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호 흥사단 대전회장. 한밭대 인문과학대학장 |
지방 중소도시에서 살면서 간혹 서울이란 도시를 접하다 보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상적 문화 체험의 한 현상일 것이다. 더구나 그 때는 출·퇴근에 바쁠 러시아워도 아니었고 비상시의 특별한 상황도 아니었던, 지극히 한가로운 평일 대낮이었는데 말이다. 대한민국의 심장 서울에서는, 오늘처럼 따스한 봄볕의 나른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날에도 이런 일이 습관처럼 반복되고 있을 것이다.
바야흐로 속도의 시대다. 더욱이 21세기에 접어든 이즈음, 속도는 현대 사회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이미 지난 40여 년 간,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한국의 경제 성장에서 주요 에너지원이었던 단기 속성법은 마치 한국 성장 동력을 이끈 대명사처럼 각인되어 버렸다. 비록 그것으로 인해 ‘빨리빨리 문화`와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의 용어가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말이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다소 생뚱맞을 지 모를 딴죽 하나 걸어보자. 바로 크고 작은 공식 행사에서 행해지는 애국가 제창의 유감이다. 필자가 이제까지 겪은 바로는, 진정한 애국 애족 단체의 하나인 우리 흥사단(興士團)과 초·중등학교를 벗어나 애국가를 1절에서 4절까지 완창하는 걸 듣지도 보지도 못하였다. 그리고 그 생략의 변은 어느 행사에서나 한결같이 ‘시간 관계상`이라는 명분으로 대체되었다.
오늘날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죄악이라는, 실로 이 무자비한 ‘경제성의 원칙`은 최소한의 ‘인간으로의 원칙`과 ‘국민으로의 원칙`마저 점령하고 말았다. 단 몇 분의 시간을 아끼려는 그 갸륵한 마음을 애국가 제창에까지 적용하려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참으로 얄팍하고 염치없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러나 진실로 늦지 않았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삼가 옷깃을 새로이 여미고 대한민국의 진정한 독립과 선진국 대열에 함께 하기 위해 혼신의 피땀을 다해 열심히 살아온 이 땅의 참겨레와 늘 하나로 숨 쉬어온 우리의 자랑스러운 국가를 크고 작은 공식행사에서 늘 한결같이 힘차게 부르는 마땅한 의무를 다해 가야 함을 제안한다.
오늘도 출근길 교차로에서 촌각을 아껴 휴대 전화를 받고, 이제 곧 질주를 준비하는 수많은 신호 대기 차량을 보며 생각해 본다. 잊고 살아도 무방한 가치의 범람 속에서, 적어도 이 작은 부분 하나만이라도 지키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라 한다면 시대착오적 낭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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