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훈]봄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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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훈]봄의 소리

[문화초대석]김병훈 충남대학교 예술대학 관현악과 교수

  • 승인 2008-04-20 00:00
  • 신문게재 2008-04-21 20면
  • 김병훈 충남대학교 예술대학 관현악과 교수김병훈 충남대학교 예술대학 관현악과 교수
▲ 김병훈 충남대학교 예술대학 관현악과 교수
▲ 김병훈 충남대학교 예술대학 관현악과 교수
지난겨울 온몸을 얼어붙게 한 칼바람 소리는 온데간데없다. 금세 바뀐 바람은 뒷산 모퉁이 얼었던 땅을 녹여 질퍽거리는 소리를 들려주는가 싶더니만 꽃피고 새순 돋는 소리로 봄을 움켜쥐고 있다. 만물을 생동케 하는 봄의 소리에 눈을 돌려 보려 했더니 봄은 이미 끝자락에 와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나이의 무게에 눌린 게으름 탓인지 아니면 빠른 세월에 탓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금년 봄 소리 중의 소리는 나랏일 잘 해 보겠다는 아우성이 줄곧 이어진 것 같다. 비록 봄의 마지막 삼월은 반달 여밖에 남지 않았지만 옛 선조들의 명경에 비친 봄의 소리를 엿볼까 한다.

옛날에는 으뜸으로 하늘과 땅을 표상하고 거기에 만사를 대응시킨 후 이 둘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변화과정을 살핀다. 옛 표현은 이렇다. 하늘은 맑아 가볍고 땅은 탁하여 무겁다. 하늘은 아버지이고 땅은 어머니이다. 하늘을 줄기로 삼고 땅을 가지로 삼아서 여기에 각각 10개와 12개를 대응시켜 이것을 10천간 12지지라고 한다.

봄은 계절의 시작이므로 천간의 시작인 갑(甲)에 을(乙)을 짝하여 배당하고 지지의 경우는 정월에는 인(寅) 이월에는 묘(卯) 삼월에는 진(辰)을 배당한다. 지지의 시작인 자(子)를 정월에 배당하지 않는 까닭은 동짓날이 지나면 낮의 길이가 점차 길어지는 양기의 증가를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동짓달에 자를 배당한다.

소리도 마찬가지로 시작 음율 황종을 동짓달에 배당하므로 정월은 태주 이월은 협종 삼월은 고선이 된다.

음율 이란 음악을 이루는 소리의 규칙을 말하는데 그 규칙은 천문학과 관련된 해와 달 그리고 별들이 움직임으로부터 얻는 자연과학적 결과이다. 그 규칙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구체적 사물과 직접 관련된 도량형의 규정에 적용 되었다는 사실을 미루어 볼 때 그 의미를 새겨 볼 가치가 크다는 생각이다.

봄의 대응된 갑은 풀과 나무가 종자의 껍데기를 쓴 채 생겨나려 하는 것을 상징하고 을은 초목이 어렵게 땅을 뚫고 나온 것을 상징한다. 정월의 인은 초목이 펴 나가서 생동함이고 이월의 묘는 초목이 내밀어 나옴이고 삼월의 진은 진동하여서 퍼져 나오는 것을 말한다.

정월의 음율 태주는 양기가 땅에 크게 모여 만물에 도달함을 말한 것이고 이월의 음율 협종은 태주를 도와서 사방에 기를 펴고 종물을 내는 것이고 삼월의 음율 고선은 양기가 양생하여 묵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으로 간다는 것이다.

봄의 소리는 하늘과 땅의 조화로움에 의한 새 생명의 소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끝없이 순환되는 시절 속에서 봄은 새 생명의 터전이고 소리는 약동하는 생명력을 보여준다. 그 생명의 소리는 하느님의 말씀과 같은 소리일 것이고 그 생명력의 소리를 깊이 바라봄은 관세음과 다를 바 없을 것 같다. 봄의 소리에 맞춰 몸과 마음을 실어 나르면 자연스런 모습을 찾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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