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동호 한밭대학교 총장 |
하나는 불(火)의 옛말인 ‘블`과 오다(來)의 명사형 ‘옴`이 합쳐서 봄이 되었다는 것으로 불과 같은 따스한 온기가 찾아오는 계절이란 뜻이다. 다른 하나는 ‘보다`라는 말의 명사형 ‘봄`에서 왔다는 것으로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에서 솟아나는 생명의 기운을 새로 보는 계절이란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를 음미해 보면 봄은 새로운 온기가 찾아와 생명이 새롭게 활기를 찾는 것을 보게 되는 계절이란 생각이 든다.
천지에 널린 봄기운과 함께 지금 우리사회는 역사를 향한 새로운 출발을 하고 있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였고, 머지않아 새로운 국회가 열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이 새로운 출발을 결실의 미래를 위해 씨 뿌리는 역사의 봄으로 만드는 것이 우리사회가 직면한 과제이다.
상춘객에게 봄은 즐거움을 느끼는 계절이지만, 농부에게 있어 봄은 풍성한 수확을 위하여 씨앗을 심는 계절로 풍년을 향한 시작이다. 이제 모든 사회구성원이 상춘객이 아닌 미래사회를 위한 농부가 될 준비를 해야 할 때이다. 새로운 정부, 새로운 국회의 시작을 단지 하나의 일상으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발전의 역사로 만들 것인가는 바로 우리 모두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새 정부가 먼저 참된 농부의 심정이 되어야 한다. 농부는 봄에 뿌린 씨앗의 수확을 성급히 기대하지 않는다. 단지 정성스레 씨앗을 심고 알찬 결실을 위해 모든 힘을 다해 가꾸어 나갈 뿐이다. 새 정부는 당장의 수확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역사의 씨를 뿌리는 일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나치게 단기적 결과에 치중해서는 자칫 큰 흐름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새 정부가 내걸고 있는 ‘실용`이 단기적 성과중심으로 흐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참된 실용이란 말 그대로 ‘실질적인 쓸모`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는 무한의 실용으로 국가발전에 도움이 되는 장기적인 쓸모를 의미한다. 이를 위해 참된 사회적 가치와 확고한 지식의 기반에 입각한 ‘가치추구형 창조적 실용`이 추구되어야 한다.
정치권 또한 씨 뿌리는 농부의 심정으로 일하길 기대한다. 참된 농부는 자신의 논에 있는 씨앗을 소중히 하지만, 나의 씨앗을 위해 남의 논의 물을 억지로 끌어대지 않는다. 상대방을 이해하는 넉넉함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치권이 잦은 의견대립과 충돌, 진부한 이념대결의 장이 되었던 측면도 없지 않으나, 이제는 국민을 위한 훈훈한 아이디어 경연장을 만들어 가야한다. 상대방의 의견을 서로 경청하여 대결이 아닌 대안을 만들어내는 블루오션식 화합의 정치를 만들어 내야한다. 냉온 겨울의 대지를 녹이고 싹을 나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봄의 훈풍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역사의 봄을 만들어 낼 주인공은 바로 국민이다. 언제부터인가 전부는 아니지만 자기의 이익을 위해 남의 희생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문화가 우리사회에 생겨났다. ‘나는 있어도 우리는 없다`는 의식 속에서는 누구도 진정한 행복을 맛 볼 수 없기에 모두 함께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의 씨를 뿌려야 한다.
하나의 새싹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모든 환경의 협력이 필요하다. 흙은 새싹을 보듬고, 햇살은 새싹을 비춰주며, 구름은 때에 맞춰 비를 준다. 즉 가을의 결실은 봄에 시작한 모든 자연의 협주곡의 완성품이다. 우리사회가 맞이한 새로운 시작이 아름다운 미래로 출발하는 의미 있는 역사의 봄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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