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 버리고
결손가정 문제 색다른 접근 ‘눈길’
▲ '노란 코끼리' 스에요시 아키코 지음/이가서 |
소설 한 권에 보통 12,000원 정도 예상해야 하는데, 그 이유는 무료배송을 위해서는 책 가격이 10,000원 미만일 경우 손해를 보기 때문에 출판사에 가격상승을 부추겼던 것이 사실이며, 이런 이유로 책값이 올랐다.
이에 맞서 작년부터 일부 출판사를 중심으로 스테디설러 위주로 문고본 소형 책자를 만들어내기 시작했고, 이런 현상은 이제 서점가에 일반적인 현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보통 권당 가격이 5,000원에서 6,000원 사이의 문고본 출간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늘 소개드릴 책 '노란 코끼리' 도 2006년 11월 초판이 발행되었다가 문고본으로 출간되어 다시금 인기를 얻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싱글맘 가족 이야기를 순수한 아이의 시각으로 가슴 훈훈하게 담아낸 소설로 ‘노마 문예상` 수상작이자 ‘일본 도서관 협회 선정도서`인 이 책은 기존의 어른들 시각에서 다루었던 이혼 문제를 아이의 눈을 통해 펼쳐 보임으로써 결손가정 문제를 색다르게 접근해 간 것이 특징이다. 대부분이 결손가정을 다룬 수많은 이야기들이 어둡고 우울했던 측면이 강하게 부각된 반면에 이 소설은 보다 현실적인 측면에서 그들 이야기를 다루면서 유쾌하게 풀어간다.
이 소설에서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는 노란 코끼리는 남편 없이 혼자서 아이들을 부양해야 하는 엄마가 타고 다니는 소형 중고 자동차다. 출퇴근 시간마다 다른 거대한 어른 코끼리들 틈바구니에서 직업 전선으로 떠나는 작은 아기 코끼리는 그만큼 사회적인 입지가 좁은 싱글맘들의 입장을 여실히 드러내는 상징이다. 그와 더불어 왜곡된 시선이 가득한 사회 속에 편입하려는 이혼녀의 적극적인 자세를 나타내기도 한다.
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어머니는 남편과 이혼한 후 혼자의 힘으로 어린 남매를 키워 나간다. 하지만 흔히 책에서 볼 수 있는 위대한 모성이나 어머니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노란 코끼리』에 등장하는 어머니는 덜렁대기 일쑤고, 일처리도 신통치 않은 지극히 평범한 어머니의 모습일 뿐이다.
예를 들면, 자동차 운전면허를 목표로 삼은 후에 , 아이들에게 무슨 큰 일이나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더니, 운전면허 학원에 등록하고 바로 자동차를 주문해 집에 도착하게 하더니 3달이 넘도록 집안에 모셔놓고 마침내 운전면허에 합격을 한다. 합격한 기념으로 아이 둘을 데리고 바닷가를 놀러 가서는 돌아 오는 길에 휴게소에서 차 키를 꽂은 채로 차 문의 잠금장치를 잠가버린다. 1시간 이상을 길에서 쩔쩔매다가 아이의 재치로 교통경찰을 데리고 오는데 경찰 역시 차 문을 열지 못하고 2시간 이상 지체하다 보니 차 문 하나 따는데 경찰차가 3대나 출동하는 웃지 못할 촌극까지 벌인다.
그에 비해 어린 남매는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실수투성이인 엄마를 챙기는 모습까지 보인다. 아이는 생일날 찾아왔다 쓸쓸히 돌아가는 아빠의 뒷모습에 가슴 아파하면서도 다시는 아빠가 자신들을 찾아오지 않으리란 사실을 예감할 만큼 영특하다. 또한 여동생을 위하고 지켜야 한다는 오빠로서의 의무감도 자각한다. 하지만 이 소설의 장점은 그러한 어른스러움과 동시에 억지를 부리고, 자기의 욕심이 우선인 지극히 아이다운 행동과 생각이 함께 담겨 있다는 점이다. 즉, 사춘기 소년의 미묘한 시각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주인공이 열 한번째 생일날 오랜만에 엄마와 이혼한 아빠가 집으로 아이의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 왔다가 썰렁한 엄마의 구박을 견디지 못하고 나가는 상황이다. 마침 비가 와서 주인공의 여동생인 나나에게 엄마가 우산을 가져다 주라고 한다.
나는 그 자리에 멈춰선 채로 아스팔트의 물을 튕기며 달려가는 나나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왜 내가 직접 아빠에게 달려가 우산을 건네주지 못하는 걸까?`
나 스스로도 알 수 없었지만 지금 이 순간 아빠에게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은 나나밖에 없는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가 나나에게 다정하게 무어라고 하는 것 같았다.
나나가 발길을 돌려 우산을 든 채로 돌아왔고, 아빠는 비에 젖은 채 찻길로 향했다. 내가 있는 곳까지 돌아온 나나는 우산을 내밀며 빨개진 눈으로 말했다.
“우산 빌려 가면 다시 돌려주러 와야 한다고 필요 없대.”
‘그런 말이었구나........`
우리는 우산을 쓰고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두 번 다시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어쩐지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이 씁쓸해진 그 날은 내 열한 번째 생일날이었다.
마지막에 아이가 엄마에게 무리하지 말라고 혼자 생각하는 걸 보면 아이 역시, 엄마가 혼자의 몸으로 자신들을 위해 무리하고 있고 그만큼 힘든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우리들에게 힘을 주고 있다.
노란 코끼리를 탄 엄마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이 가족의 희망적인 미래를 암시하는 상징으로 독자들의 인상에 두고두고 깊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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