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문 (가)와 (나)에 등장하는 자식을 비판하고,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자신의 견해를 밝히시오.
[유의 사항]
① 적절한 제목을 붙일 것
② 1400(±140)자 분량으로 할 것
③ 시간은 120분임.
烏有反哺之孝(오유반포지효) 까마귀는 먹이를 새끼들이 어미에게 물어다 먹이고
鳩育三枝之禮(구육삼지지예) 비둘기는 부모 보다 나무의 세(三) 가지 아래 가지에 앉는다.
까마귀는 나라에 따라 흉조나 길조로 인식됩니다. 한자로 자오(慈烏), 효조(孝鳥), 반포조(反哺鳥)라는 “은혜 갚는 새”로 불립니다. 까마귀 어미는 새끼를 낳자마자 산후통으로 눈이 먼다고 합니다. 그래서 새끼들이 엄마에게 먹이를 물어다 준다고 합니다.
우리말에 “까막눈”이라는 말도 눈이 먼 까마귀 어미에서 유래했고 합니다. 여기서 어미에게 은혜를 갚는 까마귀의 효성이라는 ‘반포지효(反哺之孝)`라는 말이 나왔다고 합니다. 우리 어머니들도 아이를 날 때 170여개의 뼈가 움직일 정도의 고통이 있다고 합니다.
시대가 변화되어 효에 대한 윤리관이 많이 변화되었다고 하지만 우리사회의 모든 분야에는 효의 덕목이 바탕을 이루고 있습니다. - http://blog.daum.net/zzagu47/2737607 -
(가)
“네가 소원하는 것이 은혜가 아니고 파멸이라는 것을 왜 모르느냐? 자, 거두어 주겠느냐? 소원을 다른 것으로 바꾸어 주겠느냐?”
“그럴 수 없습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아버지의 태양 마차를 몰아 보는 것입니다.”
“네가 바라는 것이 정말 어떤 것인지도 모르고 아직도 이렇게 조르고 있는 것이냐?”
“조르는 것이 아닙니다. 정말 그것 하나밖에는 바라는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할 수 없구나. 네 소원대로 해 보려무나. 내 이미 스튁스 강에 맹세하였으니, 내가 무슨 수로 이 약속을 번복하겠느냐? 네가 이보다 조금만 더 지혜로웠으면 얼마나 좋겠느냐?”
태양신의 경고도 이것으로 끝이었다. 아버지의 충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들은 끝내 제 고집을 꺾지 않았다. 파에톤은 기어이 태양 마차를 몰아 보겠다는 것이었다. 힘닿는 데까지 아들을 타이르다 지친 아버지는 태양 마차가 있는 곳으로 아들을 데려갔다. (중략)
태양신 헬리오스는 아들의 얼굴에다 불길에 그슬리는 것을 예방하는 약을 발라 주고, 바른 것이 살갗에 고루 묻도록 문질러주기까지 했다. 그런 다음에는 아들의 머리에다 빛의 관을 씌워 주었다. 아버지는 이러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어찌할 수 없었던지 자주자주 한숨을 쉬었다. 오래지 않아 자식에게 닥칠 재앙과 이로 인한 자신의 슬픔을 예견했기 때문이다. 아버지 헬리오스는 이렇게 말했다.
“아비의 말을 잘 듣고 마음에 새기도록 하여라. 되도록이면 채찍은 쓰지 않도록 하여라. 고삐는 힘껏 잡도록 해야 한다. 천마는 저희가 알아서 잘 달릴 게다만, 이들의 조급한 마음을 누그러뜨리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늘에는 권역이 없는 것 같지만, 엄연하게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중략) 혹 내 말을 듣고 네 마음이 변하지는 않았느냐? 변했거든 천마의 고삐를 놓고 내 말을 따라라. 따를 수 있을 때에 따라라.
네 발이 이 단단한 태양신궁의 바닥에 닿아 있을 때에 내 말을 따라라. 하늘로 오르는 일은 미숙한 너에게 맞지 않는다. 네가 이 위험한 일을 해 보겠다고 우기기는 한다만, 대지에 빛을 나누어 주는 일은 나에게 맡기고, 너는 그 빛을 누리는 것이 어떠하겠느냐?” - 중학교 국어 3-2, 1. 창조적인 문학, 『길 잃은 태양마차』-
(나)
有錢有孝 無錢無孝… 부모의 권위도 지갑에서?
모처럼 아들네 가족이 들르기로 한 토요일 오후 정년퇴직한 남편과 단둘이 사는 이모(61·경기 용인시 죽전동) 씨는 지갑을 만지작거리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얼마 전 여고 동창모임에서 친구가 한 말이 생각났기 때문.
