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수정 부여 세도초 특수교사 |
“음….다른 사람의 말을 열심히 듣고 또 스스로 말을 많이 하면,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대화할 날이 올거야. 예슬아.” “정말 저에게도 그런 날이 올까요? 저 오늘부터 열심히 할게요.”
그러나 그 학생 혼자만의 노력으로 장애를 극복하며 사는 것이 가능할까?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살아가기에는 쉽지 않은 사회, 장애인들에 대한 편견의 시선들… 장애를 가진 이 어린아이가 자라면서 얼마나 많은 좌절을 겪게 될지 잠시 생각해 보니 단순히 가르치는 교사로서가 아닌 부모의 심정에서 가슴이 아려왔다.
이렇게 예쁜 아이가 상처받지 않고, 더불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장애로 인한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는 사회- 그런 사회를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것은 장애를 가진 학생뿐만 아니라, 그 학생의 가족들이, 친구들이, 나아가 이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가능한 일이다.
이런 나의 생각을 실천에 옮길 수 있도록 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을 비롯한 세도초등학교 모든 교직원과 학생들이 나에게 큰 힘을 실어주었다. 그래서 나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수화를 가르칠 수 있었다. 방과후 수화부를 저학년 수화기초반, 고학년 수화중급반·수화심화반으로 체계적으로 조직하여 운영했다. 또한 단순히 외워서 하는 수동적인 수화가 아닌 뮤지컬과 노래에 접목시킨 수화를 지도하고, 인어공주와 춘향전을 각색하여 수화로 표현하는 기회를 학생들에게 제공했다.
2003년부터 교내에 조직 운영되고 있는 수화부 ‘맑은 소리’ 소속 학생들을 인솔하여 2007년 제 5회 부여군 수화경연대회에서 1위, 제 8회 충남 수화경연대회에서 1위, 나사렛대 주최 제 5회 전국 수화경연대회에서 2위를 차지하는 등 여러 차례 수상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이러한 수상경력은 학생들에게 수화활용에 대한 생생한 경험을 제공하여 수화연습을 더 열심히 하도록 하는 동기를 주었다.
무엇보다도 청각장애를 가진 예슬이의 표정이 밝아졌다. 친구들과 자유롭게 수화로 대화를 나눈다. 이런 아이들의 변화된 모습에서 오늘도 나는 가르칠 이유를 발견하고, 가르칠 힘의 원천을 공급받는다. 지금 이렇게 수화를 열심히 배우는 학생들이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뿐만 아니라 마음도 나눌 줄 아는 사람들이 된다면…. 세도초등학교 어린이들의 사랑의 속삭임이 이 사회를 환하게 비추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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