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학]미래지향적인 방사성폐기물 안전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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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학]미래지향적인 방사성폐기물 안전관리

[사이언스칼럼]정재학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폐기물안전실장

  • 승인 2008-04-14 00:00
  • 신문게재 2008-04-15 21면
  • 정재학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폐기물안전실장정재학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폐기물안전실장
▲ 정재학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폐기물안전실장
▲ 정재학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폐기물안전실장
모든 동전에는 양면이 있듯이, 편리해 보이기만 하는 문명의 이기들은 많은 혜택과 함께 적지 않은 숙제도 안겨주고 있다. 우리가 편리하게 사용하는 전기의 약40%를 공급하고 암의 진단과 치료를 가능케 해준 원자력에너지 또한 부수적으로 발생되는 방사성폐기물의 안전한 관리라는 숙제를 동반하고 있다.

미국, 프랑스, 영국, 일본, 스웨덴, 핀란드 등 원자력에너지를 이용하는 많은 선진국들은 이미 중`저준위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하고 있으며, 고준위폐기물에 대해서도 수십 년 이상의 노력을 통해 이미 처분부지를 확보했거나 최소한 장기계획에 따라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2005년 중`저준위폐기물 처분시설 최종 후보부지가 선정되었다. 다양한 시각이 있을 수 있으나, 적어도 지속가능발전 측면에서 국가 방사성폐기물 안전관리의 수준이 진일보한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지난해 12월 발표된 정부의 미래원자력 종합로드맵 시안과 지난달에 공포된 방사성폐기물관리법에서는 고준위폐기물(사용후핵연료)의 처리`저장 및 처분까지 고려하고 있으며, 사용후 핵연료 관리방안에 대한 공론화가 올해부터 시작될 예정인 것으로 보도되는 등 조만간 국내에서도 고준위폐기물의 안전관리를 위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우리보다 앞서 이 문제를 고민하고 효과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해온 선진국의 경험을 살펴보면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방사성폐기물의 안전관리를 위한 국가정책을 조기에 법제화한 후, 20~30년 장기간 동안 연구`개발, 후보부지조사, 부지선정 등을 단계별로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는 점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올해 초 국회에서 방사성폐기물관리법을 입법화하는 등 좋은 출발을 보이고 있다. 다만, 수십 년 동안 국책사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하위 법령이나 기본계획에 단계별 추진체계와 기관별 역할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향후 국내외 상황변화에 대해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둘째, 사업 추진과정에서 국민의 신뢰확보와 참여를 강조해왔고 지금도 이를 위해 많은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미 중`저준위폐기물 처분시설 부지선정 과정에서 국민신뢰와 주민참여의 중요성을 경험한 바 있지만, 고준위폐기물 관리사업 추진과정에는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 분야에 많은 경험을 가진 선진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국내 상황에 적합하게 보완`적용하는 등 보다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셋째, 사업 초기부터 관련 기관들의 유기적인 역할분담과 참여체계를 구축해왔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 스웨덴, 핀란드에서는 규제기관이 고준위폐기물 처분시설 부지선정 또는 조사단계부터 참여하고, 사업자의 연구`개발 및 사업추진 내용을 사전에 검토한 후 안전성 측면의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사례는 사업 추진과정에서 범할 수 있는 시행착오나 국가자원의 중복투자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향적으로 검토해볼 가치가 있다. 다만, 인허가 신청전 규제기관의 참여에 대해 제기될 수 있는 규제독립성 측면의 우려는 앞서 소개한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법적`제도적으로 공식화함으로써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원자력에너지라는 문명의 이기가 남겨준 고준위폐기물의 장기적인 안전관리라는 숙제를 막 시작하려 하는 참이다. 최소한 20년 이상 오랜 준비가 필요한 사업이지만, 다행히 우리보다 앞서 숙제를 거의 마무리하고 있는 적지 않은 국가들이 그동안 걸어온 길을 지켜봐왔다. 그들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을지 아니면 또 다른 시행착오를 범할지는 이제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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