“난 며느리 올 때 지갑에 돈이 없으면 빳빳한 종이라도 넣어둬. 그래야 며느리가 말을 듣는 척이라도 하지. 너희들도 보석함에 진짜 보석이 없거들랑 돌멩이라도 가득 채워 둬. 묵직하게 뭔가 들어 있다고 느끼게 말이야.”
물론 농담이 섞인 말이지만 효(孝)에도 자본의 논리가 끼어들고 있는 세태를 느끼게 한다. 돈이 있어야 효도도 받는다는 현실이 ‘효의 실용주의`로 표현되기도 한다. 이 말을 듣는 사람들은 쓴 입맛을 다시게 된다.
‘유전유효, 무전무효(有錢有孝 無錢無孝)`는 일부 돈 있는 사람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집안 대소사에는 돈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며느리의 출산을 앞두고 있는 예비 할머니 강모(63·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씨는 요즘 고민에 빠졌다. 주변에서 며느리가 아이를 낳은 뒤 출산 장려금을 주었다는 소리를 심심치 않게 들어온 터였다. 며느리에게 비록 장려금까지는 주지 못해도 축하금은 주어야 할 터인데 돈이 넉넉지 않아 걱정이다.
“젊은 사람들이 애를 하도 안 낳으니까 부모들이 출산 장려금을 준다는 거예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내 문제가 되니 슬금슬금 눈치가 보이고 얼마를 줘야 하나 고민이 되네요.”
돈은커녕 ‘수고했다.`는 시어머니의 말 한마디에도 눈물이 핑 돌던 시절을 살았던 강 씨는 “어쩌다 이런 세태가 되었는지 한심하다. 그래도 부모 대접을 받으려면 며느리에게 남들하고 비슷하게는 해야 할 것 아니냐.” 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강 씨처럼 자식들에게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돈이 최선의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믿는 기성세대가 적지 않다.
경기 고양시 일산 신도시에 사는 권모(67·여) 씨는 “애들 출가시키고 집을 줄여 이사 갔다가 다시 넓은 집으로 이사하는 친구들을 처음엔 이상하게 생각했다.”면서 “좁은 집에 살면 자식들이 들러도 불편해하고 손자들도 ‘할머니네 가난해?` 라고 묻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엔 집도 차도 자식들 것보다 커야 무시당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면서 “나도 다시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갈까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정경숙(가명·60·서울 송파구 거여동) 씨는 “늙으면 건강이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돈 없고 건강하면 그것만큼 괴로운 것도 없겠다는 생각이다. 몸은 멀쩡해 돌아다녀야 하는데 돈이 없으면 얼마나 초라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자식들도 돈 때문에 부모 자식 간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는 건 매한가지다. 주부 박모(38) 씨는 친정에 가면 올케와 함께 설거지를 도맡아 하는 신세. 언니 2명이 모두 잘살아 부모님께 ‘뻐근한` 선물을 챙겨 오면 눈치가 보인다.
박 씨는 “나에게 대놓고 뭐라 하는 사람은 없지만 몸으로라도 때워야겠다는 생각에 팔을 걷어붙이게 된다.”며 “자식도 부모한테 서운하다는 생각이 들게 하지 않으려면 돈이 필요한 거 같다.”고 말했다.
비교적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부모를 만난 자식들은 은근한 기대를 했다가 서운해하기도 한다. 맞벌이 주부 차모(35·서울 도봉구 창동) 씨는 “집값도 너무 많이 오르고 애를 키우며 직장을 다니는 게 힘들어 미리 유산을 주시면 얼마나 고마울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요즘 시부모님들이 너무 약으셔서(?) 찔끔찔끔 도와주시지 큰돈은 절대 안 주시니 서운한 때도 있다.”고 고백했다. (하략) - 동아일보, 2006. 12. 23. -
[논제 분석 및 출제 의도 파악]
어쩌면 당연한 문제라 인식될 수 있으나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현대 사회의 오늘 한 번쯤은 되돌아볼만한 문제이다.
제시문 (가)는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글로, 아버지의 자식에 대한 사랑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아버지의 사랑을 뿌리치고 자신의 헛된 욕망 때문에 파멸하게 되는 파에톤을 통해서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교훈을 얻을 수도 있다. 제시문 (가)는 전체적으로 아버지의 성급함 때문에 빚어졌다 할 수도 있겠지만, 아들의 고집은 신(神)도 어찌 할 수 없었고, 결국 부모는 자식을 이기지 못했다.
제시문 (나)의 ‘유전유효 무전무효(有錢有孝 無錢無孝)`는 현대인들의 ‘효`에 대한 태도를 단적으로 표현한 말로, ‘효`라는 당연한 행동양식에 자본이라는 경제의 논리가 끼어들어 흔들리는 우리 사회의 일면을 볼 수 있다. 같은 여자임에도 함께 손을 잡을 수 없는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의 갈등 또한 시간이 흐르면서 그 골은 더 깊어만 가고 있다. 부모 또한 자식으로부터 대접받기 위해 경제적으로 부유해야 하고, 가끔 찾아오는 자식들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현실의 문제를 신랄하게 지적하고 있다.
