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책읽기]구해줘-과거 고통에서 몸부림치는 인간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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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책읽기]구해줘-과거 고통에서 몸부림치는 인간군상

  • 승인 2008-04-08 00:00
  • 신문게재 2008-04-09 11면
  • 김필수 대훈서적 기획실장김필수 대훈서적 기획실장
85주 동안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던 책이 있다. 프랑스 작가 기욤 뮈소의 '구해줘'인데 이 책은 독특하게도 2006년 7월 국내에 소개되었지만, 안타깝게도 인기를 얻지 못하다가 올 해부터 아무런 이유 없이 젊은 여성독자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소설 베스트 1위에 오를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재미있는 이력의 소설이다.

작가 기욤 뮈소는 1974년 프랑스 앙티브에서 태어났다. 니스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그는 몽펠리에대학원 경제학과에서 석사 과정을 이수한 후 고등학교 교사로 지내며 집필 활동을 시작했다.

두 번째 소설 『완전한 죽음』을 출간하며 프랑스 문단에 일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세 번째 소설 『구해줘(Sauve-moi)』는 프랑스 아마존 87주 연속 1위라는 경이적인 판매 기록을 달성하며 그를 일약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는다. 네 번째 소설인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는 세계 22여 개국에서 출간되었고, 장기간 베스트셀러에 올라 역시 기욤 뮈소라는 찬사를 받았다. 『사랑하기 때문에』도 베스트셀러 최상단에 랭크되면서 기욤 뮈소 소설은 4연속 베스트셀러 1위, 4연속 1백만 부 판매라는 신기원을 이루었다.

'구해줘'의 의미는 가벼운 소설이라고 그냥 지나치기에는 매우 의미심장한 뜻이 있다.
세상 사람들은 각자 크고 작은 상처를 한 둘쯤은 갖고 있다. 물론 그 크기와 무게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말이다. '구해줘'에서도 상처와 아픔의 무게에 짓눌려있는 여러 종류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꿈을 이루기 위해 뉴욕까지 왔지만 절망만 경험한 배우지망생 줄리에트, 지금은 성공한 의사지만 과거의 어두운 기억들과 아내의 자살로 고통의 나날을 보내는 의사 샘, 경찰의 직분을 다 하고자 노력했지만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그레이스, 그런 그녀를 너무 사랑했었기에 그녀를 잃은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망가지는 루텔리, 등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펼쳐진다.

이들은 직접 입으로 내뱉지는 않지만 이들은 자신의 이런 고통과 상처로부터 구해달라고 외치고 있다. 과거의 아픔들로 더 이상 상처받지 않고, 현재의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해 달라고. 이제 이런 고통은 지긋지긋하다고, 당신의 사랑과 용서로 나를 구해달라고…

어쩜 그들은 우리들의 모습 중 하나가 아닐까..
어린 시절 뉴욕의 빈민가 출신이면서도 또래의 아이들 중 유일하게 빈민가의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엘리트의 길을 가게 된 주인공 샘 갤러웨이와 그의 어린시절 동료이며 마약을 했던 어머니와는 달리 샘과 마찬가지로 엘리트의 길을 걸었던 아내 페데리카. 샘은 ‘회복력`이란 정신과 분야에서 촉망받던 의사였지만 아내 페데리카는 자신의 어린시절과 현실의 괴리감에 고민하다가 자살을 선택하게 된다.

여배우의 꿈을 안고 뉴욕에 온 또 다른 여주인공 줄리에트 보몽. 그녀는 브로드웨이 무대에 서겠다는 일념으로 뉴욕에 왔지만, 연기 공부는 포기한지 오래고 생활비를 벌기에도 벅찬 생활에 염증을 느껴 프랑스로 돌아갈 결심을 굳힌다. 무대보다는 카페 웨이트리스가 직업이 되다시피 한 줄리에트에게 뉴욕은 패배와 무력감을 일깨워준 냉혹한 도시일 뿐이었다.

샘은 타임스퀘어의 길을 운전해가던 중 줄리에트를 차로 칠 뻔한 사고 일보직전에서 겨우 멈춰 선다. 그 우연한 사건은 뉴욕에 살지만 전혀 남남일 뿐이었던 이 두 사람의 삶을 운명적으로 가까워지게 한다.

샘의 매력에 빠진 줄리에트는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자신이 변호사라며 직업을 속이고 샘에게 접근한다. 아내를 잃은 후 삶에서 아무런 즐거움도 찾을 수 없었던 샘은 발랄하고 귀여운 이 프랑스 여자를 만나 자신의 생이 혹시 변할 수도 있다는 작은 희망에 사로잡힌다. 48시간의 만남과 격정적인 사랑의 시간이 지나가고, 이내 줄리에트에게는 프랑스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다가선다. 샘은 줄리에트를 보낼 수 없다는 생각과 단지 짧은 엔조이일 뿐이었다는 생각 사이에서 갈등하지만 결국 그녀를 잡지 못한다.
여기까지는 재미있는 로맨스 소설로 이어가는데 반전이 이루어지는 추리 소설이 시작된다.

파리행 비행기에 오른 줄리에트. 이제 돌아가면 영영 샘을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생각으로 고민하던 그녀는 출발 직전에 비행기에서 내려선다. 이 선택이 그녀를 예정돼있던 죽음으로부터 구해낸다. 파리행 비행기가 대서양 상공에서 폭발해 승객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빚어지기 때문.

한편 줄리에트를 잡지 못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채 망연자실해 있던 샘에게 그레이스 코스텔로라는 신비로운 여형사가 접근해온다. 그레이스는 줄리에트가 아직 살아있지만 며칠 후에는 죽어야 할 운명이라고 말하며 그를 깊은 혼란 속으로 빠뜨리는데…….

로망스 소설과 재미있는 추리소설의 만남이 젊은 여성독자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은 이 책은 이미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종합 1위까지 올라 있는데 과연 언제까지 롱런을 할지 정말 궁금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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