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순]삼국지 단상 - 용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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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순]삼국지 단상 - 용의 부활

[중도마당]박영순 충남대병원 감사

  • 승인 2008-04-21 00:00
  • 신문게재 2008-04-22 20면
  • 박영순 충남대병원 감사박영순 충남대병원 감사
▲ 박영순 충남대병원 감사
▲ 박영순 충남대병원 감사
휴일에 영화관에 가서 ‘삼국지, 용의 부활’을 봤다. 남들보단 삼국지를 많이 읽은 축에 속한다고 자부하였기에 그런 대작을 어떻게 스크린에 담았을까 하는 궁금함과 함께 촉나라 오호장군중의 한사람인 조자룡을 중심인물로 설정하고 배역에 유덕화를 캐스팅했다는 점이 개인적인 기호를 자극해서 극장으로 향하게 만들었다. 영화를 보면서 약간 씩 사실과 다른 설정과 가상인물인 조영 역으로 나오는 매기 큐라는 여배우의 비동양적 이미지와 의상과 소품들이 마치 ‘동방불패’를 연상시키는 점이 조금은 거슬렸지만 역시 ‘영웅담’은 재미있었다.

특히 영화 속의 장판파 전투장면은 화려하고 박진감 넘치는 데 실제 역사서에도 조자룡이 혼자서 조조의 대군 속을 누비며 오천의 철갑 기병 가운데 300명을 베고 유비의 아들(유선)을 구출하여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장비도 장판교에서 조조의 백만 대군을 한칼로 막아내며 비로소 영웅으로 등장하게 되는 역사적인 전투일 뿐 아니라, 융중 땅의 와룡인 제갈공명을 유비가 삼고초려로 군사로 영입한 후 천하 삼분지계를 도모하기 위해 조조의 공격을 피해 신야라는 작은 성을 떠나 강릉지방으로 향할 때 그를 따르는 백성을 버리지 않고 간난신고를 함께 겪으며 하나의 정치세력으로서 첫발을 내딛는 유비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중요한 의의가 있는 전투에 조자룡의 거친 숨소리와 허공을 가르는 창끝으로 관객의 오감을 몰입시킨다.

영화 속에서 조자룡의 최후는 봉명산에서 조조의 손녀인 조영 군에게 포위된 채 악전고투 하다 조자룡이 말을 타고 적진을 향해 최후의 돌격을 하는 장면인데, 비록 역사적 사실과는 다르지만 비장한 듯 하면서도 뭔가 허허로운 듯한 최후의 일전을 앞둔 장수의 내면을 깊이 있게 표현한 배우의 눈빛 연기를 상념에 남기며 무언가 2% 부족한 느낌을 털며 영화관을 나서는 데, 두 시간 가까이 숨죽이며 오감을 함께 모았던 많은 장삼이사들을 보면서 영화에 대한 평가야 제각각이겠지만 그들도 역시 나와 같이 잠시라도 ‘영웅’에 열광하며 고단한 삶을 위안하는 민초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민초들에겐 전란의 시기인 영화 속의 삼국시대만큼이나 복잡하고 고단한 삶의 조건들. 비록 국민 소득 2만달러 시대에서 3만달러 시대로 나아간다지만 심화되는 부익부 빈익빈, 다양한 차원에서 구조화되는 사회 양극화, 폭등하는 물가, 부동산 불패, 끊임없는 정쟁과 지역주의 부활 그리고 부패정치, 갈수록 패자부활전 마저도 허용하지 않는 신자유주의 경제의 냉혹함에 하루하루를 무한경쟁의 굴레 속에서 살아가는 이시대의 민초들에게 그야말로 잠시잠깐이라도 인간다운 삶과 사필귀정의 정신에 자신을 몰입시켜 보고 싶은 마음이 ‘용의 부활’을 찾는 것은 아닐는지.

서양의 수퍼맨이나 배트맨처럼 선악의 이분법에 의한 정의관념 아래 악당을 통쾌하게 제거하는 액션히어로 보다는 누구나 최소한 한 번쯤은 읽어보았을 삼국지의 대의명분과 도도한 역사정신의 격동, 도원결의 같은 숭고한 감정, 조자룡 같은 걸출한 무용과 당당하고도 의연한 인품을 지닌 장군들의 활약을 스크린으로 보면서 자신의 내면에 위축됐던 자신감과 용기, 관용, 열정 등 진정한 ‘용’을 ‘부활’시켜 인간에 대한 사랑의 본분을 되새길 수 잊는 작지만 의미있는 시간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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