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를 참고하여 최근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그 해결방안을 논하시오.
[유의 사항]
① 현대 사회의 현상을 구체적인 사례로 제시할 것.
② 1,600자(±160) 분량으로 쓸 것.
(가)
본인의 이념 성향, ‘진보` 44.4%, ‘보수` 44.2%로 팽팽해
▲ 주관적 이념성향 |
지역별로는 경기/인천, 충청, 호남에는 진보 성향이 우세했으며, 서울, 영남 지역은 보수 성향이 더 높았다.
연령별로는 30대 이하에서는 진보 성향이, 50대 이상에서는 보수 성향이 높았으며, 40대에서는 진보 성향과 보수 성향이 팽팽하게 나타났다.
그 외 진보 성향은 고학력, 중간소득,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 학생층 등에서 우세했으며, 보수 성향은 저학력층, 주부층 등에서 우세를 보였다.
주관적 이념성향은 그동안 진보가 꾸준히 우세를 보여왔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진보와 보수가 비슷하게 나타났다. 정치세력 차원에서는 보수진영이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으나 국민들의 이념성향은 진보와 보수가 팽팽한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http://hg-times.com/
(나)
우리 민족은 대단히 애매한 두 극단을 조화시키고 모순을 화합시키는 중용의 문화를 가졌음에도, 조선조의 유교 사상은 극단화되어 있었지요. 주자학 같은 것도 그중 하나지만요. 그리고 가령 기독교 같은 종교가 일단 한국에 들어오면 참 엄숙해지고 엄격해집니다. 이념이 착색되면 아주 극단화되지요.
그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재미있는 건 배운 사람들, 지식인들은 이렇게 외래 사조가 들어왔을 때에 극단적이 되는데, 우리의 토착사상, 다시 말해 민중 의식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역사에 서구 사람들 못지않게 극단주의로 흘러 반대를 용납하지 않는 격렬한 당쟁이 일어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역사의 표면이지 조금 파고들어 가면 우물물처럼 지층 문화라는 것이 있습니다.
유교도 바깥에서 들어온 것 아닙니까? 이데올로기도 바깥에서 들어온 것이죠? 외래의 것이 아닌 토착적인 것, 배운 선비들이 아니고 배우지는 않았지만 우리 강산의 흙과 바람과 우리들의 생활 속에서 그냥 살아왔던 민중들은 그렇지 않았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선비들은 꼬장꼬장해서 양 파로 나뉘어져 유학이 이(理)냐 기(氣)냐 맞서서 상대방을 전연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그러나 서민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우리말에 “뽕도 따고 임도 본다”는 것이 있지요. 그러니까 뽕 딸 때에는 임 못 보는 것이 아니다, 임 볼 때에는 뽕 못 따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생각이 대립되지 않았던 거예요. 사실 모순이 있는 거지요.
노동과 유희, 애정과 노동은 전연 다른 것인데도 우리 서민들은 뽕도 따고 임도 보고 하는 식이었습니다. 선비들이 경직된 획일 사상으로 흐른 유교 문화를 만들고 있을 때, 일반 서민층은 천·지·인을 화합시키는, 미신이라고 말해졌던 음양오행 사상, 저 지층 문화 속에 그들의 삶을 뿌리내리고 있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즉 남의 문화를 배워서 지적으로 받아들인 지식인들의 문화와 원래 우리가 생리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문화와는 달랐다는 겁니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배우지 않은 사람들은 그렇게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모순을 조화시키는 슬기를 잃지 않는 것 같은데, 교육을 받았다는 지식인들은 영어 발음만 조금 틀려도 따지려 듭니다. 배운 사람들은 유별나서, 영어를 조금 아는 사람이 남의 영어 발음이 틀리면 굉장히 따지지요. 브로큰 잉글리시니 어쩌니 하는데, 외국엘 나가보면 대학교수가 브로큰 잉글리시를 해도 우리처럼 부끄러워하지 않아요. 틀린 영어를 해도 외국어 틀리는 것이 당연하지, 그럽니다. 그런데 우리는 외국어인데도 틀린 영어를 하면 아주 망신을 당합니다. 지나치게 엄격하지요. - 이어령, <젊은이여 한국을 이야기하자>
[논제 및 출제의도 분석]
이번 논제는 극단적인 대립을 보이는 현대 우리 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전통적인 민중 의식의 분석을 통하여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핵심이다.
