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동호]봄의 단상(斷想)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설동호]봄의 단상(斷想)

[목요세평]설동호 한밭대학교 총장

  • 승인 2008-04-23 00:00
  • 신문게재 2008-04-24 20면
  • 설동호 한밭대학교 총장설동호 한밭대학교 총장
▲ 설동호 한밭대학교 총장
▲ 설동호 한밭대학교 총장
우리나라 봄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다. 한동안 벚꽃이 상춘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더니, 이제 연녹색 새순이 눈길을 잡는다. ‘봄`을 왜 ‘봄`이라 했을까? 문득 궁금해져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다. 봄의 어원에 관한 두 가지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하나는 불(火)의 옛말인 ‘블`과 오다(來)의 명사형 ‘옴`이 합쳐서 봄이 되었다는 것으로 불과 같은 따스한 온기가 찾아오는 계절이란 뜻이다. 다른 하나는 ‘보다`라는 말의 명사형 ‘봄`에서 왔다는 것으로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에서 솟아나는 생명의 기운을 새로 보는 계절이란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를 음미해 보면 봄은 새로운 온기가 찾아와 생명이 새롭게 활기를 찾는 것을 보게 되는 계절이란 생각이 든다.

천지에 널린 봄기운과 함께 지금 우리사회는 역사를 향한 새로운 출발을 하고 있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였고, 머지않아 새로운 국회가 열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이 새로운 출발을 결실의 미래를 위해 씨 뿌리는 역사의 봄으로 만드는 것이 우리사회가 직면한 과제이다.

상춘객에게 봄은 즐거움을 느끼는 계절이지만, 농부에게 있어 봄은 풍성한 수확을 위하여 씨앗을 심는 계절로 풍년을 향한 시작이다. 이제 모든 사회구성원이 상춘객이 아닌 미래사회를 위한 농부가 될 준비를 해야 할 때이다. 새로운 정부, 새로운 국회의 시작을 단지 하나의 일상으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발전의 역사로 만들 것인가는 바로 우리 모두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새 정부가 먼저 참된 농부의 심정이 되어야 한다. 농부는 봄에 뿌린 씨앗의 수확을 성급히 기대하지 않는다. 단지 정성스레 씨앗을 심고 알찬 결실을 위해 모든 힘을 다해 가꾸어 나갈 뿐이다. 새 정부는 당장의 수확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역사의 씨를 뿌리는 일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나치게 단기적 결과에 치중해서는 자칫 큰 흐름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새 정부가 내걸고 있는 ‘실용`이 단기적 성과중심으로 흐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참된 실용이란 말 그대로 ‘실질적인 쓸모`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는 무한의 실용으로 국가발전에 도움이 되는 장기적인 쓸모를 의미한다. 이를 위해 참된 사회적 가치와 확고한 지식의 기반에 입각한 ‘가치추구형 창조적 실용`이 추구되어야 한다.

정치권 또한 씨 뿌리는 농부의 심정으로 일하길 기대한다. 참된 농부는 자신의 논에 있는 씨앗을 소중히 하지만, 나의 씨앗을 위해 남의 논의 물을 억지로 끌어대지 않는다. 상대방을 이해하는 넉넉함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치권이 잦은 의견대립과 충돌, 진부한 이념대결의 장이 되었던 측면도 없지 않으나, 이제는 국민을 위한 훈훈한 아이디어 경연장을 만들어 가야한다. 상대방의 의견을 서로 경청하여 대결이 아닌 대안을 만들어내는 블루오션식 화합의 정치를 만들어 내야한다. 냉온 겨울의 대지를 녹이고 싹을 나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봄의 훈풍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역사의 봄을 만들어 낼 주인공은 바로 국민이다. 언제부터인가 전부는 아니지만 자기의 이익을 위해 남의 희생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문화가 우리사회에 생겨났다. ‘나는 있어도 우리는 없다`는 의식 속에서는 누구도 진정한 행복을 맛 볼 수 없기에 모두 함께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의 씨를 뿌려야 한다.

하나의 새싹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모든 환경의 협력이 필요하다. 흙은 새싹을 보듬고, 햇살은 새싹을 비춰주며, 구름은 때에 맞춰 비를 준다. 즉 가을의 결실은 봄에 시작한 모든 자연의 협주곡의 완성품이다. 우리사회가 맞이한 새로운 시작이 아름다운 미래로 출발하는 의미 있는 역사의 봄이 되길 기대해 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찾아가는 마을돌봄서비스 ‘마음아 안녕’ 활동 공유회
  2. "내 아기 배냇저고리 직접 만들어요"
  3. "우리는 아직 청춘이야"-아산시 도고면 주민참여사업 인기
  4. (주)코엠에스. 아산공장 사옥 준공
  5. 아산시인주면-아름다운cc, 나눔문화 협약 체결
  1. (재)천안과학산업진흥원, 2024년 이차전지 제조공정 세미나 개최
  2. 천안문화재단, '한낮의 클래식 산책-클래식 히스토리 콘서트' 개최
  3. 충남 해양과학고 김태린·최가은 요트팀 '전국체전 우승'
  4. 천안시,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대응 총력
  5. 천안시, 직업소개사업자 정기 교육훈련 실시

헤드라인 뉴스


`15억 원 규모 금융사기`…NH농협은행서 발생

'15억 원 규모 금융사기'…NH농협은행서 발생

NH농협은행에서 15억 원대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NH농협은행은 25일 외부인의 사기에 따른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사고 금액은 15억 2530만 원, 사고 발생 기간은 지난해 3월 7일부터 11월 17일까지다. 손실 금액은 확정되지 않았다. 금융권 등에 따르면 해당 차주는 서울의 한 영업점에서 허위 임대차계약서를 제출하고 부동산담보대출을 과도하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은 이번 사고가 외부인에 의한 사기에 따른 것으로 보고, 수사 결과에 따라 형사 고소나 고발을 추가로 검토할 예정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수사기관..

이장우 대전시장 "유성구 트램으로 더 발전 할 것"
이장우 대전시장 "유성구 트램으로 더 발전 할 것"

이장우 대전시장은 자치구 방문행사로 대전 발전의 핵심 동력인 유성구를 찾아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을 통한 유성 발전을 강조했다. 이 시장은 25일 유성구 청소년수련관에서 정용래 유성구청장과 구민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민선 8기 2년간의 성과를 공유하고 자치구 현안과 구민 건의사항에 대한 지원을 강조했다. 이 시장은 28년만에 착공을 앞둔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을 설명했다. 이 시장은 "시에서 했던 일들 중 가장 무기력했고 시민들에게 큰 피해를 줬다고 평가받던 도시철도 2호선 사업이 기본계획이 수립된지 28년만인 다음달 말..

충청권 기름값 2주 연속 오름세 `이번주가 가장 싸다`
충청권 기름값 2주 연속 오름세 '이번주가 가장 싸다'

충청권 기름값이 2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특히 다음 달 유류세 인하 폭 축소가 예정되면서 운전자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2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20∼24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직전 주 대비 리터당 1.47원 상승한 1593.06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경유도 0.83원 오른 1422.31원으로 나타났다. 10월 둘째 주부터 2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지만, 상승 폭은 다소 둔화됐다. 대전·세종·충남지역 평균가격 추이도 비슷했다. 이들 3개 지역의 휘발유..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4 전국 어르신 가족사랑 파크골프대회 ‘성료’ 2024 전국 어르신 가족사랑 파크골프대회 ‘성료’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