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밀화가 정태련씨 물고기 작품 압권
▲ 이외수씨 |
이 문구는 광고의 재발견이라는 이외수의 새로운 에세이 '하악하악'에 나오는 구절이다.
`거친 숨소리`를 뜻하는 인터넷 언어 '하악하악'은 팍팍한 인생을 거침없이 팔팔하게 살아보자는 이외수 작가의 메시지가 담기며 신나고 흥겨운 에세이 『하악하악』으로 새롭게 변신했다. 이 책에 수록된 원고들은 지난해 3월에 개설한 이외수 작가 플레이톡 홈페이지(www.playtalk.net/oisoo)에 매일 1~10회 써서 올린 원고 중 네티즌의 뜨거운 댓글로 인정받은 수작들만을 엄선, 개작해서 나온 책이다.
이 책은 작가 이외수씨보다도 사실 세밀화를 그린 정태련씨가 압권이다.
정태련씨는 사라져 가는 한국의 동식물을 세밀화로 되살려 내는 일을 평생의 소명으로 간직하고 살아가는 화가이다. 이 책에 수록된 65종의 민물고기들은 우리들의 가슴속에 영구히 살아 숨쉬도록 만들기 위해 무려 3년 동안이나 전국의 산하를 떠돌았고, 현재 북한강 상류에 위치한 작은 마을에서 이 책 속 물고기 아이콘을 그린 박경진 작가와 부부로 느림의 삶을 영유하고 있다.
이외수씨의 글은 짧고 간결하면서도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것이 특징인데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이 책은 시작한다. 그리고 털썩, 쩐다, 대략난감, 캐안습, 즐 ! 이렇게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이외수가 아직도 건재함을 느끼게 해주며 , 계속해서 진보하는 중임을 확인시켜주는 63차원의 신세계다.
작가들은 대개 나이가 들면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잔소리꾼이 되거나 자신의 힘없음을 한탄하는 회의론자가 되기 일쑤다. 하지만 이외수는 계속해서 이 세계가 어떤 식으로 변형되어가는지 혹은 퇴보, 진보, 답보의 형상을 어떤 방법으로 풀어 가는지 예의주시하는 모양이다.
삼십대조차도 낯설게 느껴지는 신조어인 인터넷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이 시대를 방랑하는 수많은 인터넷 세대들에게 늘 그래왔듯 귀엽게 진실을 설파하고 있다. 먼저 가장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교육문제를 이렇게 비판하고 있다.
어느 초딩의 일기
나는 삼촌만큼 크면 반드시 대학생이 되어야겠다. 삼촌은 대학생이다. 삼촌은 공부를 안한다. 맨날맨날 놀기만 한다. 부럽다. 대학생이 되면 공부를 안하고 학원에도 안가고 맨날맨날 놀기만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크면 꼭 대학생이 되어야겠다. 그리고 자신의 작품에 대해 악플을 달고 있는 분들에게 던지는 항변을 이렇게 표현한다.
세상에는 제 작품들을 문학계의 ‘슈레기`로 취급하는 부류들도 더러 존재하지 말입니다. 그분들은 대개 밤송이를 던져주면 그 속에 알밤이라는 과실이 들어 있는 줄도 모르고 겉에 있는 밤송이만 씹어먹고 나머지는 내던져버린 다음 자신이 알밤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말씀하시지 말입니다. 그 때마다 저는 무인도에 유배된 기분으로 한 음절의 단어를 나지막이 내뱉고 싶지 말입니다. 즐 !
모든 것이 디지털로 호환되는 이 시대에, 어디로 가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심지어는 시공간의 경계마저 헷갈려하고 있는 어린양들이 얼마나 많은가. 지금도 게임 한 판이라도 더 할 생각에 잠 설치고 있을 아이들 혹은 방황하는 어른들. 이 시대, 가장 큰 공황에 빠져있는 자들은 어쩌면 그들일지도 모른다.
옆나라는 전쟁통이라는데 딱히 걱정되는 것도 아니고, 밀가루값 올라서 핵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호들갑 떠는 인간들의 소음에도 별다른 정신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정말이지 매사에 의욕이 없고 무엇 하나 되는 일도 없고 짜증만 난다면. 내 자신에게 `하악하악` 한 권 선물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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