먼저, 제시문 (가)를 통해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의 대립이 사회적인 문제로 확산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나)에서는 우리 민족은 전통적으로 지배 계층의 극단적 대립과는 별도로 민중 계층에서는 서로 화합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
심지어 극단적인 것까지도 조화시키는 중용의 문화가 내재해 있음을 필자는 밝히고 있다. 이러한 조화와 화합의 정신을 통해 현대 사회의 문제점에 대한 해결의 열쇠를 삼아야 할 것이다. 정답은 누구나 알 수 있게 드러나 있지만 이것을 어떻게 엮어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는 바로 학생들의 몫이다.
한편, 지시한 대로 우리 사회의 모습 중 진보 세력과 보수 세력이 서로 치열하게 대립하는 현상을 구체적 사례를 들어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사례는 서론에서 화제 제시 및 문제 제기 방식으로 다루는 것이 적합하다.
서로 다르다는 것은 오히려 더 발전할 기회가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2주 전에 치러진 18대 총선에서도 보수 세력이 우위를 차지한 것이라 하면서도 절묘하게 나뉘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어느 한쪽의 의사를 절대적으로 반영하기보다 서로 화합하면서 극단이 아닌 협력의 길을 모색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학생 답안]
대전외국어고등학교 2학년 강민정
▲ 강민정 전외국어고등학교 2학년 |
더구나 2위였던 진보 진영의 후보와의 표 차이는 무려 530만 표였고, 다른 보수측 후보의 득표수까지 포함하면 63% 정도로 많은 국민들이 보수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우리나라 국민들이 보수 후보를 지지하게 된 데에는 지난 10년 동안 권력을 잡고 있던 진보 정권의 정치에 대한 불만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 국민들의 세금으로 북한에 많은 도움을 주는 등 나라살림을 제대로 하지 못한 데에 대한 분노라고 볼 수 있으며, 또한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바라는 민심을 읽지 못했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흔히, 사람들은 진보주의라면 현실적이어야 하고, 보수주의라면 이상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적 진보주의자와 이상적 보수주의자 중 선택하라는 문제는 결국, 진보와 보수 중 하나를 택하라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민들의 이념 성향은 제시문 (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진보와 보수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비율이 비슷하게 나타난 것을 알 수 있다. 그동안은 진보가 꾸준히 우세를 보여 왔지만, 정치 세력의 변화와 함께 국민들의 이념도 변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현재 우리의 사회에서는 진보와 보수가 팽팽한 반면,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우리 민족은 애매한 두 극단을 조화시키고 모순을 화합시키는 중용의 문화를 가졌었다. 물론 지식인인 선비들 사이에서는 외래로부터 새로운 것이 들어오면 극단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우리의 토착사상, 즉 민중의식을 가지고 살아온 민중들은 그렇지 않았다. 민중들은 “임도 보고, 뽕도 딴다.”는 말처럼 극단적인 것들을 대립시키는 것이 아닌, 조화를 시키며 살아왔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배우지 않은 사람들은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모순을 조화시키며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우리는 자신만의 생각을 주장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진보와 보수가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고, 또 자신의 주장을 조금씩 굽히며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선에는 두 점의 중간인 중점이 있게 마련이다. 진보와 보수라는 극과 극에서 서로의 이익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서로의 의견을 대립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해와 양보를 통해 조화를 이루며 극복해 나아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총평]
최종선 대전외국어고등학교 교사
▲ 최종선 대전외국어고등학교 교사 |
단, 제시문의 문장을 그대로 인용한 경우가 몇 군데에 나타나는데, 아무리 본문의 내용을 제시한 것이라 해도 그것을 자신의 용어로 재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논술은 주관적인 의견과 객관적 근거를 통해 주장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과정임에 틀림없다. 이때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되 그 용어와 짜임은 참신하게 꾸며야 좋은 글이 되는 것을 잊지 않아야겠다. 또한 ‘서로 간의 이해와 양보를 통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결론의 주장은 적절하지만 너무 평범하고 추상적인데, 이와 함께 구체적인 사례라든지 실질적인 방안 등을 덧붙였다면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되었을 것이다. 좋은 논술을 쓰려면 나만의 글을 쓰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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