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명승]독일, 원전 없애려다 ‘진퇴양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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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명승]독일, 원전 없애려다 ‘진퇴양난’

[사이언스칼럼]양명승 한국원자력연구원장

  • 승인 2008-04-21 00:00
  • 신문게재 2008-04-22 21면
  • 양명승 한국원자력연구원장양명승 한국원자력연구원장
▲ 양명승 한국원자력연구원장
▲ 양명승 한국원자력연구원장
“다시 통일을 맞이한다면 모든 것을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우베 밀러 『대재앙 통일』 중에서)

분단의 끝이자 통합의 시작인 통일은 독일에게 정치적으로는 축복이었지만, 경제적으로는 재앙에 가까웠다. ‘유럽경제의 기관차’로 불리며 세계 경제를 호령하던 독일은 1990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자 지독한 통일 후유증에 휘청이기 시작했다.

통일 이후 10년이 넘도록 독일의 경제성장률은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치를 맴돌았고, 반면 국가부채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옛동독 지역에 대한 집중투자로 동서간 경제력 차이를 좁히려는 노력도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 중앙정부의 막대한 재정지출에도 불구하고 옛동독 지역이 좀처럼 자립 기반을 구축하지 못하면서, 옛서독 지역으로 대규모 인구 이탈이 발생했다.

통일 전 심각했던 인력 부족이 해소되고 급속한 고령화가 진정되는 등 통일이 독일 사회와 경제에 긍정적으로 기여한 부분도 물론 적지 않다. 그러나 통일후 18년이 지난 현재까지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훨씬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1995년을 끝으로 2만 달러대로 떨어졌던 독일의 1인당 GDP가 9년만인 2004년 다시 3만 달러 대에 진입했지만 “동과 서가 하나 되는 진정한 통합까지는 앞으로 20년은 더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역사를 기록하고 정리하면서 역사에서 교훈을 얻는 것은 인간만의 특권이다. 그런 점에서 분단을 끝내고 통일을 이룬 독일은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에 귀중한 역사의 가르침을 선사하고 있다. 독일이 우리에게 주요한 벤치마킹의 대상인 것은 비단 통일 문제만이 아니다. 경제 발전의 원동력인 에너지, 그 중에서도 원자력에 관한 정책에서 독일의 행보는 중요한 참고 대상이 되고 있다.

독일 에너지청이 지난달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신규 발전소 건설에 착수하지 않을 경우, 독일은 향후 10년 안에 심각한 에너지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에너지의 양은 어마어마하다. 전력회사별로 예측치가 조금씩 다르지만 오는 2020년 기준으로 전력 설비 부족 용량은 최소 12기가와트(GW), 최대 30GW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30GW라면 지난 2006년 우리나라 전체 발전 설비 용량(65GW)의 절반에 육박하는 천문학적인 수치다.

혹독한 통일 후유증을 겪었다지만 여전히 유럽 최대 경제국가인 독일이 왜 이런 지경에까지 몰렸는지 원인은 자명하다. 독일은 지난 1998년 ‘독일을 원자력발전소가 없는 나라로 만든다’는 탈원자력 기치 아래 가동중인 원전 20기를 모두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독일 최초의 원전인 오브리히하임 발전소가 2002년 가장 먼저 폐쇄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3기가 가동을 멈췄고, 남은 17기도 오는 2021년까지 모두 폐쇄될 예정이다.

원자력발전소를 석탄 화력 발전소나 신재생 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독일의 계획은 벽에 부딪혔다. 원전보다 훨씬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력 발전소 추가 건설은 환경단체들의 반대에 부딪혔고, 세계 최고 수준인 신재생 에너지 기술로 생산되는 전기는 전체 소비량의 7% 수준을 밑돌고 있다. 독일은 기후변화 협약에 따라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고 40%까지 감축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독일이 처한 상황은 59기의 원전을 가동하면서 쓰고 남는 전기를 수출까지 하고 있는 이웃나라 프랑스와는 대조적이다. 독일의 에너지 위기는 에너지 수급 등 국가의 정책은 미래를 내다보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값진 역사의 교훈을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독일이 옳은지, 프랑스가 옳은지 논박하기 보다는 두 나라의 상황을 면밀히 따져보고 역사에서 충분히 교훈을 얻어내는 것이 우리에게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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