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진동 대전교육과학연구원장 |
대전교육과학연구원에서는 영재교육원을 열고 수학, 과학, 발명, 언어 영역의 뛰어난 영재를 선발해 우수한 교사들이 선진 프로그램으로 가르치고 있다. 그래서인지 영재교육을 책임지는 교육과학연구원에 대한 기대가 높다. 그만큼 책임도 무겁지만 즐겁기도 하다.
교육수요자들의 높은 기대에 대한 즐거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영재교육이 지적능력이나 인지능력에만 치우친 나머지 정서교육이 부족해서도 안되기 때문이다. 흔히 어른들은 영재아를 인격체가 아닌 계산이 빠른 컴퓨터나 걸어다니는 백과사전 등으로 생각해 능력 이상의 성적 올리기를 기대한다. 영재는 사회의 섬이 아니다. 정서적 메마름이나 불안에 관계없이 성적이나 연구실적에만 기대하면 아이에게나 사회를 위해서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앞으로의 시대는 영재 1명이 1만 명 또는 10만 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이기도 하지만 영재의 아이디어나 발명품이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인류에게 득이 되기도 하고 해가 되기도 할 것이다. 미국의 만화가인 찰스 슐츠는“위대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큼 부담스러운 일은 없다”고 했다. 영재아들은 감수성이 예민하고 상상력이 뛰어나 작은 일에도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하고 집착하며 자기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그런 영재아들에게 균형 잡힌 감각을 키워주고 싶다는 게 나의 고민이다.
서양 속담에 ‘일찍 익으면 일찍 상한다`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영재들이 타고난 특성을 오래도록 발휘할 수 있게 지적 도움을 주고 그들의 가슴에 심미적 사랑을 불어 넣어줘야 한다. 전자는 영재들의 특성과 우리 연구원의 프로그램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다. 그러나 후자는 교육 프로그램이 부족해서 항상 고민해 왔다. 그러던 중 대전교육과학연구원에서는 식목일을 맞이해 영재들의 가슴에 하늘의 별과 지상의 꽃을 심었다.
그 중 하나가 주변 경관을 꽃과 나무로 아름답게 꾸민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아르키메데스는 금의 무게를 고민하던 중 목욕탕에서 부력의 원리를 깨닫고 ‘아하!`하고 뛰쳐나가며 ‘유레카!(발견했다)`를 외쳤다. 우리 영재들에게도 잠시나마 지적탐구에서 자주 깨닫는 통찰을, 자연을 통해서도 ‘아 ~!`하고 아름다움의 통찰을 느끼게 하자는 발상이었다.
이제 대전교육과학연구원은 영재들에게 학문의 개념이나 원리만을 터득하게 하는 곳이 아니라 지성 못지않게 감성을 충전시키는 영재교육원이란 이미지로 거듭나고 있다. 전 직원 1인당 20그루씩 나무와 꽃을 심기도 했다. 자연과 함께 아름다움을 느끼고 자연과 함께 부드러움을 기르고 즐길 수 있는 심미적 영재를 키우기 위해서다. 꽃 한 포기 심고 나무 한 그루 옮겨 심으면서 영재들의 가슴에 꽃 하나의 추억과 별 하나의 추억이 깃들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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