뻔한 사고가 있었으나, 다행히 우수로의 최종 방류지점을 신속히 폐쇄하고 오염물질을 전량수거 처리함으로써 하천오염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다. 오염물질의 무단방류 뿐만 아니라 화학공장 에서 발생한 화재도 수질오염사고로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고였다.
본격적인 새봄이 시작된다는 경칩(驚蟄)을 며칠 앞두고 발생한 이러한 사고들은 우리로 하여금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하였다. 특히, 생명의 근원인 물을 지키고 보호하려는 우리의 노력에 부족함이 없는지에 대한 엄중한 경고였다.
외국의 유사한 사례로는 1986년에 스위스 바젤에서 일어난 유해물질 유출사고를 들 수 있다. 라인강 상류지역인 스위스 바젤 부근의 화학 및 의약품 제조회사인 산도스사에서 발생한 창고화재로 유출된 화학물질들이 라인강을 하루아침에 죽음의 강으로 변모시킨 사고였다.
이 사고로 산도스사는 하류지역의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에 1억 스위스프랑을 지급하게 되었다. 유독물질을 보관하는 회사에서 사고시 인접한 라인강에 미칠 재해에 대한 아무런 사전대책을 세우지 않았기 때문에 그 피해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지속적으로 이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와같은 국내외 사례에서 보듯이 환경사고는 대부분 천재에 의한 사고보다는 인간의 조그만 부주위에서 발생하는 인재라고 볼 수 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는 ‘물은 만물의 근원이며, 모든 것은 물에서 시작하여 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처럼 소중한 물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들이 필요할까? 일련의 수질오염사고를 겪으며 국민의 식수원을 지키고 보호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 모두가 가슴깊이 느끼고 깨달았을 것이다.
이번 사고를 통해 얻은 교훈으로는, 먼저 관련 기업체의 환경사고에 대비한 신속한 방제시스템 구축과 아울러 행정기관과의 체계적인 대응체제 구축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관련 기업체에서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를 숨기고 감추기에 급급한 현실에서 과감히 벗어나 정확한 현장상황에 대한 신속한 상황전파와 아울러 초동방제가 가장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여야 한다. 지금은 ‘환경경영`을 최우선 윤리로 하는 기업경영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대이다.
그리고, 화재와 같은 사고발생시 우수방류구 등을 차단하는 것이 유일한 수단인 현실에서 벗어나 사업장에서 배출될 수 있는 소방용수에 포함된 오염물질의 유출을 차단할 수 있는 완충저류조 등 한차원 높은 방지대책의 마련이 시급하다. 이는 법적인 강제에 앞서 기업체 스스로 만일의 사고에 대비하는 근원적인 대책 마련이 검토되어져야 할 시기인 것이다.
다음으로는 수질오염사고가 발생했을 때 최일선에서 방제를 담당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사고 수습을 위하여는 정확한 현장정보의 파악과 지휘계통에 따른 신속한 상황 전파, 그리고 원인물질 파악 및 현장상황에 따른 초동 방제조치가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소방용수로 인한 오염을 막기 위해 업체 특성에 맞는 화재 진압방법 및 진압물질의 사용도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청에서는 수질오염사고에 대비하여 기관간 신속한 사고대응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하여 비상대응시스템 구축과 유해물질 배출사업장에 대한 일제조사 등 수질오염사고 예방을 위한 후속조치를 추진중에 있다.
한번 오염된 물을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기란 쉽지 않은 일이며,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생명의 근원이 되는 소중한 물을 보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미래세대에 물려줄 깨끗한 물 환경을 지키고 보호하는 데 우리 모두의 역량을 모아야 할 때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