이 논술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제시문의 분석과 더불어 두 제시문에 등장하는 부모 자식의 관계를 분석해야 한다. 그리고 문두가 암시하듯이 두 제시문에 등장한 자식들의 바람직하지 못함을 비판하여야 한다. 끝으로 과거와 다르게 점점 변질되어가는 부모 자식간의 바람직한 관계에 대하여 자신의 의견을 구체적인 논거와 함께 진술하여야 한다.
[학생예문]보문중학교 3학년 호용기
돈으로도 명예로도 살 수 없는 관계
▲ 호용기 보문중학교 3학년 |
사실 요즈음 세상에 돈 없이 부모 노릇하기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먼저 교육적 측면에서 각종 사교육비 지출은 상상을 불허하고 있으며, 문화적측면에서는 통신매체 기술의 발달로 생활필수품이 되어버린 컴퓨터 및 휴대전화를 필두로 그럴듯한 전자통신 매체가 없으면 부모가 돼서 그런 것 하나 못 사주냐며 원망을 듣기 십상이다. 이렇듯 물질만능주의가 판치는 이 세상에서 우리의 전통적인 효의 개념도 흔들리는 것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일수록 우리는 이러한 효의 정신을 가꾸고 지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세상에는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정말로 소중한 것들이 존재하지 않는가? 부모 자식간의 관계는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는 사랑이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구속의 관계라 할 수 있다. 물질적으로 결코 그 가치를 가늠할 수 없음에도 칼로 두부 자르듯 구분 지으려는 현실이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부모의 위상은 경제적인 배경 못지않게 사회적인 배경도 상당히 민감하게 작용한다. 부모님의 사회적 지위가 높을 경우 그리 문제될 것은 없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에는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 그럴수록 가차 없이 부모를 무시하고 비난하기 일쑤다.
이렇듯 과거와는 다르게 변질되어만 가는, 그래서 흔들리는 ‘효`에 대한 가치관의 변질 근본 원인은 바람직한 가정 교육의 부재에서 찾을 수 있다. 세상의 어느 부모가 자식이 잘못 되기를 바라겠으며, 그릇된 길로 인도하겠는가? 그럼에도 자신의 짧은 사회 경험과 소박한 지식만으로 부모를 이기려 할 뿐만아니라 모든 가치를 판단하고 재단하려 하기 일쑤다. 비록 질풍노도의 시기인 청소년기에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가치관이 계속해서 유지된다면 부모 자식간의 관계는 불을 보듯 뻔 한 일이다.
우리 주위를 살펴보면 부모님이 계시지 않아 그 큰 빈자리를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런 사람들을 보면 우리가 부모님과의 관계를 경제적인 배경이나 사회적인 배경으로 부모님을 판단한다는 것조차 가진 자의 오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해도 명예나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생명이라는 고귀한 선물을 주신 부모님께 효로써 따르는 전통적인 가치관은 우리가 지켜야 할 위대한 유산이라는 생각이 든다.
[총평]보문중학교 교사 백덕현
▲ 백덕현 보문중학교 교사 |
이 논술에서는 제시문 분석을 통해 문두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자식들의 부모를 대하는 태도를 비판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 대하여 논술을 하여야 한다.
호용기 학생의 글은 우선 제시문을 잘 이해하였고, 어휘 선정을 잘하여 고급스럽게 표현된 문장도 찾아 볼 수 있다.
그러나 상술하였던 바처럼 논술은 조건에 맞는 글임을 간과하였다. 논술에서는 제시문의 이해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논술문의 문두 이해도 상당히 중요하다. 문두를 제대로 이해하여야 제시문의 이해와 논술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논술에는 제시문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서는 논술을 할 수는 없다. 두 제시문에 등장하는 자식들에 대한 비판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생의 글에서는 제시문에 대한 언급은 전혀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에 논술문의 조건에 부합하는 글을 썼다고 볼 수 없다. 앞으로 논술을 할 때에는 문두의 분석과 이해를 통해 무엇을, 어떤 절차에 의해 논술을 하여야 할 것인지 분명히 확인하여야 한다.
결론 부분은 세 개의 문장으로 되어 있는데, 그 중 두 개의 문장이 ‘~생각이 든다.`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논술에서 결론 부분은 본론 부분에서 피력한 자신의 의견을 요약·정리하고, 앞으로의 전망이나 과제를 제시하는 부분이다. 그러므로 힘 있고 깔끔한 마무리를 위해서는 본론 못지않게 강한 어조로 명확하게 표현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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